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마음의 주름을 펴고 코로나 블루 극복해 볼까요

  • 박종문
  • |
  • 입력 2020-08-24 07:57  |  수정 2020-08-24 08:01  |  발행일 2020-08-24 제15면

문제일
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2019년 겨울 시작된 COVID-19 확산은 2020년 2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를 강타하였습니다. 그러나 대구경북 시민들의 희생과 국민들의 합심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내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일상을 돌려받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COVID-19 확산세가 다시 심각한 상태로 돌아서 걱정이 큽니다. 지난 6개월 가까운 시기,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은 COVID-19 확산을 저지하는 데 큰 성과가 있었으나, 성과만큼이나 우리 마음속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실제 6개월 가까이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로움이나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COVID-19 확산 시기에 나타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증상을 신조어로 '코로나 블루'라 부르기도 합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2억6천400만명 이상이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우울증 치료에는 심리치료와 다양한 약물 치료가 사용됩니다. 그런데 지난 7월 캘리포니아 주립대 약학대학의 Ruben Abagyan 교수 연구팀은 'Scientific Reports' 학술지에 보톡스가 항우울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보톡스는 'Botulinum toxin'을 약물로 개발한 미국 Allergan사의 상표명인데, 판매되는 모든 상품을 원래 약물이름 대신 보톡스라 부르고 있습니다. 보톡스는 성형시술로 주름살을 펴는 데 주로 활용됩니다. 성형시술 외에도 다한증에 쓰이고, 만성편두통에도 사용되는 등 사용범위가 넓어지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톡스가 우울증을 완화하는 데도 활용 가능하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Abagyan 교수에 따르면 시술 부위에 관계없이 우울증이 완화되는 것으로 보아 보톡스가 어떻게 항우울제 역할을 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확인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번 Abagyan 교수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보톡스 시술이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기여하므로 간접적으로 우울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코로나 블루'를 치유하는 데 보톡스 시술이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2016년 미국 위스콘신대 Edwin Chapman 교수 연구진이 'Cell Reports'에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보톡스는 시술부위와 멀리 떨어진 신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심지어 중추신경계로까지 전달될 수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보톡스가 중추신경계로 흘러 들어가 우울증을 직접적으로 완화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직은 항우울제로 보톡스를 사용하는 것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힘든 시기인 만큼 보톡스가 아니라도 '코로나 블루'로 생긴 마음속 주름을 펴줘 우울증으로부터 탈출시켜 줄 신약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기자 이미지

박종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