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10년 후에도 행복한 커피… '가성비는 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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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06   |  발행일 2020-03-06 제35면   |  수정 2020-03-06
매스커피(MASSCOFFEE)
이은재 매스컴퍼니주식회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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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도에서 커피맨으로 변신한 매스컴퍼니주식회사 이은재 대표. 그는 테이크아웃 커피전문 브랜드 '매스커피' 시대를 열고 현재는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외식컨설팅업체까지 리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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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아웃 전문커피 브랜드로 출발한 '매스커피', 지난해 쇼룸 같은 대구 중구 삼덕점을 오픈했다. 오픈 베이킹랩에서 갓 구워져 나온 빵과 커피의 차림새에서 대구발 브런치문화의 한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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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함께 주요한 빵 메뉴를 서빙하는 '매스커피' 존. 빵은 발미까레, 레몬파운드, 스콘류, 크루아상, 치아바타, 마들렌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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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피'는 외식업컨설팅회사로 발돋움했다. 대구 삼덕점 구석 진열대로 가면 앞치마 등 매스커피의 로고가 새겨진 각종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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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매스' 대구 삼덕점 출입구에서 바라다 보이는 커피 드립존과 빵을 만드는 베이킹 랩. 마치 오픈 주방처럼 밖에서도 훤히 보인다.


]2013년 8월1일. 대프리카 특유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그날. 중구 반월당 삼성금융플라자 바로 서편 염매시장 골목길에 신개념 커피숍이 기존 커피 브랜드에 도전장을 낸다.

'매스커피(MASSCOFFEE)' 1호점 대구 반월당점이었다.

1980년생 이은재 매스컴퍼니주식회사 대표(40)는 대구 출신이다. 대구고를 졸업한 뒤 홍익대 건축설계학과를 들어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건정종합건축사무소에 다닐 때만 해도 자신이 커피 사업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2011년, 그가 31세가 되던 해 사표를 던진다. 그리고 대구로 내려와서 카페라는 걸 연다. 처음에는 서울에서 오픈하려고 했는데, 주위에 너무 많은 고수가 있고 초기 자본금도 적잖아 작전상 고향으로 물러난다.

그는 카페를 열기 위해 최소한 알고 있어야 하는 사항도 무시했다. 자기 감만 믿었다. 시내 신피부과 옆 골목 안에서 'Bi Daily'를 론칭한다. '하루에 두 번 오고 싶은 가게'란 의미다.

이때 그는 지상에 얼마나 많은 빵의 스펙트럼이 존재하는가를 몰랐다. 처음에는 토스트와 샌드위치 차이도 제대로 몰랐다. 일단 프랑스의 대표적 샌드위치부터 공부했다. 하지만 돈은 안됐다. 8개월간 적자행진이었다. 월 1천만원씩 적자가 났다. 대충 그냥 되겠거니 하는 안이한 태도로 사업을 시작한 것 때문에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된다.

유명 카페 벤치마킹 등 카페 마케팅 올인
대구에 '테이크아웃 전문 선발주자' 론칭
직장인 밀집한 곳, 10개 메뉴 2분내 전달

쇼룸같은 신개념 카페 '인 더 매스'
철저한 상권분석 대구 23·서울 5개 가맹점
메인상권보다 한뼘 물러나 리뉴얼한 삼덕점
베이커리도 중점…내부 오픈 '베이킹 랩'
발미까레·마들렌·레몬파운드·치아바타
시음후 주문…주말엔 드리퍼 8명이 추출

◆가성비 최고 커피를 만들자

그 국면을 피하고 싶었다. 목돈이 있었다면 가게를 접고 그냥 서울로 올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대출금이 걸려있고 떠날 용기도 여유도 그닥 없었다. '어떤 형태라도 살려내야 된다'고 자신한테 최면을 건다. 사후적으로 카페 마케팅에 올인한다. 메뉴개발이라는 것도 해보고 유명 카페도 벤치마킹했다. 덕분인지 매출이 조금씩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 어느 날 서울 삼성동에서 테이크인이 아니라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사 들고 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하게 지켜봤다. 머리에서 뭔가 번쩍하고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래, 대구에서 테이크아웃 전문 커피숍을 차려보자'고 다짐한다. 그때만 해도 빽다방, 봄봄 등 비교적 가성비 좋은 테이크아웃 커피숍이 대구에 상륙하기 전이었다.

2012년. 커피 브랜드를 '매스커피'로 했다. 그는 건축미학이 뭔지를 알기 때문에 'BI' 'CI' 등 카페와 관련된 각종 이미지통일 작업에 들어간다. MASS. 그가 잡은 브랜드명은 매스다. 그것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싶었다. 영어적 의미는 덩어리, 많은, 무리, 대중의 정도다. '10년이 지난 후에도 믿고 마시며 행복을 느끼는 브랜드'로 알려주고 싶었다.

