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홀대받는 주왕산 국립공원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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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5   |  발행일 2020-08-05 제26면   |  수정 2020-08-05
예로부터 사랑을 받았지만
초입에는 어지러운 전깃줄
좁은길에 난립한 상가시설
분뇨차마저 수시로 오고가
이런 현실 왜 방치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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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규 문화부 전문기자

사람이든 물건이든 임자를 잘못 만나면 그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천하제일의 보석을 품고 있는 원석이라도 그 가치를 알아보는 임자가 멋진 보석으로 다듬어 내지 않으면 평범한 돌덩이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경북 청송 주왕산은 1976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2017년에는 주왕산을 비롯한 청송군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되었다. 제주도(2010년)에 이어 두 번째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수려하고 특별한 풍광을 자랑하는,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산이기 때문이다.

주왕산(721m) 일대는 중생대 백악기에는 거대한 호수였다. 이 호수 바닥에 오랜 세월에 걸쳐 퇴적암층이 형성되고, 7천만년 전 엄청난 규모의 화산 분화가 일어나 뜨거운 화산재가 대량으로 쌓이고 화산재 주변에 용암이 응집하면서 거대한 암벽 등이 형성되었다. 이후 침식과 풍화를 거쳐 오늘날의 주왕산 모습이 되었다. 덕분에 주왕산의 바위, 폭포, 계곡, 산세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장관을 자랑한다.

주왕산은 요즘도 가는 사람 누구나 감탄하는 명산이지만, 옛날부터 많은 이들의 각별한 사랑을 받아왔다. 주왕산을 탐방하고 느낀 감동을 적어 남긴 주왕산 유람록이 선비들것만 해도 약 50편이, 주왕산을 읊은 한시는 600수 정도 확인됐다. 이런 주왕산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가 시설들이 난립해 있는 초입의 좁은 길이 문제다. 다른 국립공원 초입의 걷고 싶은 멋진 길들과는 거리가 멀다. 시야를 어지럽게 하는 전주와 전깃줄도 마찬가지다. 요즘 시대에 이런 국립공원이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며칠 전 주왕산 아래에 있는 대전사 주지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스님은 15년 전쯤 대전사 주지로 발령받아 주왕산을 처음 보고는 그 수려함에 놀라며 감동했다. 금강산과 묘향산에도 가봤지만 그에 못지않게 멋지다고 생각한 산에 살게 되면서 한 가지 원을 세웠다. 수려한 주왕산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은 대전사 주변 상가와 음식점만이라도 정리하겠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난관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사찰 주변과 그 위쪽 내원동에 난립해 있던 상가, 음식점, 주택 등 약 20동을 철거하고 정비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했다.

최근 다시 대전사 주지로 부임해 살고 있는 스님은 지금도 여전히 문제가 많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등산·관광객이 이용하는 화장실이 아직 재래식이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계절이면 수시로 분뇨차가 드나들며 분뇨를 치워내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향기롭지 못한 냄새를 맡아야 함은 물론이다. 길이 좁아 가장 작은 분뇨차만 출입 가능해 더욱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 형편이다. 또한 주차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1년에 30만명(1년 탐방객은 100만명 정도)은 주차할 데가 없어서 돌아가는 형편이라고 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하지 않은가. 청송군과 경북도, 중앙정부는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는지, 개선하기 어려운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다.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데도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게 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주왕산이 빨리 제 빛을 발하게 되길 바란다.김봉규 문화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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