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시대공감] 미스터트롯 열풍, 트로트의 새바람을 부르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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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1   |  발행일 2020-02-21 제22면   |  수정 2020-02-21
미스터트롯 시청률 급상승
'국민 드라마'급 인기 얻어
트로트는 왜색가요가 아닌
한국민요도 섞인 우리 노래
어엿한 대중음악 자리잡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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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TV조선 '미스터트롯'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전편인 '미스트롯'의 후광 효과로 어느 정도의 선전은 예상됐지만 지금의 기세는 그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시작하자마자 1회에 12%라는 놀라운 시청률 수치가 나왔다. 그후 거의 매회 자체 기록을 깨면서 상승하더니 7회에 28%를 찍었다. 10%만 넘어도 성공작이라고 하는 요즘 예능 분위기에 28%는 상상하기도 힘든 비현실적인 수치이고, 당연히 종편 사상 최고 기록이다. 이대로라면 꿈의 고지인 30%선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 30%면 KBS 국민 주말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수치인데, 종편 예능이 그런 성과를 기대하게 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미스터트롯' 제작진도 놀라고 있다.

이렇게 국민적인 열기가 나타난다는 것은 한국적인 흥이 작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한동안 힙합, 아이돌 댄스음악 같은 서구음악이 대유행하면서 트로트는 B급 장르로 밀려났다. 하지만 서구음악만으론 채울 수 없는 우리 민족의 흥이 있었는데, 그걸 작년부터 일기 시작한 트로트 열풍이 채워준 걸로 보인다.

트로트가 우리 전통가요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반발한다. 일본에서 들어온 노래라는 것이다. 1970년대엔 왜색가요라는 낙인이 찍혀 탄압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건 트로트에 대한 오해다. 우리보다 먼저 서구문화를 접한 일본인들이 서구음악과 자기들의 전통 5음계를 섞어 엔가를 만들었다. 그 일본식 새 장르가 식민지 조선에 들어와 조선의 민요와 섞여 탄생한 것이 트로트다. 그러니까 트로트는 서구 음악의 동양식 변형이면서, 조선식 변형이기도 한 것으로 우리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5음계를 쓰는 문화권이기 때문에 일본식 변형만 해도 우리에게 친숙한 장르였는데, 거기서 우리 민요와 한 번 더 섞이면서 우리의 색깔이 진하게 입혀졌다.

100% 우리 것만 우리 문화라고 여기는 것은 편협한 태도다. 문화는 원래 국경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흐르는 것이다. 모든 나라가 다른 나라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민족문화를 형성했다. 그러니까 애초에 어디서 들어왔느냐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우리네 삶과 고락을 함께하며 토착화됐느냐의 관점도 중요하다. 그래서 소주가 우리 문화다. 트로트는 식민지 시절과 산업화 시절 우리 민족의 시름을 달래며 100년 세월을 함께 해온 장르이기 때문에 전통가요라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트로트는 일본노래이고, 천박하고, 저급한, 뭔가 드러내놓고 향유하기에는 부끄러운 하위문화 대접을 받아왔다. 젊은이들은 트로트를 촌스러움의 상징처럼 여겨 힙합, 알앤비, 댄스, 발라드, 록만을 떳떳한 대중음악으로 생각했다.

그런 흐름에 조금이나마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작년 '미스트롯'의 성공으로 트로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더니 하반기에 MBC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 신드롬으로 젊은층이 트로트를 재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미스터트롯'으로 본격적인 바람이 부는 것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미스트롯'에 비해 '미스터트롯'의 온라인 관심도가 3.5배 커졌는데, 특히 세대별 데이터 점유율에서 10~20대가 69%를 차지했다. 젊은 세대가 인터넷글을 많이 쓰기 때문에 빅데이터에 과대 계상된다는 점을 감안해도 확실히 젊은 세대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이 신드롬을 계기로 트로트가 이젠 양지(?)로 나와 떳떳한 음악으로 주목받게 되면 좋겠다. 그런 관심이 보다 수준 높은 트로트가 등장할 밑거름이 될 것이다.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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