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작 |
“AI(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손짓은 새로운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손으로 그리는’ 김춘수 작가의 말이다. ‘인간, 예술이란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는 “수만년 전 동굴벽화를 생각하면 인간은 공통의 DNA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동굴벽화의 형상을 그려낸 손짓과 호흡은 오늘날 인간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후기 단색화’ 주자로 꼽히는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 신라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를 상징하는 ‘울트라 마린’ 작업과 아이슬란드 소금으로 제작한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작가는 후기 단색화 그룹에 속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작가는 “1세대 단색화의 특징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다만 후기 단색화 작가 대부분은 해외유학파 출신이라 1세대 작가들과 그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밝혔다. 작가 역시 서울대 미대 회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캘스테이트LA(CSULA) 대학원을 마쳤다. 뉴욕대(NYU)에서도 공부했다. 현재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수를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1세대 작가들과 차이를 보인다.
울트라 마린 작업은 ‘수상한 혀’ 시리즈다. 작가는 그림의 형상을 언어, ‘수상한’을 언어가 아닌 것으로 ‘설정’했다. 말로 담을 수 없는 언어의 한계 너머에 존재하는 것을 표현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작가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해야 한다고 했지만, 예술가는 어떤 식으로든 표현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작가는 붓을 쓰지 않고 손으로 작업한다. 얇은 장갑을 끼고 물감을 묻혀 캔버스를 ‘터치’한다. 작가에 따르면 엷은 색을 쌓는다.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작업하지 않는다. 작가는 “어느 길을 갈지 모른다. 또 다른 것을 향해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형상과 물질의 ‘너머’를 탐색하고 있다. 예술의 본질을 찾는 사유적 실험이다.
아이슬란드 소금으로 만든 작업은 다양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아이슬란드가 주는 이미지가 작용해서 그런지 오로라 같기도 하다. 깊은 바다나 우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31일까지. (053)422-1628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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