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마약빵, 맛있나요?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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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1 07:41  |  수정 2020-07-21 08:04  |  발행일 2020-07-21 제17면
마약류 사범 나이 점차 낮아져
중독 급속 확산 막는 최선책은
청소년 대상으로 한 예방교육
청소년 대상으로 한 예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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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이〈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약사〉

"엄마, 마약은 어디서 살 수 있어요?"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이 '마약김밥'을 먹다가 엄마에게 던진 질문이다. '마약빵' '마약 옥수수' 등 마약이란 단어만 들어가면 음식이 맛있어지는데 그 맛있는 마약을 자신의 주변에서는 팔지 않으니 도대체 어디 가야 살 수 있는지 아이는 무척 궁금했던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마약이라는 용어는 불법, 중독성 약물이라는 의미와 함께 아주 맛있는 음식, 특별한 물건, 편안하고 좋은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수식어로 일상생활 곳곳에 사용돼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친숙한 용어가 됐다.

그렇다면 실제 우리나라의 '마약' 관련 현황은 어떨까? 대검찰청에서는 1990년부터 매년 5~6월쯤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외 마약류 관련현황 및 관련범죄들의 단속결과를 종합 분석한 '마약류 범죄백서'를 발간한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2019년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6천44명을 기록해 전년 1만2천613명 대비 2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숫자보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최근 비대면으로 손쉽게 마약류를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 마약을 접하는 평범한 일반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세 미만의 청소년 마약류사범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19세 미만 청소년 마약류사범은 2015년 128명에서 121명(2016년), 119명(2017년)으로 비슷한 추세를 보이다가 2018년에는 143명, 2019년에는 239명으로 전년 대비 67.1% 급증했다. 그중 14세미만의 촉법소년도 2명 적발되는 등 연령대가 점점 하향화돼 더 이상 청소년도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세대가 아님이 확인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청소년들이 인터넷 및 각종 채팅 앱 등을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에 쉽게 노출되고 있고 호기심 유발을 위한 자극적인 영상과 정보들이 인터넷상에 범람하고 있는 것이 중요한 요인이라 볼 수 있다. 거기에 온갖 종류의 생활용품에 '마약'이라는 단어가 경쟁적으로 붙여지며 어린 시절부터 마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보다는 꼭 사용해보고 싶은, 특별한, 맛있는 것으로 친숙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마약류사범 1만6천여명이라는 숫자는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으나 마약관련 범죄는 대표적인 '암수범죄'로 실제 범죄 수는 최소 30배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 아래 우리나라에서 마약류 중독문제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한 최우선의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 그 답은 바로 예방교육에 있다고 확신한다. 마약퇴치운동본부의 활동을 통해 만나는 대부분의 국민은 마약류 문제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며 어른들은 청소년에게 마약 관련 교육을 하면 오히려 호기심만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 우려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예방이라는 것은 그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내용으로 행해져야 그 의미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니 모든 청소년이 하루빨리 예방교육을 빠짐없이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오늘도 어느 마약 중독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마약이 이렇게 나쁘다는 것을 한번이라도 교육 받았더라면 저는 절대로 중독자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이향이〈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장·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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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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