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豆'('콩 두')의 참맛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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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31   |  발행일 2020-01-31 제41면   |  수정 2020-01-31
韓中日 교류하며 발전 대표음식 두부
국내서 가장 유명한 강릉 초당순두부
강원 두부장아찌·흔히 먹은 콩비지 밥
대전 두부 두루치기, 완도 파래 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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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방'의 순두부찌개와 모두부, 그리고 비지.

■ 두부 이야기

두부, 꼭 고향 엄마의 손길 같다. 그 근원을 파고들면 두부는 한국·중국·일본의 대표 음식이란 걸 알 수 있다. 중국권에서 만들어져 한국으로 건너오고 임진왜란 직후 일본으로 전파됐는데, 가장 특화된 곳은 일본·중국. 두부(豆腐)의 영어 이름 '토푸(Topu)'는 일본식 발음을 따른 것이다. 중국말은 '떠우후'. 유럽 등 구대륙과 미국 등 신대륙 등지에선 두부 문화가 거의 포착되지 않는다. 콩의 발원지가 만주 일역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국은 단연 콩의 종주국으로도 불린다. 두만강의 두 자도 콩 두(豆)를 사용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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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기자

◆중국에서 발원한 두부

중국 명나라 시절에는 조선 두부 맛이 워낙 유명해 조공품으로 정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두부의 기원은 중국이다. 한나라 회남의 왕자 '유안'이 불로장생할 음식을 만드는 중 우연히 탄생했다는 설, 이외에도 몽골 유목민이 치즈 만드는 것에서 착안했다는 설, 중국이 아닌 인도에서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국내 두부의 제조기술은 승가에 의해 전승된다. 두부 제조는 스님들에게 친숙한 일과였다. 유교 국가인 조선으로 넘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천대받게 되던 스님들에게 두부의 제조는 괴로운 일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포회(泡會)'라는 야외 두부 파티를 즐겼으며 동국세시기에는 10월에 연포탕(軟泡湯)이라는 두부 꼬치 전골을 양반들이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제사에 쓸 두부를 만드는 사찰을 '조포사'로 지정했는데 세조의 능인 광릉 봉선사는 두부제조로 유명한 조포사였다.

중국과 일본에는 별스러운 포스의 두부 관련 음식이 있다. 중국에서 가장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 모여 있는 쓰촨(四川). 그곳의 대표 두부 요리는 바로 '마풔떠우후(麻婆豆腐)'. 일본의 유바(湯葉)는 우리에겐 가장 인상적인 두부 파생 메뉴이다. 유바는 콩물에 별도의 콩가루를 섞어 끓여내는 요리로, 보통 표면에 생긴 엷은 막을 걷어서 말려 먹는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유부'가 있는데 이는 두부를 얇게 저며 한번 튀겨낸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두부는 강릉의 '초당순두부'이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 선생의 부친인 초당 허엽이 강릉 유배시절 경포대의 해수를 간수 삼아 두부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그 두부가 훗날 초당순두부로 발전한다. 현재 경포대 옆에 초당순두부촌이 형성돼 있다.

흥미롭게도 화끈하고 얼큰한 국밥의 고장 대구라지만 두부요리는 비교적 담백한 편이다. 반면 대전은 전국에서 가장 칼칼한 두부 요리를 낸다. '두루치기'라고 하면 돼지고기볶음을 떠올린다. 하지만 대전에서 두루치기라고 하면 곧 '두부 두루치기'를 의미한다. 두부에 얼큰한 국물을 자작하게 곁들인 음식이다. 강원도 산골에서는 설과 대보름이 있는 정월 한 달은 간장에 담가 둔 '두부장아찌'가 손님상 반찬으로 올랐다. '콩비지 밥'도 흔했다. 소금이 귀했던 시절에는 두메산골에서 붉나무 열매를 구해 간수를 대신했다. 이들은 가마솥에 거품이 일면 들기름을 사용해 기세를 잡기도 했다.

늦가을과 초겨울이 만날 때 '추어두부'가 별식으로 등장한다. 기세 좋은 미꾸라지가 뜨거운 열기를 피해 순두부 안으로 기어 들어가게 해서 만든 요리다. 전남 완도군에 가면 '파래두부'를 만날 수 있다. 순두부가 몽글몽글 필 때 파래를 넣어야 색도 곱고 맛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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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올라가 영상제작 프로듀서의 길을 걷다가 갑자기 삶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어 두부장이의 길을 걷기 시작한 대구 달서구 진천동 생활온천 옆 '두부방' ?


대구 전문식당
프로듀서에서 두부인생 전환 전도영
삶 정체성 확인 승부수 던진 '두부방'
모두부·두부떡국·콩국수·띄운 비지
동해안 심층수 간수 투입, 진국 콩물

달성군 화원 마비정마을 '용문 두부'
도내서 공수한 대원콩으로 매일 제조
최적 온도·간수·물의 양, 최고의 맛
가마솥에 콩 삶아 제조 '마비정 쉼터'


◆대구 두부 전문 식당을 찾아서

대구에도 여러 문파급 두부 집이 있다. 가장 유명한 데는 '갓바위 순두부'로 불렸던 '산골기사식당'이다. 동구 백안삼거리 근처의 본점 간판에 보면 툇마루에서 기념촬영을 한 초대 사장 할아버지의 근엄한 표정이 걸려 있다. 현재 두부 할배의 손자인 이정훈씨가 3대째 50여년간 가업을 잇고 있다.

