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화상환자 비급여 치료 부담금 50~70% 줄어"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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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04 07:45  |  수정 2020-02-05 09:19  |  발행일 2020-02-04 제20면
광개토병원, 대구경북 유일 근로복지공단 지정 '화상인증병원'
산재승인 화상환자 年 4200명 이르러
화상인증병원서 치료땐 진료비 지원
피부보호·드레싱 등 비용 부담 없어
재활운동 프로그램까지 이용 가능해
2016년 고압산소치료기 도입 운영 중
화재진압 소방관 치료 공익적 역할도
김주승원장-고압산소치료기
대구·경북 유일의 화상인증병원으로, 가스와 화상 환자 등 10명이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기를 갖춘 광개토병원 김주성 원장이 최근 대구에서 이뤄진 고압산소치료 관련세미나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광개토병원 제공〉
2017년 공장에서 일하다 화상을 입은 A씨. 공장에서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화상을 입은 탓에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이런 덕분에 치료비 부담은 전혀 없을 것으로 A씨는 안도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다른 일반적인 치료와 달리 화상치료는 보험 적용이 안되는 치료가 많았고, 이 부분은 환자가 1차적으로 책임져야 했다. 향후 소송 등을 통해 회사에 치료비를 청구해야 하는 구조였지만, 이는 쉽지 않았던 것.

이렇게 같은 해 산업현장에서 폭발사고 등으로 인해 산재 승인을 받은 화상환자는 약 4천200명. 하지만 산재 화상 사고의 상당수가 중증이지만, 치료에 필요한 인공피부·드레싱폼·수술재료대·흉터 연고 등 대부분이 비급여로 분류된 탓에 높은 치료비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2015년 산재보험 비급여 실태조사 결과, 화상환자의 비급여 부담률(22.3%)은 산재보험 전체 비급여 부담률(7.7%)보다 높게 나타났다.

◆대구 유일의 화상인증병원

근로복지공단은 재활인증병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던 중 2017년 척추손상 및 화상 등의 맞춤형 전문 재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그러다 2018년 4월 산업재해 화상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양질의 치료 혜택을 주기 위해 화상인증병원을 선정,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해 10월 화상인증병원을 총 9곳으로 늘렸다.

화상인증병원제도는 근로복지공단이 해당 의료기관과 협의해 비급여 진료비의 실거래가로 적용하고, 그 적용된 비급여 진료비를 근로복지공단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급여적용범위 재활범위를 확대, 화상으로 인한 산업 재해 근로자와 사업주에게는 부담없는 화상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화상인증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피부보호제, 드레싱류 등 공단에서 정한 치료재료에 대해서 산재환자의 비용 부담이 없고, 일반 의료기관에서 제공하지 않는 수부 재활운동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그 결과, 산재근로자 환자의 비급여 본인부담금은 50~70% 정도 줄었다.

근로복지공단 측은 "권역별 화상인증병원 확대를 통해 화상을 당한 산재환자가 치료비 걱정 없이 생활권 내에서 충분히 요양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익적인 측면에서 병원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구조다.

애초 대구지역에서 시범 운영에 참여했던 병원이 있었지만, 이곳이 빠지는 바람에 서울·부산에만 화상인증병원이 있었고, 대구 광개토병원이 참여하면서 대구·경북에서도 산재 화상 환자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지역 의료계 한 관계자는 "비급여가 많을 경우 병원 측에서는 수익률이 더 좋다. 그런 만큼 화상인증병원에 참여한다는 것은 수익보다는 의료기관의 공적역할에 더 비중을 둔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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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병원 고압산소치료기. 〈광개토병원 제공〉
◆10명 동시 치료 고압산소치료기 갖춰

2016년 6월 고령군의 한 제지공장에서 황화수소 중독으로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지만, 환자는 대구경북 지역 내 병원이 아닌 2시간 정도 떨어진 경남 사천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당시 대구경북지역에 고압산소치료기를 운용하는 병원이 없어서다. 연탄 사용 급감으로 가스중독 환자가 거의 사라지면서 대형 병원들은 고압산소치료기를 폐기했고, 중소병원에 있는 것은 용량이 적은 화상환자용이어서 가스중독 환자의 치료에는 부적합한 상황이다.

고압산소치료를 위해서는 산소탱크 설치비용 약 1억5천만원 외에도 고압가스 관리 기사를 별도로 둬야 하고, 의사 한 명은 치료가 진행되는 두 시간 동안 탱크 옆에서 지켜봐야 한다. 거기다 의료수가도 낮다 보니 병원들이 설치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광개토병원은 이런 돈 안되는(?) '고압산소치료기'를 2016년 11월 도입했다. 광개토병원의 고압산소치료기는 최대 4.3기압으로 운영이 가능하고, 최대 10명이 동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고압산소치료기는 대기압보다 높은 기압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100% 산소를 흡입하게 하는 치료기로, 화상 환자들의 치료 회복과 가스 중독, 응급환자 치료 등 다양한 방면에 적용할 수 있다.

고압산소치료기 도입 이후 병원 측은 현재까지 7천300례 고압산소 치료를 진행했고, 1천700여명이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중에는 화재진압에 나섰던 소방공무원 204명도 포함돼 있다. 광개토병원은 대구소방안전본부와 수시검진계약을 체결, 소방공무원이 화재진압후 언제든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투자대비 수익률이 낮은 화상인증병원에다 고압산소치료기까지 도입한 배경에는 공공의료에 일조하고 싶다는 병원장의 운영철학이 담긴 것이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김주성 광개토병원장은 "화상인증병원은 물론 고압산소치료기를 도입하는 것은 개인이 운영하는 병원이지만, 공공의료기관이 진행하는 공익적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싶다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며 "24시간 365일 저희가 꿈꾸는 병원을 이룰 수 있도록 쉬지 않고 노력하고, 그것이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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