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펀드 투자손실도 혈세로 메워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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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5   |  발행일 2020-09-05 제23면   |  수정 2020-09-05

문재인정부가 코로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 사업의 핵심 과제는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느냐에 있다. 그 재원 마련을 위해 '뉴딜 펀드' 신설 구상이 제시됐다. 정부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형 뉴딜 펀드, 세제 혜택으로 지원하는 뉴딜 인프라 펀드, 제도 개선을 통해 지원하는 민간 뉴딜 펀드 등 세가지로 가동된다. 그런데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와 정책금융이 손실분까지 떠안도록 설계돼 있어 논란이다. 문 대통령은 "손실위험 분담과 세제 혜택으로 국민에게 보다 안정적 수익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딜 펀드'는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우선 나라 곳간을 털어 안정적 수익을 무조건 가능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발상이란 지적을 받는다. 당장 투자 손실 보전을 금지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불거진다. 야권에서는 '투자자의 손실을 국민의 혈세로 메워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국고를 선거에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라고 의심한다.

또 다른 위험은 투자 기간이 5년이라는 점이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정권이 벌인 중장기 사업은 차기 정권에서 대부분 흐지부지되는 게 일반적이다.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관제형 뉴딜 펀드는 차기 정부에서 안정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한국판 뉴딜에는 5G(세대) 이동통신·데이터 센터, 저탄소·녹색산업 단지 조성 및 수소충전소 확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구축 등 공공성 짙은 사업이 수두룩해 수익 내기도 쉽지 않다.

한국판 뉴딜은 기존 정책을 재탕한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관제 '뉴딜 펀드'의 한계를 직시하길 바란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디지털과 그린 등 신산업 성장을 막는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 먼저다. 4차산업 육성을 외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되레 규제를 양산하는 정책이 자주 목격된다. 규제를 과감히 풀면 수익 기대감이 높아져 민간자금은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다. 시장의 주역인 기업·개인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부응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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