달서구 진천동 대구수목원 근처에 있는 생활온천 옆 '두부방'. 35세의 주인 전도영씨. 그는 작업공간을 '두부 아뜨리에'라고 부른다. 모히칸스타일의 헤어스타일. 아주 다부져 보인다. 두부와 인연이 멀 것 같은데 의외로 그는 '두부 외길인생'에 도전했다. 인터뷰 중에도 입욕객들이 일반 용기에 담겨 있는 콩물을 사러 온다. 메뉴판을 보니 모두 두부와 관련된 것이다. 모두부, 순두부, 순두부찌개, 두부떡국, 콩국수, 띄운 비지 등이다.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계명대 영상과를 졸업했다. 방송제작자, 일명 프로듀서가 되고 싶었다. 지역의 한 케이블 방송국에서 3개월 인턴시절을 보낸 뒤 실력을 인정받아 바로 상경해 KBS 아침 프로그램인 '굿모닝 대한민국' 외주제작사인 시네텔에 들어간다. 그때 그는 경기도 양평 등 본인이 직접 건물을 지은 좀 특별한 집을 소개했다. 한 번도 집에서 잠을 자기 힘들 정도로 밖을 누비고 다녔다.

이어 TV조선의 인기 프로그램인 '코리아 헌터' 프로를 제작하기 위해 전국 유명 심마니, 사냥꾼, 선원 등의 삶을 추격했다. 이어 MBC에서 꽤 인기를 얻었던 문화 프로그램 '문화사색' 을 맡아 이슈와 화제의 문화 인물을 골라 근황을 해부했다. 그 때 소리꾼 장사익도 근거리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 두부를 만나기 직전 채널A 예능프로인 '개밥주는 남자'도 꿰찼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프로듀서의 세상. 하지만 한국 외주영상업체의 현실은 더없이 팍팍했다. 사생활이 갈수록 황량하기만 했다. 몸도 맘도 많이 지친 상태에서 대구로 내려왔다. 2017년 10월이었다. 친구와 보름 정도 제주도를 일주했다. 한 번 배운 일은 좀처럼 그 자장권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역의 한 광고회사에 잠시 몸을 담는다. 3개월 정도 있다가 외삼촌한테서 연락이 왔다. 생활온천 옆 두부방을 새롭게 갈무리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했다. 미팅 전에 일부러 그 두부방의 콩물의 맛을 봤다. 일반 마트에서 사서 먹던 두유와 비교할 수 없는 진국의 콩맛에 매료가 돼 덜컥 두부에 승부수를 던진다.

지난해 11월1일 그의 두부방이 출범한다. 워낙 다양한 수요가 생겨 예전 맷돌 돌리는 방식으로는 주문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기계의 도움을 받지만 기본은 지키자 다짐한다. 국내산 콩, 그리고 일반 간수 대신 동해안 심층 해양수를 간수로 투입하기로 한다. 물론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 물량을 제때 만든다. 콩은 강원도 영월 지역의 백태를 농협을 통해 구매한다. 1년에 8t 정도 소비한다. 성주에 저온보관창고가 있다. 2~3일마다 성주 창고에 가서 필요한 물량을 갖고 온다. 가능한 두 달 이상 보관하지 않으려고 한다.

콩물 인기가 상당하다. 이건 불린 콩을 찐 뒤 믹서에 갈아서 사용한다. 하지만 두부는 먼저 불린 콩을 갈아서 찐 뒤 사용한다.

양념이 되지 않은 백순두부와 콩물, 그리고 모두부를 맛 봤다. 기존 식당의 두부가 유통과정에 건방이 잔뜩 들어가 있다고 하면 이 집은 아직 동화궁전에서 살고 있는 순진한 아이의 살결 같았다.

그날 콩물은 오전 9시, 두부는 10시부터 팔기 시작한다. 모두부 4천원, 순두부찌개 7천원. 매주 화요일은 휴무. 모친(조영숙)이 주말에 아들을 돕기 위해 여길 찾는다.

대다수 단골이다. 콩국수에는 밀양의 한 국수공장의 중면을 사용한다. 하절기엔 한천이 들어간 냉콩국을 만든다. 새로운 메뉴개발 차원에서 떡국이 들어간 두부떡국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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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 마비정 마을의 두 명의 두부 장인. '용문 두부' 이의준 사장(위)과 '마비정 쉼터' 김태분 사장.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 35가구 마비정 마을에는 두 사람이 수제두부를 만들고 있다.

'용문 두부'를 매일 제조하고 있는 이의준 사장. 갓 예순을 넘긴 그는 이 마을 토박이로 23년간 구미의 한 반도체 회사를 다녔다. 그의 부모는 청도 한재 미나리와 비슷한 시기에 미나리를 보급했다. 일이 힘에 부쳐 5년 전 미나리 농사를 그만뒀다. 2007년 귀향한 이 사장은 미나리와 궁합이 맞는 먹거리가 두부란 생각을 했다. 의성, 군위, 청송 등지의 대원콩을 갖고 두부를 만든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맛을 형성할 수 있었다. 온도와 간수, 그리고 섞는 물의 양에 따라 두부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먹긴 쉽지만 막상 만들자면 지극히 어려운 음식이 두부라는 게 그의 지론.

근처 마비정 쉼터 김태분 사장은 2004년부터 가마솥에 직접 콩을 삶아 두부를 만든다. 주말에만 유통시킨다. 특히 옛날 방식의 술빵(4천원)은 다른 곳에서는 맛 보기 힘든 추억의 울림을 갖고 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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