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가정에서 만드는 긍정성

  • 박종문
  • |
  • 입력 2019-12-02 08:01  |  수정 2020-09-09 13:44  |  발행일 2019-12-02 제18면
“부모·형제자매의 지지도 높을수록 우울성향은 낮아져”
가족 관심·응원, 사교성과 리더십 키워
함께 식사하고 특정활동을 할 때 집중
잔소리 아닌‘공감가는 대화’자주해야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가정에서 만드는 긍정성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각종 매스컴에서 우울증에서 비롯된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는 요즘이다. 이들은 인터넷 댓글, 빈곤 상황 등 다양한 상황 속에서 자기 긍정성(self positivity)이 극도로 낮아짐을 경험하였다고 볼 수 있다. 자신에 대한 긍정성이 낮아지는 대부분의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다소 생소하지만 아동기나 청소년기의 우울증은 성인기에 비하여서는 낮은 편이고 그 진단도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 각급 학교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학생들의 충동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들을 생각해 보면 성인전기 우울증과의 관련성을 의심하게끔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아동기나 청소년기와 같은 성인전기의 우울증은 그 형태가 성인과는 다소 다르다. 두통이나 복통, 식욕 감퇴 등과 같은 신체적인 증상이 될 수도 있고, 짜증냄, 억울하다는 생각들, 잦은 울음, 공격적인 행동, 필요 이상의 과잉적인 행동, 무관심과 무반응 등의 감정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학습 부진의 상황 역시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등교거부나 무단결석과 같은 상황도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자기긍정성, 자아존중감, 자기가치감, 자기지각, 자아개념, 자기만족감, 아동 우울증 등 아이가 느낄 수 있는 긍정적 감정과 관련한 연구는 교육 안팎에서 오랫동안, 그리고 폭넓게 이루어져왔다. 특히 대부분의 연구에서 아동이 성장하는 가정은 아동의 우울증 증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모나 형제자매의 지지를 높게 지각하는 아이는 우울 성향이 낮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는 일반적이고, 어머니의 양육행동이나 온정감은 물론 아버지의 양육참여가 초등학생의 자아존중에 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내놓는 연구도 있다. 다양한 행동에 대한 부모의 피드백 역시 자녀의 우울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연구들을 종합한다면 가정의 지지행동은 학생의 자기긍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결론에 귀결한다고 말할 수 있다. 부모와 조부모가, 형제와 자매가 나의 자신감을 믿어주고 응원해 줄 때, 아이는 자기긍정성을 확립할 수 있다. 그 ‘믿음’과 ‘응원’에 대한 진정성은 반영적 경청과 질 높은 공감이 수반되어야 한다. 가족의 지지행동은 관심, 도움, 격려, 인정 등으로 이루어지며 원활한 지지를 위해서는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일정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시간은 함께 식사를 할 때, 함께 대화를 나누고 함께 특정 활동을 할 때 등 가족과 함께하는 양적이면서도 질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가 일을 하느라고, 아이들이 각자 갖가지 학원 따위를 도느라고, 각자 쉬느라고 등 실제로 가족이 지지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참으로 부족한 현실을 극복하여야 한다. 가족의 자투리시간을 찾아서 그 시간만큼은 서로 마주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대화 시간의 문제로 귀결된다.

‘제대로 얘기해 봐야 한 귀로 흘리지’하는 생각은 부모의 착각이다. 설사 한 번은 가족의 말을 듣지 않는 체 할지언정, 반복되는 이야기는 아이의 기억에 남는다. 반복해야 더욱 체화되는 것은 어른도 마찬가지인데, 아이들은 어떠하랴.

또한 지지행동의 방법 및 질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내가 꾸준히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도 아이들이 나의 지지행동을 무시하거나 싫어한다고 여기는 부모님들이 분명히 있다. 이럴 경우 가정 내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지지행동의 내용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분명히 ‘잔소리’와 ‘대화’는 다르고, 지지행동은 ‘더 잘 되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공감이 있는 지지행동은 무시당할 리가 없다는 점을 생각하자.

어떤 부모님은 ‘뭐 굳이 그런 태도까지 보여주나’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멋쩍게 그런 말이나 행동을 안 해도 다 알지 않느냐는 의미다. 그러나 아이들은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

1차적 사회성을 가르치는 가정에서 지지를 표현하지 않고 말하지 않는데 아이들이 어디서 배워서 알고 있겠는가. 학교에서건 학원에서건 ‘눈치껏 지지행동을 알아채는 방법’은 당연히 가르쳐주지 않는다. 배우지 않았는데 알아서 눈치 채라는 것은 학생들에게 가혹한 과제다. 그러므로 분명한 공감의 말과 행동이 있어야 하고, 그런 다음에야 아이들은 가족의 공감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학생은 자신에 대하여 유능한 신념을 구축하게 되고 나서야 주변 환경에 반응하고 특히 의미 있는 타인으로부터의 피드백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떤 연구에서는 부모님의 관심이 초등학생의 사교성, 사회적 참여도, 인기도, 리더십 등과 정적인 관계가 있음을 보이기도 하였다. 내 아이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생활하고 학습에서도 의욕적이기를 바란다면, 친구들을 리드하고 원활하게 의사소통하기를 바란다면, 그리고 주체적인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면 아이에게 무언가 요구하기에 앞서서 가정의 지지행동부터 점검하여 볼 것을 추천한다. 김견숙<경북대사범대부설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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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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