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요리연구가 겸 마음찬도시락 서경희 대표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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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7   |  발행일 2019-12-27 제41면   |  수정 2019-12-28
“제철 반찬 담은 건강한 엄마표 도시락…힐링푸드 전도사 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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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의 기분이 담긴 식재료를 친환경소재 용기에 담은 마음찬도시락. 가격은 1만2천~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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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희 마음찬도시락 대표가 요리경연대회에 출품한 ‘수박 카빙’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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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받을때 소비자의 식성까지 고려해 조리하는 ‘마음찬도시락’

요리연구가 서경희. 그의 요즘 화두는 도시락. 혼밥, 그리고 배달시대에 걸맞은 특별한 밥상이 바로 도시락이라고 믿는다. 대구 달서구 상인동 주택가 한편에 그가 동고동락하는 도시락 공방이 있다. 그는 작업장을 공장이라고 부르는 걸 극도로 꺼린다. 그녀에겐 거기가 ‘공방’이다. 2016년 작정을 하고 ‘마음찬도시락’이란 상호를 걸었다. 기술이나 가성비보다 마음이 가득찬 도시락을 이웃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다중을 상대하는 도시락업은 챙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자를 가르치고 식당업을 하는 것보다 덜 힘들 것 같았는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배송비와 원가, 그리고 단체주문이 밀려들면 밤샘 작업도 불사해야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예전에는 공급되는 도시락에 맞춰 소비자가 알아서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의 식성이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도시락을 주문자생산방식으로 만들어야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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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월 각종 요리학원, 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그리고 사찰음식, 약선요리 등의 신지평을 열어가던 중 싱글족과 배달문화 확산을 보고 힐링 수제도시락 사업을 시작한 요리연구가 겸 마음찬도시락 서경희 대표.

이웃과 나누는 마음 가득찬 도시락
주문받을때 소비자 식성 반영 조리
싱글족·배달문화 확산, 시장 커져

양식·중식·일식·복어 자격증 섭렵
삶·예술과 융복합 시킨 요리의 영역

건강 첫단추,청정식재료·로컬푸드
영혼 맑게 하는 사찰요리 빠져들어
한족 슈퍼밥상 ‘만한전석’도 공부

한식 정통성 통과의례 상차림 관심
힐링푸드 표준식단 개발·인력 양성
어머니가 싸주던 수제도시락 재현

◆아무것도 모르던 가정학도 시절

섬유업을 하던 아버지 덕분에 장녀인 그녀는 부족함 없는 어린시절을 보낸다. ‘가정대를 나와야 시집 잘 간다’던 시절이라 가정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시내 모 요리학원에서 행정 및 조교 활동을 했다. 경찰관이었던 남편을 만나 두 아들을 낳고 살면서 자기만의 이유식을 만들어 동네 아이들에게도 먹였다. 그리고 자신의 집도 개방했다. 어린이집 같았다.

그런 어느 날 대구시종합복지회관 급식조리 강사 공채광고를 보게 된다. 그걸 계기로 요리선생으로서 삶을 시작하게 된다. 1995년 1월이었다. 의미가 있는 해였다. 그때부터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급식제도가 도입된다. 한식조리기능사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 복지회관을 찾은 사람들은 상당수 그 자격증을 따고 싶어 했다. 단순히 요리를 가르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자격증 취득이 목적이었기에 이론수업시 어려움이 많았다. 공중보건학·식품학·조리학·식품위생학·식품위생법규학…. 전공자에게도 어려운 과목을 주입식 교육으로 가르치려고 하니 곤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예상문제를 여러 번 출제하여 실력을 증강시킨 게 효과가 있어 85% 이상의 학생이 필기시험에 합격된다. 재차 한국산업인력공단 실기시험 감독위원으로도 활동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1인 2자격증 시대가 열린다. 조리사 자격증의 활용도도 높아진다. 자격증으로 취업하려는 사람이 많아져서 한식조리 선생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한식조리 강사였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양식·중식·일식·복어조리 기능사 자격증까지 연이어 취득한다.

“모르면 모를수록 자기가 아는 것밖에 보이지 않죠. 그런데 공부를 깊게 할수록 제 한계가 더 넓고 깊게 보였습니다. 요리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과 융복합화돼 형성되고 결국 그것은 사람의 삶을 새로운 방향으로 몰고가는 특별한 예술의 영역이란 걸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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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요리강사 시절의 서경희 대표.

◆사찰요리에 입문하다

1999년 말 경기도 이천에서 당시 국내에서 사찰요리의 신지평을 열어 대단히 유명했던 선재스님의 문하에 입문한다. 맛있는 음식이 좋은 것이란 속설을 뒤집으며 스님들이 꺼리는 5가지 금기시되는 오신채(五辛菜, 파·달래·부추·마늘·흥거), 그리고 몸을 살찌우는 게 아니라 마음을 살찌우는, 다시 말해 영혼을 맑게 하는 사찰음식의 묘리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그때까지만 해도 보태고 꾸미고 보강하는 요리밖에 몰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 국민이 각종 성인병에 노출된 것 같았어요. 너무 잘 먹었던 거죠. 새콤달콤한 패스트푸드에 다들 최면이 걸리게 됐죠. 완성된 결과물인 음식의 맛에만 취했는데 사찰음식을 배우면서 청정한 식재료, 특히 제철 자기 고장에서만 수확되는 로컬푸드가 건강을 위한 첫단추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일종의 사명감을 갖게 됐어요.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음식이라야 그 삶도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는 걸 제자들한테 가르쳐주었습니다.”

