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숙현 선수의 절규 외면한 관련 기관의 책임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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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8   |  발행일 2020-07-08 제27면   |  수정 2020-07-08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 6일 열린 국회 문체위 긴급 현안 질의에서 문체부 측은 "팀닥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라는 어이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최 선수 사건과 관련해 경기인 출신 최윤희 문체부 2차관이 나서서 전반적인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사실관계부터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문체부가 대통령 지시가 있은 지 5일이 지나도록 폭행의 직접 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로 불린 사람의 정보조차 입수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문체부의 늑장 대처를 보면 산하기관의 일 처리가 어떠할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석희 선수가 코치의 상습 폭행을 폭로했을 때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산하에 인권센터를 운영해 선수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최 선수가 스포츠인권센터에 신고했지만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 '불행한 사태'를 자초했다.

최 선수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 선수들은 6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주장의 왕국이었다"며 집단 폭력과 인권 유린이 일상화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렇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 등 3명은 관련 혐의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몰고 간 데 대한 원인 규명과 경찰의 철저한 수사는 기본이다. 다만 가해자·관련자 처벌에 그쳐서는 안 된다. 최 선수는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공공기관과 책임 부서가 이 문제를 회피하면서 극한의 압박을 겪었다.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 경북체육회는 물론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책임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문체부는 경기력 향상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각종 인권 침해를 뿌리 뽑을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감독과 코치에게 복종만 강요하는 도제식 시스템 개선 방안을 서둘러 내놓길 바란다. 나아가 선수단 내 폭력·가혹 행위를 한 지도자나 선수는 현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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