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다부동 전투' 주역 백선엽 장군 별세에 칠곡지역 애도 이어져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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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12 13:54  |  수정 2020-07-12 14:57  |  발행일 2020-07-13 제2면
향년 100세 일기로 지난 10일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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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앞장서겠다. 내가 물러서면 너희들이 나를 쏴라."

대한민국 최초 4성 장군이자 칠곡 '다부동 전투' 주역인 백선엽 장군이 지난 10일 향년 10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50년 8월 낙동강 전선 다부동 전투 승리는 백 장군이 구국(救國)의 일념으로 일궈낸 크나큰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대한민국의 명운이 경각에 달린 위기상황에서 1사단장이던 그는 불굴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북한군의 파죽지세와 같은 공세에 밀려 퇴각하는 부하들을 향해 "내가 물러서면 너희들이 나를 쏴라. 너희들이 물러서면 내가 너희들을 쏘겠다"고 독려하며 선두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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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모 국방부장관에게 브리핑하고 있는 백선엽 준장(왼쪽)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제공

그와 부하들의 결사항전으로 부대는 끝내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냈고 그 기세를 몰아 인천상륙작전 이후 평양까지 진격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공로로 다부동전투가 벌어진 경북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에는 그의 공적비가 세워져 있다.

백선엽 장군이 타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사회에서는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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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칠곡군 석적읍 왜관지구전적기념관에 마련된 고(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분향소를 찾은 청소년들이 조문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자유총연맹 칠곡군지회가 12일 왜관지구전적기념관과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분향소'를 마련하자 이른 아침부터 고인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휴일임에도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청소년과 지역주민은 물론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기원했다.

이장협의회·방위협의회 등 지역 사회단체와 보훈단체 등에서 내건 백선엽 장군을 추모하는 현수막도 수십여개에 달한다. 지역 간선도로와 아파트에는 "다부동 전투의 영웅 백선엽 장군님의 명복을 빕니다"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호국의 영웅 백선엽 장군님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현수막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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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이철우 경북도지사, 백선기 칠곡군수, 정희용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역 기관·단체장들이 칠곡군 가산면 다부동전적기념관에 마련된 고(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페이스북·밴드·유튜브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고인을 추모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최종률(51) 석적읍 부영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은 SNS를 통해 "저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정치도 잘 모른다"며 "백선엽 장군을 존경하는 것은 목숨을 걸고 사단장 돌격까지 감행하며 칠곡군을 지켜주셨고 그 누구보다 칠곡군을 사랑하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인과 특별한 인연을 맺어온 백선기 칠곡군수는 12일 지역에 설치된 2곳의 분향소와 빈소가 마련된 서울 아산병원을 연이어 찾아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백씨라는 흔치 않은 성(性)에 이름까지 비슷한 이들이지만 서로 알고 지낸 지는 2012년부터다. 호국의 고장 군수로서 6·25전쟁 때 칠곡에서 벌어진 '다부동 전투'를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을 찾아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것은 당연한 도리였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이후 백 군수는 서울에 출장이 있으면 꼭 한 번씩은 백 장군을 찾아 문안 인사를 드렸다. 또 백 장군의 생일이면 잊지 않고 선물과 떡을 준비해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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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백선엽 장군의 생일을 맞아 서울을 찾은 백선기 칠곡군수가 부인 노인숙 여사와 환담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이 같은 정성에 백 장군도 칠곡의 대소사를 적극 챙기며 보답해 왔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주변에 만류에도 불구하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 자고산 303고지 추모비 참배행사에 직접 참석하는 등 시대는 다르지만 '호국의 길'을 함께 걸어온 인연으로 누구보다도 서로를 이해하고 든든한 조력자가 돼 왔다.

백선기 군수는 "칠곡군과 백선엽 장군의 다부동 전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비록 세상을 떠나셨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 한 고인의 호국정신과 공헌만큼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인은 생전 태극무공훈장(2회), 을지무공훈장, 충무무공훈장, 미국 은성무공훈장, 캐나다 무공훈장 등을 비롯해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 '2010 밴 플리트 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한국전쟁一千日'(1988), '軍과 나'(1989), '실록 지리산'(1992), '한국전쟁Ⅰ,Ⅱ,Ⅲ'(2000), 회고록 '조국이 없으면 나도 없다'(2010), '노병은 사라지지 않는다'(2012)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노인숙씨와 아들 남혁·남흥씨, 딸 남희·남순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 발인은 15일 오전 7시.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이다.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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