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자가진단 모니터링·학생 체온 관리 등 등교 수업 이후 학교현장 문제점 해결에 중점"

  • 최미애
  • |
  • 입력 2020-06-29 08:09  |  수정 2020-06-29 08:15  |  발행일 2020-06-29 제14면
■ 'The 안전하게 학교가자'앱 개발한 '학교가자팀'

학교가자팀
코로나19 이후 등교 수업에 필요한 기능이 담긴 앱을 개발한 '학교가자팀'. 왼쪽부터 충남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 학생 고태완, 진월초등 신민철 교사, 서울시교육청 엄주홍 교사, 강림초등 하주형 교사, 김지현 대구창의융합교육원 파견교사. <대구시교육청 제공>

최근 등교를 시작하긴 했지만 코로나19로 등교가 미뤄지는 동안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 교사들은 하는 일이 없는 것 아닌가요?" 아마도 대구의 교사를 중심으로 전국 100여명의 교사들이 모여 만들어낸 온라인 학습 사이트 '학교가자닷컴'이 이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학교가자닷컴에서 활동한 선생님 중 일부 교사는 '학교가자팀'을 만들어 코로나19 이후 등교 수업에 필요한 앱인 'The 안전하게 학교가자'를 개발, 한국IBM과 서울시가 개최한 '콜 포 코드 2020' 온라인 해커톤 대회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앱 개발에 참여한 김지현 대구창의융합교육원 파견교사, 신민철 진월초등 교사, 하주형 강림초등 교사를 만나 이번에 개발한 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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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용·교사용 'The 안전하게 학교가자'앱. <대구시교육청 제공>

'The 안전하게 학교가자'는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겪었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됐다. 등교 수업이 시작된 후 교사들은 수업 외에도 발열 체크 등 할 일이 많아졌다. 교사들이 '방역의 전문가'가 돼야 했다.

"등교하고 10분 정도의 시간에 교사가 할 일이 많았어요. 온라인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도 확인해야 하고…. 방역 매뉴얼도 계속 나왔어요. 코로나19 감염 예방에도 신경을 써야 하니 정작 수업에 소홀해지는 상황이었어요."(하주형)

"자가진단 등의 시스템은 너무 좋은데, 현장에선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 할 일이 많아졌는데 무엇에 집중할지 몰랐어요. 조금이라도 이런 문제점을 줄여서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게끔 하자는 게 시작이었어요."(신민철)


교사들 수업외 할 일이 많아져
수업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 본질에 충실하고자 시작
2020 한국 해커톤 대회서 수상

4차산업혁명 시대 신기술 활용
학생에게도 긍정적 영향 줄 듯
다음달 글로벌 대회 준비 주력



그렇게 해서 5명으로 구성된 팀이 꾸려졌다. 서울시교육청 엄주홍 교사와 대구 출신인 충남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 고태완씨가 개발자로 참여했고, 신민철·하주형 교사는 등교 수업 후 학교 현장의 문제점을 찾고, 이를 해결하는 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는 등 전반적인 기획을 맡았다. 김지현 교사는 앱의 UI(User Interface)를 맡아 초등 1~2학년 학생들도 쉽게 그림을 보고 알아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들은 2~3주 정도 앱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필요한 도구를 활용해보기도 했다. 앱 프로토타입(시제품)도 만들어보고, 앱과 연동해 볼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 대해서 고민해보기도 했다.

하주형 교사는 "시간을 정해놓고 하기보다는 팀원들이 모인 휴대폰 메신저 단체대화방에서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어떤 시도를 해봤다가 실패하면 다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과정을 거쳤다"라며 "자발적으로 모여서 이런 문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문제를 개선해나갈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개발된 앱에는 자가진단 모니터링, 학생 체온 관리, 학생 안전 지도 등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개학 상황에서 학교 현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들을 담았다. 계속 업데이트되는 방역 매뉴얼을 교사가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챗봇(Chatbot) 기능도 넣었다.

사실 학교가자팀은 이번 대회에서 수상할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대회에 참가한 이들이 대부분 전문 개발자들이었기 때문이다. 학교가자팀 교사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았다고 했다.

신민철 교사는 "대한민국 교사가 코로나19 상황 동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저희는 학생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교가자팀은 이번 앱 개발이 코로나19로 발생한 학교 현장 문제 해결을 위해 시작했지만 이러한 경험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지현 교사는 "저희가 앞으로 이런 것들을 체험해보고 해야 아이들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게 다양해질 것 같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교가자팀 교사들은 앱을 개발했지만, 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일단은 개발한 교사들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장기적으로는 이 앱을 학교 현장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 교사의 목표다. 다음 달 말에 참가하는 글로벌 대회 준비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교사가 교육의 본질이 아닌 것에 시간을 투입하지 않고 그 에너지를 교육에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저희가 앱을 개발한 이유였어요. 글로벌 대회에선 모든 학생은 안전하게 학교에 갈 권리가 있다는 철학을 담으려고 합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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