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 손맛] 생미끼 선상 갈치낚시 체험기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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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8   |  발행일 2019-10-18 제38면   |  수정 2020-09-08
일몰 전후 골든타임…70~100m 심해서 올라온 은빛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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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 본격적인 낚시를 위해 갈치 채비를 풀고 있다. 갈치 10단 채비는 천천히 순서대로 하나씩 풀어내야 엉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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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씨가 5지 이상 대왕급 갈치를 낚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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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 갈치낚시로만 맛볼 수 있는 싱싱한 갈치회.

나의 낚시 친구 심재헌씨(피싱기어호 선장)가 나에게 생미끼 갈치낚시를 해 보자는 제안을 했다. 심씨가 운영하는 피싱기어호는 루어낚시 전문 낚싯배였기에 그의 제안은 다소 의아했다. 그러나 가을 갈치 아닌가. 지금 먼바다에서 낚이는 갈치는 이른바 ‘금갈치’. 그의 유혹을 나는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제주·통영·여수·부산 등 심해권 출조
토막 낸 갈치 새끼 ‘풀치’최고의 미끼
3∼5m 전용 낚싯대·부드러운 초릿대

심해권 올라온 씨알 대부분 3∼4지급
종종 손바닥 너비 5지 이상 대왕급도

바닥에 채비 내린후 10마리 줄 태우기
두 세마리씩 빨리 올려 잡어공격 막아
크기별 분류 10㎏씩 담아 경매시장 넘겨


◆갈치 엘도라도를 찾아서

이번 선상 갈치낚시에 나선 팀원은 3명. 오랜 낚시 친구인 심씨와 조성민씨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 셋은 갈치를 많이 낚아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어부가 되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세 사람 중 선상 생미끼 갈치 낚시를 해 본 사람은 조씨, 딱 한 사람뿐. 그런 조씨마저도 갈치 낚싯배를 타본 게 딱 한 번이 전부다. 그렇게 우리 생초보 꾼 세 사람은 ‘갈치 엘도라도’를 찾아 서쪽으로 서쪽으로 향했다. 마치 서부 개척시대 금광을 찾던 사람들처럼.

오후 2시. 부산 청사포를 출항한 피싱기어호는 외섬(남형제섬)으로 향한다. 거기까지 2~3시간은 걸린다. 그동안 심 선장은 키를 잡고, 우리 둘은 체력 충전을 위해 좁은 선실에서 잠을 청한다. 그러나 시끄럽고 진동이 심한 디젤 엔진 위의 선실에서 잠이 올 리 만무하다.

첫날은 기대에 부풀어 낚시 방법에 대해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며 한잠도 자지 않고 포인트에 도착했다. 아직 해가 떠 있는 오후 5시. 전동릴을 연결하고 물닻(풍·Sea anchor)을 내리고 집어등을 켠다. 그런 후 바다를 보니 해 질 녘 수평선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과연 어린왕자가 의자를 옮겨가며 ‘마흔 세 번’이나 볼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다.

◆깊은 수심을 노리는 심해낚시

통칭 그냥 갈치낚시라 불리지만 갈치낚시에도 여러 장르가 있다는 걸 나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예전에 간혹 즐기던 ‘웜 + 트레블 훅’으로 대표되는 갈치 루어낚시와 메탈지그를 쓰는 갈치 메탈지깅은 나도 알고 있는 장르. 여기에 더해 수심 30m 이내를 노리는 내만 갈치낚시와 이번에 우리가 도전하는 심해 갈치낚시가 있다.

심해 갈치낚시는 수심 70~100m 권을 노리는 낚시다. 제주도, 통영, 여수, 부산 등의 낚싯배들이 많이 출조한다. 깊은 수심층까지 자주 채비를 올리고 내려야 하므로 전동릴은 필수 장비다. 여기에 6~10단으로 이루어진 채비 길이만 20m. 낚싯대를 늘 손으로 들고 있을 수 없다. 당연히 낚싯대를 내리고 세우는 선상 낚싯대 거치대도 필요하다.

다른 종류의 갈치낚시와 심해 갈치낚시의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낚이는 갈치의 씨알이다. 흔히 ‘풀치’라 불리는 2지(손가락 두 개를 겹친 너비, 갈치 씨알은 손가락의 너비로 잰다) 정도의 갈치는 심해갈치낚시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심해 갈치낚시에서 낚이는 갈치는 대부분 3~4지 급이고, 성인 손바닥만 한 5지 이상의 ‘대왕갈치’도 심심찮게 낚인다.

◆갈치낚시 최고의 미끼는 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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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인 갈치 새끼를 바로 토막내어 미끼로 쓴다. 풀치라 불리는 이 갈치 새끼가 최고의 미끼다.
우리는 출조 첫 날 갈치 미끼로 냉동 꽁치를 썼다. 냉동꽁치 한 박스를 샀고 그 냉동꽁치의 양면을 포로 떠서 미끼로 썼다. 그런데 냉동꽁치는 물에 들어가자 마자 물러져 쉽게 바늘에서 빠져 버린다. 게다가 포 뜨기도 귀찮았다. 우리는 기껏 사 온 냉동꽁치 한 박스를 3분의 1도 쓰지 못한 채 이튿날 다 버렸다.