사찰음식을 알게 되면서 과연 우리의 음식, 다시 말해 한식의 원류가 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2000년 3월 상경한다. 조선왕조 궁중음식(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인간문화재 황혜성 여사 덕분에 생겨나게 된 궁중요리연구원에 들어가 1년 과정의 조선왕조 궁중음식을 수강한다.

한식에 조금씩 눈을 떠가자 이제는 월드푸드(Worldfood)가 궁금해졌다. 특히 한식에 지대한 영향을 준 중국과 일본의 음식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한·중·일 음식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중국과 일본의 음식은 한식의 원형변화가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그 흐름을 알지 못하면 무엇이 한식이고 무엇이 퓨전한식인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설강한 청나라 때 강희제·건륭제가 정략적으로 고안해 낸 만주족과 한족의 단합을 위한 슈퍼밥상격인 ‘만한전석(滿漢全席)’도 공부하게 된다.

중국 역사상 가장 진귀한 음식이 총출동됐다는 그 밥상에는 곰발바닥, 바다제비집, 원숭이 뇌 등 산해진미가 등장한다. 이 잔치에는 65세 이상 만주족 문무대신 680명, 한족 관리 340명 등 1천여명이 참석했고 건륭제 재위 50주년 기념 천수연에는 만주족과 한족 노인은 물론 조선을 비롯해 주변국 노인 등 모두 3천명을 초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헌에 따르면 문화대혁명 당시 만한전석 관련 사료가 거의 사라지게 되고 현재 남은 것이라고는 반쯤 불에 탄 책 한 권이 전부라고 하죠. 그래서 만한전석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꼴이 돼버린 거죠. 현재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내오는 것은 중국 내 진귀한 고급 요리 모둠세트라 보면 될 겁니다.”

◆통과의례 음식도 배우고

60년대 가정의례준칙 때문에 한식의 전통성이 많이 상실된다. 그녀는 그게 너무 안타까워 그 원형에 접근하고 싶었다. 그래서 통과의례 상차림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어 어물새김의 한 테크닉인 건문어 오리기, 그리고 수박을 예술적으로 조각하는 카빙의 원리도 이해하게 되었다. 덕분에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한국의 술과 떡 축제에 5년 정도 단골 전시를 하게 되었다.

대구 동아백화점 문화센터 요리강좌를 비롯해 안동 가톨릭상지대, 대구공업전문대 등에서 전통음식 및 폐백이바지음식 강좌도 열었다. 2007년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외식산업학과에 진학해 ‘약선음식의 대중화’에 관련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소상공인진흥원에서 밑반찬 강의, 대구 서구청 위생과에서 실시한 서구 관내 음식점 메뉴개발 컨설팅도 했다.

조리기능사 실기시험 감독위원 및 대학 강의를 병행했다. 와중에 대구시와 정부가 손을 잡고 추진하는 메디시티사업의 일환으로 힐링푸드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이 사업을 주관하며 이제까지 축적하였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성인병 시대에 걸맞은 ‘힐링푸드 표준식단’을 개발하고 관련 전문인력까지 양성했다. 힐링푸드 사업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힐링푸드도시락 사업으로 이어진다.

◆도시락 전도사로 전향

그녀는 왜 도시락에 승부수를 던졌을까?

“아직은 수제도시락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이 싹트지 않았습니다.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고객은 있지만 한번만 먹은 고객은 없는 것 같습니다. 먹어 본 사람들은 여느 도시락하고 격이 다르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예전 어머니가 싸주시던 그 도시락을 재현시켜 보고 싶었어요. 엄마의 맛이란 평가를 받을 때 가장 행복해요.”

일단 용기부터 다르다. 친환경제품을 사용해 용기값만 1천200원선. 원가 너무 따지면 착한 도시락은 불가능하다.

현재 도시락 종류는 모두 6종류(영양찬 황태불고기, 입맛찬 돼지불고기, 풍미찬 소불고기, 마음찬 한입에, 힘찬 장어, 맛찬 LA갈비). 가격대는 1만원·1만2천원·2만원.

좋은 밥을 위해 청미래덩굴 뿌리를 달인 물로 밥을 짓는다. 밥 지을 때 흑미도 조금 넣는다. 반찬도 고정버전이 아니다. 가급적 제철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일단 오이무침, 진미채 볶음 등 흔한 반찬은 배제한다. 우엉조림도 식감이 좋다. 세멸 정도로 가늘고 식감좋게 썰어 요리를 한다. 고춧가루도 물론 국내산. 5년 된 간장, 5년간 간수 뺀 천일염으로 기본 간을 맞춘다. 나물도 사철에 배려한다. 요즘에는 시금치철이라 그걸 담는다. 나물을 삶을 때도 비타민 손실을 막기 위해 가급적 소금을 넣지 않는다. 동초 같은 건 끓는 물에 넣자마자 끄집어내야 한다. 무칠 때도 참나물은 들기름, 시금치는 참기름, 황태미역국 맛을 낼 때는 백령도 까나리액젓을 사용한다.

주문을 받을 때 소비자의 식성도 고려한다. 갈비·불고기류를 싫어하면 황태, 낚지볶음 등으로 대체한다.

“요리연구가 손맛이 배어들어 있으니 기본은 하는 도시락일 겁니다. 싱글족이 늘어나고 배달문화 확산 등으로 도시락 시장도 더 확장될 겁니다. 앞으로 힐링도시락의 전도사가 될 겁니다. 아울러 이 공간을 더 활성화시켜 사회적기업으로 전환도 하고 싶습니다.” 대구 달서구 상인로 18길29. 010-5858-3547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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