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칼럼] 두꺼비에게 집을 청할까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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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8   |  발행일 2020-01-28 제30면   |  수정 2020-01-28
부동산 투기 잡겠다던 정부
강경책 쓸수록 가격 더 올라
서민 주택구입 더 힘들어져
마이너스 정책 오명 벗어나
내 집 마련 포기않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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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경 아프리카연구교육 개발원 대표

손만 닿으면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그리스 신화의 '미다스(Midas) 왕'. 더 많은 부귀를 위한 그의 의도와는 달리, 어떤 것도 닥치는 대로 황금으로 만들어버리는 내용을 모두들 기억할 것이다.

신화에만 나오는 줄 알았던 이 이야기는 최근 우리 주변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 집값을 잡겠다고 대책만 꺼내들면 시장가격은 더 오르고 보다 강력한 규제카드를 내밀수록 서민은 '내 집 마련'과는 더욱 멀어지는 결과를 마주한다. 원래 추구한 목적과 상관없이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동일한 스토리라인 속에서, 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미다스보다는 손대지 않는 편이 더 나은 '마이너스'란 표현이 더 가깝겠다.

2013년 신혼 초, 나는 당시 집값은 거품이라 생각했다. 절대 저렇게 오래된 아파트가 그 가격일 수 없다며 부정했다. 모은 돈에 1억~2억원대의 대출을 더하면 자그마한 아파트 한 채 마련할 수도 있었겠지만, '자그마한' 크기는 마음에 차지 않았고 사회생활 몇 년 했다고 '억' 소리 나는 빌림을 선뜻 받기엔 간이 작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집값은 매우 드라마틱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놀라운 수준이 아니라, 황당함에 웃음이 날 수준이었다. '자그마함'에 대한 불편함은 진즉 벗어던지고 '억'정도는 은행에서 빌려준다고 하면 냉큼 받아 샀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남편과 나의 월급을 몇 해 고스란히 쓰지 않고 모았을 법한 돈은 소위 말해 가만히 깔고 앉아 벌었을 것이다. 내 이야기이지만 또한 내 주변 이야기이다.

자, 새해 시작 얼마 안 됐으니 긍정적으로 이 상황을 한번 생각해보자. 경우의 수는 크게 두 가지라고 본다. '어떻게든 지금 내 집 마련하기' 혹은 '이번 생애 내 집은 포기, 어쩌다 사면 감사'.

우선 '내 집'에 가치를 둔다면 2시간 정도의 출퇴근 시간은 매일 어디론가 여행가는 시간이라며 나에게 주문을 걸어보자. 병원, 쇼핑과 각종 편의시설이 먼 것에 대해서 나는 건강할 것이라 병원은 필요 없다 되뇌고 돈을 쓸 수 없는 환경에 노출된 것을 감사히 생각하자. 정 필요하다면 인터넷 주문을 통해 택배를 받으면 된다. 당일 배송 따위는 애초에 없는 셈 치고 한 3~4일쯤 늦게 오더라도 마음을 푸근히 가지자. '내 집'에 사는 것으로 그 정도는 괜찮으니까.

후자는 보다 쉽다. '무소유의 아름다움'을 극찬해보자. 집을 샀다면 휙휙 바뀌는 정부 정책을 찾아봐야 하고 혹여나 그 분이 공언하신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로 인해 어렵게 산 내 집의 가격이 떨어진다면 머리 싸매고 몸져 누워야 할지도 모른다. 무소유로 그럴 일 없으니, 이 어찌 아름답지 아니한가. 배우지도 않은 가야금도 뚱땅거릴 수 있을 법한 마음의 여유가 느껴진다.

풍자가 극대화된 것 같은가. 전혀. 나는 대한민국 경제허리 30~40대이다. 이런 내가 집에 대한 희망보다 오히려 빠른 포기가 내 정신건강에 도움을 줄 거라 믿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적정 집값'은 숫자로 얘기하기 어렵다. 단지, 정직한 노력의 결과물로써 성취할 수 있는 수준. 어렵게 마련한 내 집이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는 수준. 그것을 아마 '적정'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새해에는 정부의 정책이 마이너스란 오명에서 벗어나길 희망한다. 최소한 어린 시절 노래 가사 속 두꺼비에게 '새집을 청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은 안 들도록 말이다.
권유경 아프리카연구교육 개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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