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간판 위주의 대학 진학…재수·편입 불러”

  • 이효설
  • |
  • 입력 2019-03-18 07:18  |  수정 2019-03-18 07:19  |  발행일 2019-03-18 제3면
대구권 4년제 대학생 학업포기 심각

대구권 4년제 대학 학생들의 중도 탈락이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소재 대학에 대한 열풍에다 의약계열 등 취업 유망학과에 대한 높은 선호도와 맞물리면서 학생들이 다니던 대학을 중도에 포기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해 10명 뽑으면 3명 탈락

17일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17학년도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의 모집인원은 총 1만3천287명이다. 지난해 이들 대학에서 중도 탈락한 인원은 무려 3천792명. 단순 숫자로만 볼 때 대학이 한 해 입학생을 10명 뽑아 놓으면 3명 정도가 중도 탈락하는 것이다.

지역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다른 대학 간다고 많이 빠져나간 게 5년전쯤부터다. 1학년 때는 대학 간판 바꾼다고 재수하고 의대 지망생은 반수한다. 2학년 올라가면 편입준비하는 학생들 때문에 재학생 충원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전국적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자료에 따르면 2017학년도 4년제 대학 재적학생은 208만8천315명. 이 가운데 중도탈락한 학생은 4.5%인 9만3천871명이었다. 중도탈락 학생 비율은 2011학년도 이후 7년 연속 4%를 상회하고 있다. 탈락 사유로는 자퇴가 52.9%인 4만9천682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복학 30.0%인 2만8천194명, 미등록 9.4%인 8천866명, 학사경고 3.2%인 3천29명 순이었다.


수능전형, 점수에 맞춰 지원 경향
입학생 중도 탈락률 4.5%로 最高

전공 적합성 평가하는 학종전형
중도탈락 상대적으로 적은 상황

4년제 대학 낮은 취업률도 한몫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에서도 1천196명이 중도탈락했다. 고려대는 518명, 서울대는 234명, 연세대는 444명이 학업을 중간에 그만뒀다. 3개교는 전년도에도 1천154명이 중도탈락했다.

서울 소재 대학 중 중도 탈락 학생 수가 연간 600명을 넘는 곳은 경희대(909명), 한국외대(665명), 숭실대(648명), 중앙대(647명), 동국대(621명), 건국대(616명), 국민대(604명) 등이다.

시·도별로 보면 전남에 위치한 대학이 6.4%로 중도탈락률이 가장 높았고 대전 5.8%, 전북 5.6%, 경북 5.5%, 충남 5.5%, 경남 5.4%, 광주 5.2%, 강원 5.2%, 경기 4.5%, 서울 2.9%, 인천 2.7% 순이었다. 비수도권 지역의 중도 탈락률 평균은 5.2%, 수도권 3.4%보다 높았다. 가톨릭관동대, 경남대, 동아대, 동의대, 원광대, 조선대도 중도 탈락 학생수가 1천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서울 열풍 계속 심화

중도 탈락 학생들이 이처럼 많은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간판 위주의 대학 진학을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7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참여한 54개 대학 24만2천790명을 상대로 분석한 결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은 4.5%로 가장 높았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중도탈락률은 1.5%로 가장 낮았다. 수능 전형의 경우 수험생 자신의 점수에 맞춰 대학·학과를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선 교과·비교과 활동 등을 통해 전공 적합성을 어느 정도 평가하기에 학생들의 중도 탈락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낮은 취업률도 중도탈락을 부추긴다. 2018년 4년제 대학의 평균 취업률은 62.8%다. SKY도 취업률이 68%에 불과했다. 취업률 계산시 처우가 열악하거나 고용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프리랜서, 1인 사업자를 제외하면 취업률은 더 내려간다.

대구권 대학 한 관계자는 “대구 특성상 양질의 취업처가 별로 없어 학생들이 지역 대학에 메리트를 못 느낀다. 대학 간판도 간판이지만 먼저 대구를 떠나 ‘인서울’해야 수도권 취업이 용이하다고 판단해 지방 대학을 떠난다. 입학할 때부터 재수해서 점프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정시 입학생들의 경우 다른 전형 대비 탈락률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직 광풍도 중도탈락 비율을 더 높이고 있다. 민간 기업 취업률이 낮다보니 학생들이 기업 취업보다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계열로 이동하기 위해 중도탈락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에서는 공과대학에서 57명의 중도탈락자가 나왔고 농업생명과학대 54명, 자연과학대 28명 순이었다. 고려대와 연세대에서도 공과대학, 생명과학대학 등이 중도탈락률이 높았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서울대의 경우 반수를 해 의학계열로 빠지거나 학과를 바꿔 입학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며, 연세대와 고려대 등은 반수해 서울대나 의학계열로 다시 입학하거나 약대로 편입학하는 학생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효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