가성비 좋고 넉넉한 양, 그리고 최적의 퀄리티.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두 가지 슬로건을 제시했다. '당신의 순간을 테이크아웃 하세요, 그리고 우리는 매스커피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옆에 'ONLY GOOD COFFEE, MAKE BETTER BREAD'를 붙였다.

메인 컬러도 선택했다. 블랙, 화이트, 그리고 브라운. 구로철판은 검정, 원목은 갈색, 유리와 벽체는 흰색을 의미한다.



◆결전의 날이 오다

결전의 날이 왔다. 일단 일반 상권은 피하고 직장인이 밀집해 있는 곳부터 우선 겨냥했다. 대구는 반월당 삼성금융플라자 근처가 딱이다 싶었다. 그때만 해도 커피트럭처럼 커피바테이블이 도로와 붙어 있는 형태의 테이크아웃점은 없었다. 행인이 손을 뻗으면 악수도 가능한 거리에 ㄱ자 바테이블을 설치했다.

손님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좌석이 없어 줄을 서야만 했다. 그것도 마케팅 전략이었다. 대신 커피를 빨리 추출해야만 했다. 보통 머신에서 추출액이 나오는 데만 30초 정도 걸린다. 실내에 들어와서 먹으려면 족히 10여 분 기다려야 된다.

매스커피는 최대 2분만 기다려도 이내 들고 갈 수 있게 했다. 단골들에겐 '특급(Express) 커피'란 닉네임이 붙게 된다.

매스는 약~중 배전 커피를 고집한다. 하지만 당시 대구는 탄 듯한 강배전이 유행했다. '맛이 왜 이러냐'고 클레임을 걸면 그는 정중하게 커피의 고유 물성을 그대로 맛보게 하기 위해 그런 강도의 배전을 한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좋아하는 것보다 매스의 원칙을 고수했다. 메뉴도 정리했다. 당시 웬만한 카페는 60여 개의 메뉴를 갖고 있었지만 매스는 10여 개로 조정했다. 빵과 쿠키류도 포기했다.

31~35세, 그는 하루 4시간 이상 자지 못했다. 오전에는 매스커피로 출근하고 오후에는 바이 데일리로 갔다가 마감 후 다시 바이 데일리로 왔다. 몸에 무리가 왔다.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바이 데일리는 3년 만에 접는다.



◆외식컨설팅 회사로 거듭나다

매스커피를 기반으로 새로운 외식컨설팅회사를 만들 필요를 느낀다. 그래서 매스컴퍼니주식회사를 차린다. 서울 마장동과 대구 중구 삼덕동에 각각 본사를 둔다. 이 회사는 식음료 카페 창업 관련 브랜드컨설팅 전문이다. 그때부터 매스커피는 가맹사업을 시작한다. 기획팀, 디자인팀, 교육팀, 로스팅팀 등을 갖춘다. 시청점, 동성로점은 직영점으로 가고 나머지는 가맹점 형태로 갔다. 지금까지 28호점을 냈다. 대구는 23개, 서울이 5개다.

그는 냉정했다. 다다익선이 정답이 아니란 판단 때문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폐점한 데는 하나도 없다. 상권분석에 철저를 기했기 때문이다. 오픈 전에 담당 직원이 몇 주간 현장을 독수리의 눈매로 점검한다. 비오는 평일 오후 3시에 몇 명이 움직이는지까지. 새로운 라이블 업체가 추격하기 시작한다.

내실을 다지고 싶었다. 테이크아웃을 기반으로 느긋하게 매스의 기치를 음미할 수 있는 신개념 카페를 만들었다. 바로 매스커피 쇼룸 같은 'in the Mass'였다.

그는 일류보다 빼어난 이류를 좋아한다. 중구 삼덕점도 기존 동성로 메인상권보다 한 뼘 뒤에 물러나 있다. 삼덕점은 원래 자동차정비공장을 하던 곳이라서 층고가 높다. 지난해 1월에 오픈했다. 이젠 베이커리 파트에도 중점을 둔다. 대구발 베이커리커피숍 붐을 반영한 것이다.

내부가 훤히 보이는 베이킹 랩에서는 4명의 직원이 일한다. 아이들도 먹을 수 있게 화학적 첨가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바삭한 파이에 다크초콜릿크림을 올린 발미까레를 비롯해 마들렌, 레몬파운드, 스콘류, 치아바타, 크루아상 등이 진열대에 깔려 있다.

주말에는 8명의 드리퍼가 커피를 추출해낸다. 직접 볶은 원두의 배전 상태를 확인하고 시음까지 한 뒤 주문할 수 있게 했다. 사용하는 콩은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브라질 계열.

글·사진 = 이춘호 전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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