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사이버폭력의 진화

  • 김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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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6   |  발행일 2019-09-16 제31면   |  수정 2019-09-16

최근 들어 인터넷과 SNS를 통한 사이버 폭력이 증가 추세다. 정치·사회적 이슈를 놓고 보수와 진보 간에 주고받는 댓글폭력은 정말 볼썽사납다. 하지만 성인이 아닌,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이버 폭력은 피해자들에게 치명적 고통을 준다. 교육부가 지난 4월 조사해 최근 발표한 전국 초·중·고생들의 학교폭력 실태 전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어폭력(35.6%)과 집단따돌림(23.2%), 사이버 괴롭힘(cyber bullying, 8.9%)이 혼재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진흥원도 매년 사이버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본다.

사이버 폭력의 증가 원인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아이디와 닉네임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온라인상의 익명성이 규범의식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유형은 다양하다. 온라인 공간에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사이버 명예훼손, 블로그나 SNS에 불안을 촉발하는 쪽지를 계속 남기는 사이버 스토킹, 성적 비하 발언이나 음란 동영상을 올리는 사이버 성폭력 등이 일반적이다. 심한 경우는 특정 학생을 채팅방에 초대해 욕설을 하거나 굴욕적인 사진을 공개하고, 빠져나가면 다시 초대해서 괴롭히는 ‘사이버 감옥’도 있다. 최근에는 피해학생을 초대한 다음 다른 학생들이 한꺼번에 채팅방을 빠져나가 망신을 주는 ‘방폭’, 채팅방에서 의도적으로 한 명을 무시하는 ‘카톡유령’, 채팅방에 초대한 뒤 일제히 욕설을 퍼붓는 ‘떼카’, 특정 학생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험담을 하는 ‘저격’ 등의 새 유형이 나타나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피해 학생들은 분노와 공포·무기력·불안장애·학업중단에 시달리고, 심하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다. 크리스티 킨드릭 박사는 2013년 미국 정신의학회 연례회의에서 사이버 왕따 피해 학생의 극단적 선택 시도 비율이 일반적 학교 폭력보다 매우 높다고 보고했다. 사이버폭력은 파급 속도가 빠르고 집단적 양상을 띠고 있어 처벌도 쉽지 않다. 피해자들도 일이 커지거나 보복이 두려워 피해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부모와 학교는 피해신고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폭언이 저장된 메일이나 쪽지, 대화 내용을 화면 캡처하여 증거자료로 남겨 놓는 것도 중요하다. 사안이 중대하면 117에 알려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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