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정치칼럼] '바뀐 세상' 한 달 되돌아보니…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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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18   |  발행일 2020-05-18 제26면   |  수정 2020-05-18
여당 압승후 일어난 일들

정권 향한 수사 흐지부지

줄줄이 석방된 조국 일가

적폐몰이 수단 된 윤미향

최강욱에 전화 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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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본부장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 4·15 총선에서 범여권이 압승한 직후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한 말이다. 그는 로펌 재직 시절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에게 입시용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자신에 대한 수사가 문재인정권의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공작이라고 주장해 왔으니, 앙갚음의 주된 대상은 윤석열 검찰총장일 걸로 추정된다. 나아가, 탄핵→대선 패배→지방선거 참패를 거치고도 여전히 반항하는 '적폐'들이 이번 총선 대패를 계기로 다시는 고개를 쳐들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경고로도 들린다. 최강욱은 특히 보수성향의 논조를 지닌 언론과 검찰을 겨냥해 "한 줌도 안 되는 부패한 무리"라고 표현했다.

최강욱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총선이 끝나고 한 달 조금 지난 시점인데 세상이 바뀌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집권세력의 뜻대로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검찰의 수사 의지가 총선 전만 못하다. 대통령 탄핵감이 될 수도 있다던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조직적 개입 의혹은 잔챙이들만 기소한 채 묻힐 판이다. 오히려 7월에 공수처가 들어서면 윤석열이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울산시장 부정선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은 재판에서 면죄부를 받을지도 모른다. 법원 분위기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여당이 압승한 직후 조국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검찰의 구속기간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법원에 의해 구치소에서 나왔다. 조국의 동생 조권씨도 법원의 직권보석 결정으로 풀려났다. 조국은 첫 재판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에게 보도 똑바로 하라고 훈계조로 말하기도 했다.

정국운영에서도 범여권은 제 세상을 만난 듯이 보인다. 총선 전에 일어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사건은 쉬쉬하고 공증까지 했다가 선거 직후 전격 사퇴하는 걸로 마무리했다. 위안부 할머니 지킴이를 자처하던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적폐몰이에 이용한다. 이용수 할머니의 안타까운 폭로로 시작된 일을 "친일세력의 모략"이라고 몰아붙인다. 기세를 타고 정부가 '코로나 블랙홀' 국정운영을 하면서 3년 실정은 다 묻혀버렸다. 지금은 경제가 어려운 것도, 남북관계가 다시 악화된 것도 모두 코로나 때문이라고 한다. 그 틈새를 비집고 집권세력에선 개헌, 국가보안법 폐지, 이익공유제, 토지공개념 같은 좌 클릭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이너서클에선 문재인 대통령을 태종, 세종에 빗대며 충성경쟁도 벌인다.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이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문재인정부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국가 정체성과 대한민국 사회 주류교체를 위한 엄청난 변혁이 일어날 게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소수 보수야당의 목소리는 무시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열린민주당 대표가 된 최강욱에게 전화를 걸어 '동고동락' 했다며 독려한 건 권력 내 강경파들의 마이웨이 선언이다. 특히 대통령이 검찰에 기소된 형사피의자에게 권력기관(검찰) 개혁에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한 배경은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검찰과 언론을 향해 앙갚음하겠다는 최강욱에게 힘을 실어준 결과가 되는 까닭이다. 대통령부터 총선 결과로 세상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뭘 갚아주겠다는 건지 궁금하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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