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공부도 놀이로 하는 아이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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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30 08:00  |  수정 2019-12-30 11:17  |  발행일 2019-12-30 제18면
"핵심은 머리에 쏙쏙, 재미는 두배…놀이하며 공부해요"
흥미유발하는 교육활동 연계 '수업놀이'
친구들과 답 찾아가는 공부법 효과 만점
하교만 기다리던 아이 수업시간 고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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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아이들이 놀아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학교현장에서도 놀 시간과 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학교교육계획의 시정운영부터 교실 리모델링, 미래교육공간 리노베이션사업 등 전반적으로 놀 수 있는, 놀 여건이 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놀이가 학생들의 삶의 질과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놀이로 바르게 자랄 것이라는 것에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놀이에 대해 우려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놀이에 따른 아이들의 기초학력과 학업성취도에 대한 우려가 뒤따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우려에 대안을 주는 연구가 있습니다. 대구포산초등학교에서 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연구 및 운영을 하는 배움 중심 수업놀이가 그것입니다.

포산초등에서는 놀이수업의 장점인 학생의 흥미와 몰입, 활동의 즐거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교과학습의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놀이와 교육활동을 연계하는 수업놀이를 적용하고자 하였습니다. 배움이 일어나는 학습자 중심의 수업형태로 변화와 더불어 학생들이 공부를 놀이로 접근함으로써 기초학력을 비롯한 성취기준을 도달하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이를 위해 포산초등은 많은 수업놀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인성놀이코너, 책놀이코너, 발표놀이코너, 체력놀이코너 등 학생들이 수업과 관련하여 놀이를 하면서 배움이 일어나도록 한 것입니다.

수업시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워야 할 내용들을 놀이로 만들어 놀이를 통해서 배우는 학습방법을 적용하였습니다. 수업놀이를 경험한 학생들은 이렇게 소감을 전합니다.

'저는 수업놀이를 하면서 매시간 모둠토의를 해서 친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고 나의 말에 경청해 주어서 서로 많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처음에는 수업놀이? 그럼 계속 논다는 소리인가? 이렇게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수업놀이는 일반수업과 다르게 배움에 핵심을 쏙쏙! 족집게처럼 집어서 매일 즐겁게 아침에 등교하게 해주고 또는 저녁에는 내일은 뭐를 할까? 설레게 해주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집중이 훨씬 잘 됩니다. 모둠활동을 하면 '이번엔 뭘 배울 거야'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활동을 해보면 수업주제를 알고 기억에 오랫동안 맴돌게 해 줍니다. 나에게 수업놀이란 엄마 같습니다. 왜냐하면 엄마는 내가 잘못한 점을 따끔하게 고쳐주거나 어떨 땐 바다처럼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처럼 수업놀이는 나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다른 학교 친구들도 수업놀이를 해서 즐거움을 같이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6학년 양지민 학생)

아이들이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논다는 것에 불안감과 의구심을 가지던 학부모님들도 수업놀이를 통해 배움이 일어나고, 학생들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면서 수업놀이의 효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포산초등 3학년, 5학년 두 아이를 재학시키고 있는 학모입니다. 학교 설명회에서 처음으로 들어본 수업놀이라는 것이 공부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었고, 수업인데 어떻게 놀이를 한다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궁금함을 덜고자 작년과 올해 수업 공개에 참석하였으며 수업놀이 활동을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친구와 함께해서 재미있고 저절로 잘하게 되는 것이 놀이입니다. 수업놀이도 그런 놀이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개 수업을 통해 수업놀이를 살펴보니 혼자 하는 공부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배워가는 공부가 저절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수업놀이는 공부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리는 것에도 큰 기여를 했고, 교실에서 모두 함께 답을 찾아가고 배워가는 공부 방법으로 매우 효과적으로 보였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이 이런 방법으로 수업을 계속 받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3·5학년 재학생 학모 김선희씨)

아이들은 이제 놀이를 통해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우리 아이들은 놀기 위해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그리고 학교가 마칠 때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구포산초등에서는 아이들이 수업시간을 더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기반 위에는 수업놀이라는 배움 중심의 학습 방법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삶입니다.

김원구 〈대구포산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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