이후에는 낚아낸 고등어와 삼치, 줄삼치, 오징어, 한치 등을 미끼로 써 봤다. 그 결과 우리는 갈치 미끼로는 풀치가 최고라는 걸 알게 됐다. 낚아낸 풀치를 그대로 토막 내서 바늘에 꿰면 된다.

◆전동릴과 전용 낚싯대

3~5m 정도 길이의 갈치낚싯 전용 낚싯대와 전동릴이 있어야 한다. 무거운 추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손잡이가 굵고 튼튼한 낚싯대이면서 초릿대는 부드러운 게 갈치 전용 낚싯대의 특징이다. 허릿심이 좋은 갈치낚싯대의 휨새는 8대 2나 6대 4가 많다. 즉 끝부분으로 갈수록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허리까지 휘는 낚싯대는 선상 갈치낚시에 적합하지 않다. 전동릴은 4호 합사가 200m 이상 감기는 것이라야 한다.

채비는 기둥줄 + 바늘로 구성된다. 굵고 튼튼한 카드 채비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30호 정도 되는 경심줄 10~20m에 1~2m 간격으로 도래를 달아 가지바늘을 연결한다. 합사 원줄이 잘려나가지 않는 이상 기둥줄이 잘리는 경우는 잘 없다. 이 채비는 여분으로 두세 개만 준비하면 된다.

바늘이 묶여 있는 가짓줄은 갈치나 삼치의 이빨에 잘 잘리기도 하고 바늘이 펴지고 부러지는 경우가 잦으므로 20~30개 정도 여유 있게 준비한다. 채비를 올리고 내리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바로 교체해주는 것이 좋다. 수심 100m까지 빨리 채비를 내려야 하므로 추는 150호(600g)를 기준으로 수심이나 조류에 맞게 가감한다.

◆마릿수 조과를 위한 갈치 줄 태우기

초저녁에 포인트에 도착하면 집어등을 밝히고 물닻(풍)을 내려 밤새 배를 흘리며 낚시를 하는 게 심해갈치낚시의 패턴이다. 일몰과 일출 전후가 확실한 골든타임이고, 한밤중에도 집어가 되거나 회유 중인 갈치 떼를 만나면 말 그대로 대박이 나기도 한다. 선장의 경험이나 그 날의 운이 조과를 좌우하지만 같은 조건에서도 많이 낚는 기술이 있다. 바로 ‘줄 태우기’다.

갈치 줄 태우는 건 흡사 열기낚시의 그것과 비슷하다. 입질이 들어오면 바로 채비를 들어 올리지 않고 다른 바늘에도 갈치가 입질을 할 수 있도록 여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일단 채비를 바닥까지 내려 저속으로 채비를 올리다 보면 입질이 들어오는 수심층을 찾을 수 있다. 이런 걸 밤새도록 부지런히 반복하면 다음 날 아침 아이스박스 가득 들어 있는 갈치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바늘 열 개에 갈치 열 마리가 다 매달리도록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물속에 있는 적들 때문이다. 오징어, 한치, 삼치, 갈치, 상어 등이 바늘에 달려 있는 갈치를 먹어 없애는 경우가 많다. 만약 잡어(?)들이 갈치를 공격한다면 큰 욕심을 버려야 된다. 두세 마리씩 빨리빨리 올리는 게 좋다. 잡어들이 공격을 하고 있는데도 마냥 기다리고만 있으면 갈치 대가리만 열 개를 낚을 수도 있다.

◆갈치 경매장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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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선상 갈치낚시로 올린 세 사람의 조과.
나는 이번 ‘갈치 조업’으로 여러 경험을 했다. 심해 갈치낚시도 처음 알게 된 것이지만 수산물의 위판과 갈치의 가격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밤새 낚인 갈치는 오전 8시 기장 대변항에서 수협에 위탁하여 중매인들에게 경매로 넘어간다. 처음 본 그 광경이 재미있었다. 갈치를 크기별로 분류해서 위판용 나무상자에 10㎏씩 담아 배 이름, 마릿수, 무게 등을 적어 두면 중매인들이 갈치의 상태를 보고 경매로 구입하는 시스템이다. 10㎏에 20마리 정도(5지 이상)면 경매 낙찰가가 30만~40만원, 30~40마리(3, 4지) 정도는 15만~20만원, 풀치는 따로 마릿수를 세지 않고 10㎏ 맞춰 2만~4만원 선이다.

※이 글은 루어(인조 미끼)낚시만 즐기고 있는 루어낚시 마니아 양재윤씨(거제 플로리아 팬션 대표)의 생미끼 선상 갈치낚시 체험담을 재구성한 것이다.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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