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수고했습니다. 잠깐 쉬었다 갑시다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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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3 07:53  |  수정 2020-08-03 07:54  |  발행일 2020-08-03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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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되돌아보니 너무 지루하고 길었다. 개학을 무려 네 차례나 미루다가 마침내 온라인 개학을 했지만 원격수업, 드디어 등교를 했지만 모든 교육은 반쪽이었다. 변화무쌍한 이 미증유, 전대미문의 학교에서 우리는 여섯 달을 견뎌내었다. 그동안 느낀 감정을 살펴보니 아슬아슬 조마조마 안절부절 천만다행. 지긋지긋하고 고단했지만 이겨낸 우리가 참 대단하다. 무엇보다 어른보다 더 방역과 안전 규칙을 지켜 준 학생들이 고맙다. 원격수업을 제작하고, 등교와 원격(쌍방향)으로 나누어져 두 배의 일을 해낸 교사들은 위대하다. 내가 교육부 장관이고 교육감이면 교사와 학생들을 위로하는 이벤트라도 해 주었을 것이다.

우리 교육은 늘 걱정덩어리였지만 지금이 더 걱정이다. 눈에 띄게 떨어진 학력격차도 걱정이고, 이게 무슨 교육이고 학교가 이래도 되나 싶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데 대구교육청은 방학식이 끝나자 일방적으로 오는 18일부터 전면등교를 하겠다고 알려왔다. 원격과 등교수업이라는 이중고는 줄었지만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방역에 대한 조치만 잘 갖춰진다면 면대면 교육을 하는 것이 낫다. 협력이나 활동, 체험은 불가능하지만 지식중심의 수업이라도 이게 훨씬 좋다.

하지만 이건 현장의 집단지성으로 결정될 문제이지 교육감이 일방적으로 결단하여 통보할 사안이 아니다. 물론 학교장과 일부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하겠지만 당사자인 교사들은 무시되었다. 교육청 사람들은 원격수업을 직접 해 본 적이 없다. 경험의 차이로 오는 현장감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여기에다 교육청은 포스트 코로나든 위드 코로나든 공개적으로든 현장 교사와 학자들이 참여하는 그 흔한 온라인 토론회조차 할 계획이 없다. 여기저기에서 타 교육청에서 하는 온라인 토론회나 포럼을 지켜보면서 대구교사로서 자존감이 떨어진다. 지금이라도 지난 6개월의 학교를 돌아보고 이후의 교육방향과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발등에 떨어진 원격학습이라는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면서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력격차가 심각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대학의 서열화를 두고 입시경쟁 교육을 지속하는 한 현재 교육도 불가능하고 미래교육은 더더욱 불가능하다는 것도 인식하게 되었다. 방역이 최우선인 상황이 지속된다면 교육과정에서 무엇이 불가능한지를 판단하고 지식교육이나마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수업일수나 수업시수, 학습량을 조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식교육만 할 수는 없다. 교육의 질을 보장하는 실천 사례를 연구해야 한다.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힘은 현장에서 나온다. 학교마다 교육과정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집단지성을 모아낼 수 있도록 민주학교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따라야 한다. 학급당 정원도 반쪽 등교를 하지 않도록 과학고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그래서 교육청에 제안한다. 대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에 대한 논의를 주도해보자. 대구교육청은 타 교육청이 10년 넘게 하고 있는 그 흔한 혁신학교도 없다. 대구형 혁신학교가 100여개나 있다고 하겠지만 어느 지역도 주목하지 않는다. IB학교도 교사들 관심 밖이다. 대구는 대전교육청과 내부형교장공모제 B형도 전혀 실시하지 않는다. 현재 승진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의지가 전혀 없다. 무슨 연유인지 짐작은 가지만 속 좁게 보일 뿐이다.

지금은 교육대전환의 시점이다. 여기서 시작하자. 또 머뭇거리다가 뒤처지지 말자. 여기저기에서 수십 차례 크고 작게 모여서 공개적으로 연구하고 토론해보자. 코로나 이후의 교육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가자. 그 어느 해보다 긴 장마 속에서도 우리는 가끔 보이는 파란 하늘과 붉은 노을에 감탄했다. 어쩌다 보이는 달은 또 얼마나 반가운가? 그동안 정말 수고했다. 방학, 짧지만 무거운 짐을 내려두고 쉼에서 기운을 얻고 주도적으로 반가운 소식을 만들어 보자.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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