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이 민원인 개인정보 취급...유출 가능성 우려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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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1 22:05  |  수정 2020-04-01 22:24  |  발행일 2020-04-02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 유출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대구에서도 사회복무원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우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다가 소집 해제된 A씨. 대구시청 행복민원과에서 민원인이 여권발급신청서를 작성하면 해당 내용을 조회하는 일을 맡았다. 여권발급신청서에는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 등이 적혀 있었지만 공무원 없이 혼자 업무를 진행한 경우가 적잖았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규정 15조 3항은 복무기관의 장이 사회복무요원을 단속, 금전 취급, 개인정보 취급 등 비리 발생 소지 또는 민원 발생 분야에 근무하게 할 때는 담당 직원과 합동으로 근무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A씨는 "해당 업무를 볼 때 주변에 담당 공무원이 항상 있는 건 아니다. 홀로 일을 진행할 때도 있었고, 나쁜 마음을 먹으면 충분히 개인정보 유출이나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소중한 개인정보의 불법 유출을 사회복무요원 양심에만 맡긴 상황"이라고 했다. 여권발급 관련 업무뿐 아니라 A씨는 요양보호사 자격증 신청서에 확인도장을 찍으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 당시 앉아서 일할 공간이 없었던 탓에 탕비실에 혼자 들어가 도장을 찍었다. 신청서에는 사진, 주소,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었다. 


1일 대구·경북지방병무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대구경북에는 5천526명의 사회복무요원이 있다. 지자체 2천51명, 복지시설 1천818명, 공공단체 835명, 국가기관에 822명이 근무 중이다. 인터넷 한 커뮤니티에는 "사회복무요원에게 개인정보 업무를 시켰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1일 이 커뮤니티에는 "전 국민 주민등록번호를 다 검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사회복무요원)가 다루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동사무소에는 n번방 사건 이후에도 개인정보 관련 업무 계속시킨다" "시청에서 근무 중인데 내가 가족관계 증명서 직접 떼서 준다" "공익으로 근무 중인데 마음만 먹으면 전 국민 주민등록번호 전부 다 알아낼 수 있다" 등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다. 


A씨의 주장에 대해 대구시 측은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 관련 업무를 처리할 땐 담당 직원이 함께한다고 반박했다. A씨가 근무했던 대구시 민원과 관계자는 "민원인의 여권 작성을 도와주면서 개인정보를 볼 수 있지만 담당 공무원이 옆에 나란히 앉아 있다"며 "사회복무요원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교육과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사회복무요원이 아예 개인정보를 관리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텔레그램 n번방. 사회복무요원(공익)이 국민의 개인정보를 취급하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사회복무요원(구 공익)이 국민의 개인정보를 취급하지 못하도록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규정(병무청 훈령)을 개정하라. 공무원과 합동 근무하더라도 개인정보를 취급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4시20분 현재 8천466명이 청원에 동의한 상태이다. 


한편 지난달 29일 행정안전부는 민원담당 공무원과 사회복무요원에 대해 복무관리 규정을 준수하도록 교육하고, 현장 실태점검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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