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힘 없고 자주 피곤하다면 '근육병' 의심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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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1 07:49  |  수정 2020-08-11 07:59  |  발행일 2020-08-11 제17면
초기엔 계단 오르고 내리기 불편
악화되면 혼자 일어서기도 힘들어
손·발 저림증 동반 땐 신경과 상담
증상 없는데 간 수치 높아도 의심
후천성 근육병, 조기치료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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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48)씨는 몇 년 전부터 팔과 다리에 힘이 없다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거기다 별다른 활동이나 체력을 많이 써야 하는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피로감을 자주 느꼈다. 신경을 많이 쓰고 과로한 것이 아닐까 하는 판단에 휴가를 내고 며칠씩 쉬어봤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병원을 찾은 결과, 간수치가 높아 간질환이 의심된다는 소견에 따라 조직 검사까지 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간기능 개선제를 활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몸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근육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근력저하 및 추가적인 증상을 확인했고, 혈액검사를 통해 크레아틴 카이네이즈(근육 효소) 수치를 조사한 이후 '염증성 근육병' 진단을 받았다.

전문의들은 "유전성 근육병은 근본적인 치료가 쉽지 않아 증상치료 및 보존적 치료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후천성 근육병은 치료 가능한 부분이 많다. 제때 적절한 치료가 어떤 질환보다 중요한 만큼 근육병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이 있을 경우신경과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정확한 조기 진단에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근육병 왜 생기나

A씨처럼 근육병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피로감 호소 등으로 간기능 이상 증상으로 여기고 지나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근육병이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닌 탓에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해 수년간 이를 방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근육병 초기에는 계단을 걸어 다니는 것이 불편하고, 더 심해지면서 제자리에서 혼자 일어서기도 힘들어진다. 더 악화되면 목발의 도움을 받다가 결국에는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통상적으로 팔과 다리에 근력저하가 일어나거나 혈액검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간효소 상승이 동반되는 경우, 손과 발의 저림증과 근육통이 없는 팔과 다리의 힘빠짐 증상이 생길 경우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해봐야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뼈대근육의 문제로 일어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뼈대근육은 우리 몸의 약 40%를 차지하며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뼈대근육은 수축과 이완을 통해 몸의 이동과 자세 및 체온을 유지하며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장기·혈관·신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각종 신호 전달에도 관여하고 있어 중요한 신체구조물이다.

뼈대근육이 어떠한 이유로 손상을 받게 됨으로 인해 자각할 수 있는 증상은 대표적으로 팔과 다리의 근력저하인데, 근력저하 정도가 미미할 경우 피로감으로 오인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피로감으로 병원을 내원해 기본적인 혈액검사로 종종 간수치가 올라가는 경우가 있는데 추가적으로 간염검사 혹은 간생검까지 해도 정상소견으로 나와 원인을 찾지 못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혈액검사를 통해 크레아틴 카이네이즈의 수치를 확인, 뼈대근육 손상이 간수치 이상으로도 나타나지 않았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삼킴장애, 고개숙임 근력저하, 호흡곤란, 근육위축도 동반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피부 병변도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의 발생 시점에 따라 선천성과 후천성으로 나뉜다. 성장기부터 운동기능이 뒤처진 채로 계속 지속된다면 선천성을, 최근 2년 이내에 증상이 발현했다면 후천성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예외도 있는 만큼 이 두 가지 상황으로 선천성과 후천성 근육병으로 단정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

다만 성인의 근육병은 주로 후천성 원인이 많고, 자가면역 기전에 의한 염증성이 많다.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하나

진단은 정확한 병력을 청취하고 신경학적 검사에서 근력저하 및 추가적인 증상을 확인, 혈액검사를 통해 크레아틴 카이네이즈 증가를 확인한다. 자가면역 기전으로 아형에 따른 근염특이항체(myositis specific antibody) 존재 여부로 진단율을 올릴 수 있고, 동반되는 질환도 예상할 수 있다.

신경전도·근전도검사를 통해 확실히 근육병 소견을 확인하며, 근육 MRI를 시행해 염증성 근육병의 아형 및 근육의 침범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근육 MRI는 근육파괴의 정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검사료가 비싸고 한정된 근육 검사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검사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근육을 떼어내 진행하는 '근생검'을 시행해 병리적 소견을 확인, 근육병으로 진단하게 된다.

치료는 면역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스테로이드가 일차적으로 쓰인다. 병원을 찾았을 당시 근력저하가 심하면 정맥주사 스테로이드를, 심하지 않다면 경구용 스테로이드로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치료 이후 2개월 정도 스테로이드를 유지하면서 관찰해 반응이 없다면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IV immunoglobulin), 리툭시맙(Rituximab)을 추가해 증상 조절을 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설명했다.

근육병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초기 증상의 경우 피로감과 혼동하기 쉬워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경북대병원 이종목 교수(신경과)는 "대다수 근육병은 아직 치료가 불충분한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서 염증성 근육병은 현재 혜택을 볼 수 있는 치료법이 있는 만큼 성인은 물론 소아 환자 중 증상이 오래되지 않은 근력저하 환자에서 염증성 근육병 진단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간에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는데 간수치가 올라갈 경우 근육병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이종목 경북대병원 교수(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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