“대구통합공항, 가덕도에 밀려 동네공항 전락 불보듯”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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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18 07:22  |  수정 2019-02-18 07:26  |  발행일 2019-02-18 제3면
영남권 2개 관문공항 불가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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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김해공항 확장으로 확정된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5개 지역을 아우르는 영남권 신공항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총리실 검증으로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대구·경북·울산·경남이 지지한 ‘밀양 신공항’(위) 및 부산이 지지한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영남일보 DB>

인천공항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제1의 관문공항이다. 하지만 하나의 관문공항만으론 부족하다. 수도권 집중화 문제와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할 공항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영남권 관문공항이 그래서 추진되고 있다. 영남권 관문공항은 말 그대로 영남권, 즉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5개 지역을 아우르는 공항이다. 대구·경북 500만명, 부산·울산·경남 800만명 등 총 1천310만명을 배후 수요로 거느릴 수 있다. 그런데 영남권에 2개의 관문공항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불가’라고 입을 모은다.

TK 배후 수요 500만명…부울경은 800만
가덕도공항은 고속도·철도망 확충 예정
두 관문공항 노선·물류 경쟁력에 큰 격차
대구경북, 밀양 재추진 등 플랜B 마련을


◆영남권 관문공항 2곳 불가

공항을 새로 지을 때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해당지역 인구다. 여객기는 결국 사람이 타는데 인구가 많아야 수요가 나오기 때문이다. 공항전문가들은 관문공항 1곳을 충족할 수 있는 인구로 1천200만~1천300만명 정도를 꼽는다. 대구·경북과 부·울·경을 합쳐 1천300만명이니 인구로만 봐서도 관문공항은 1곳이 적당하다.

인천공항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문공항으로 일찌감치 자리잡은 배경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2천500만 인구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수도권 인구는 관문공항 조건(1천300만명)을 뛰어넘어 인천공항에 이어 김포공항까지 먹여 살리고 있다.

하지만 영남권에 가덕신공항과 대구통합공항이 함께 들어선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결론적으로 대구통합공항은 동네공항으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구를 볼 때 가덕신공항은 800만명, 대구통합공항은 500만명의 수요를 갖는다. 경제력을 따져봐도 대구·경북은 부·울·경에 밀리는 게 현실이다. 가덕도로 연결되는 부산신항 제1배후도로 우회국도인 ‘부산신항~김해 고속도로’와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으로 확정되면서 가덕도는 접근성도 크게 개선될 예정이다.

대구통합공항은 ‘항공물류 거점공항’을 지향한다. 항공물류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처럼 화물기를 바로 취항할 수 없어 미주·유럽 등 장거리 여객노선 화물칸을 활용하는 얼개인데, 이마저도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기업들은 화물을 실어나르는 정기노선이 매주 2회 정도는 취항해야 원활한 물류수송이 가능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인구로 미뤄볼 때 미주·유럽노선에 대한 수요는 가덕신공항이 대구통합공항을 앞선다. 이로 인해 대구통합공항의 장거리노선이 주 1회 또는 2주에 1회가량 운항될 경우엔 항공물류는 물 건너가게 된다. 운항 간격이 넓어지면서 화물이 정체되면, 기업들은 거리가 멀더라도 다시 인천공항을 찾을 게 뻔하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지만 가덕신공항과 경쟁에서 손놓고 방심할 순 없는 시나리오다.

◆플랜B 준비해야 하나

이참에 대구·경북이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K2군공항은 국방부가 자체적으로 옮기고, 대구공항은 국비로 확장하는 방안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의 최종 결과는 김해공항 확장 반대로 나올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대로 국무총리실에서 김해신공항을 다시 검증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이는 결국 가덕신공항으로 가는 수순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는 “가덕신공항과 대구통합공항이 동시에 추진된다면 대구신공항은 경쟁력에서 가덕에 크게 뒤질 수밖에 없다. 만약 정부에서 가덕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고 나서면 대구·경북 입장에선 3년 전으로 돌아가 밀양신공항을 다시 끄집어내야 한다”며 “앞으로가 대구통합공항은 물론 영남권 관문공항 건설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는 만큼 시장·도지사와 지역 정치권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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