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인포데믹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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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8   |  발행일 2020-03-18 제27면   |  수정 2020-03-18

정보전염병을 뜻하는 인포데믹(infodemic)은 정보(information)와 풍토병(endemic)의 합성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함께 가짜뉴스가 범람하면서 부각되고 있는 용어다. 잘못된 정보나 악성루머가 SNS·인터넷 등을 타고 급속도로 퍼지면 전염병처럼 누구나 쉽게 감염된다는 의미에서 붙였다. 정보전염병은 일단 퍼져버리면 바로잡기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혼란과 같은 경제위기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미국의 전략분석기관 '인텔리브리지'의 창립자 데이비드 로스코프가 2003년 5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이 정보전염병은 방역당국의 정상적인 방역 및 치료활동을 방해하고, 민심을 이반시키며, 소모적인 갈등을 초래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실제로 식음료를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은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에 떠도는 바람에 방문객이 급감해 큰 손해를 입기도 했다. 해당 업주의 진실규명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그 손해는 한동안 회복되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19 감염증에 걸리면 완치돼도 폐 손상이 심각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는데 사실이 아닌 가짜 뉴스였다. 속칭 '지라시'라고 하는 금융시장에 나도는 출처 불명의 악소문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인포데믹에 속한다. 지난 2월 중순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급증하자 정부가 '대구 봉쇄'를 검토했다는 검증 안된 얘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급기야 정부와 여당이 "일부 표현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정보전염병의 위력을 절감케 한 좋은 사례다.

전 세계 인류가 미증유(未曾有)의 보건 위기를 맞고 있다. '미증유'라는 말 그대로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다. 처음 겪는 일이어서 더더욱 힘겹고 혼란스럽다. 이럴 때일수록 분별심을 갖고 차분하게 대처하면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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