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25개 선거구 중 10곳에서 전직 국회의원 12명이 출마해 금배지에 재도전하고 있다. '흘러간 물'로 불리는 전직 의원들이 과연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수 있는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TK에서 전직 의원 출마자 12명은 역대 선거에서 유례 없이 많은 숫자이다. 20대 총선만 하더라도 수성구갑에서 맞붙었던 김부겸(더불어민주당)·김문수(새누리당)후보와 중구-남구 박창달(무소속)·경주 정종복(무소속) 후보 정도였다. 이중 김부겸 후보 한 명만 당선됐다.
전직 의원의 재도전 성공 요인으로 주요 정당 공천이 중요했다. 김부겸 후보뿐 아니라 13대와 15대 국회를 건너뛰고 14대와 16대 두차례 컴백에 성공했던 윤영탁 전 의원(대구 수성구을 출마), 18대 공천 탈락 뒤 19대에 재등원했던 김재원 의원(군위-의성-청송 출마) 등이 모두 그랬다. 윤 전 의원은 16대 때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고, 김재원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정당 공천을 받은 미래통합당 류성걸(대구 동구갑 출마)·김희국(군위-의성-청송-영덕 출마) 후보는 이들 중에서 당선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분석이다. 둘 다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이 당대표를 지낸 바른정당 출신이다.
류·김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들은 '텃밭'에서 기본점수를 따고 들어가는 통합당 후보들과 승부를 벌여야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있다. 하지만 일부 후보들은 선거구 특성을 최대한 살려 통합당 후보들과 승산 있는 대결을 벌이고 있다.
상주-문경에 출마한 이한성 후보와 영주-영양-봉화-울진 장윤석 후보는 선거구도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는 통합당 임이자 후보와 보수 표심을 놓고 1대 1 구도로 맞서고 있다. 장 후보도 통합당 박형수 후보와 같은 구도에서 경쟁하고 있다. 특히 장 후보의 지역구는 4개군이 합쳐진 복합선거구여서, 소지역대결이 벌어질 경우 장 후보 연고지인 영주가 박 후보의 울진보다 인구가 많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경주와 안동-예천에선 전직 의원이 각각 두명씩 출마했다. 경주에선 정종복 후보과 김일윤 후보가, 안동-예천에선 권오을 후보와 권택기 후보가 각각 뛰고 있다. 이중 정종복·권택기 후보는 통합당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했기 때문에 '공천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경주에선 경선 승자의 공천이 무효화되고 컷오프됐던 현역의원(김석기)이 공천된 점을 겨냥해, 안동-예천에서 통합당 공천이 '낙하산'이라면서 똑같이 '민심 역행'을 주장하고 있다.
대구 출마자들은 지역 특성상 과거 지역구에 얽매이지 않고 선거구를 바꿔 출마한 게 눈에 띈다. 수성구을에 출마한 홍준표(서울 송파구갑 1선, 동대문구을 3선), 달성군 서상기 후보(비례대표 1선, 대구 북구을 2선), 수성구갑 곽성문(대구 중구-남구 1선) 후보 등이 그렇다. 대구 동구을에 출마한 송영선 후보는 비례대표 2선 뒤 경기 남양주갑에 출마한 적이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전직 의원들은 한번 이상 '선택'을 받아 의정활동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과거 행적이 유권자들 인식과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면서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 또는 미래에 대한 원대한 청사진이 유권자들 고정관념을 바꿔놓을 정도로 임계점을 넘어야 당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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