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도 하나의 감정…피할수록 더 커져, 직시하고 관찰해보자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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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08 07:50  |  수정 2020-09-08 07:54  |  발행일 2020-09-08 제17면
대비하는 수준 넘어선 지나친 걱정
손 떨림·호흡곤란 등 신체불안 동반
코로나 불안 심하다면 뉴스 보지 말고
외부 자극 피해 평소 패턴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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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최모(33)씨는 요즘 코로나19로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외출은 아예 하지 않고, 반찬거리도 온라인 배송으로 해결하고 있다. 그리고 박스에서 감염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만지기 전에 소독약을 뿌리는 건 필수다. 언제 어떤 경로로 코로나19에 걸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에 사는 친정어른들께 매일 안부 전화를 하고 있다. 그러다 어른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받을 때까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남편에게도 회사가 안전한지, 그리고 혹시 감원계획은 없는지를 거의 매일 물어보고 있다.

최씨는 "2~3월에도 이런 불안감이 있다가 대구지역 확진자가 확 줄면서 괜찮아졌는데 다시 수도권에서 확 늘어나면서 또 불안해졌다"면서 "TV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속보화면이 뜰 때마다 놀라고, 스마트폰으로 계속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 보니 당장 집 밖에만 나가도 감염이 될 것 같고, 남편도 직장을 잃는 등 경제도 붕괴할 것만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불안은 왜 생기나

"혹시 나도 확진자와 접촉을 했으면 어떡하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접촉이 되었을까.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다른 경로로 감염이 되면 어떡하지. 치료제도 없다고 하는데….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면 어떡하지."

코로나19는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를 비롯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각종 소식을 접하고 있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번지기 시작하면 금방이라도 큰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다양하고, 불안장애의 원인도 생물학적인 원인, 스트레스, 성격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모든 불안과 불안장애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심리적인 원인은 안전에 대한 위협과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사람은 자기 보호 본능으로 늘 위험을 피하고 안전해지려는 경향이 있다. 모든 불안의 원인은 그 기저에 자신이 뭔가 안전하지 못하고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받게 될 것 같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또 우리는 확실히 잘 아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별로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지만 무엇인지 잘 모르고 아직 이해가 안 되는 뭔가가 우리 앞에 놓여있을 때 불안하게 된다. 코로나19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도 우리의 건강에 해를 끼치고 심지어 생명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안전에 대한 위협과 아직 정체가 밝혀져 있지도 않고 어떤 바이러스인지 불확실한 점들 때문이다.

◆불안감이 심해지면 어떻게 될까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불안은 원래 우리를 위협으로부터 미리 대비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감정이고, 불확실한 것을 조사하고 탐색해서 우리의 지식을 확장해 환경에 적응하게 만드는 중요한 감정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생명에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우리의 자기 보호 본능을 위협하는 수많은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적이지 않은 지나친 불안이 증가하게 됐다.

미리 대비하는 수준을 넘어서 위에서 언급한 대로 생각이 지나쳐서 걱정이 걱정을 만들게 되면 과도한 불안, 끊임없는 걱정, 초조감, 사소한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과민성, 불면, 그 외에도 가슴 두근거림, 식은땀, 호흡 곤란, 손 떨림 등의 각종 신체적인 불안까지 동반하게 된다. 급기야는 이로 인해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의 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이 정도가 되어 스스로 불안을 조절하기가 불가능해지고, 시간이 지나도 불안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불안을 떨칠 수 있는 방법은

생활에 지장이 될 정도가 아닌 어느 정도의 불안은 당연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여기서 당연하다는 점이 중요한데, 불안은 잘못된 감정이 아니라 기쁨, 슬픔, 분노처럼 자연스러운 정상적인 감정이란 점을 알아야 하고, 이것의 의미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런 상황에서는 불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여기에 대해 어떤 심리적 대응을 할 필요가 없다. 즉 코로나19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세상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고 이에 대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걱정하고 있고, 또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도 하고 손도 자주 씻어야 하겠지만, 심리적으로 계속 걱정하고 뉴스 기사를 보고 두려워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의 소용돌이를 그만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멈추기 위해서는 우리 주위의 자극에 너무 빠지지 않아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뉴스 기사나 특히 휴대폰을 늘 가지고 있으면서 이와 관련된 자극을 자주 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생각이나 걱정은 이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런 자극에 빠져 있기보다는 본인의 평소 생활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다음은 불안한 감정을 천천히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안을 일으키는 심리적인 원인 중 불확실한 것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가 그 대상을 잘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어 더 이상 불확실하지 않게 되면 자연스럽게 불안도 사라진다. 모든 정신치료의 원리는 나 스스로도 잘 모르는 내 마음과 감정을 꾸준히 들여다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서서히 이해해 나가는 것이다.

구본훈 영남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 )는 "예전에 일본영화 '링'을 처음 보았을 때 사다코 때문에 무서워서 밤새 잠을 못 이룬 적이 있다. 하지만 이후 '링'을 여러 차례 다시 보게 되고 사다코를 희화한 광고 등을 자주 보게 되면서 자연스레 사다코는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니게 됐다"면서 "이처럼 불안의 치료에 있어서 노출의 힘은 필수적이다. 불안한 것은 우리가 피할수록 점점 더 커지게 되고, 우리가 기꺼이 맞이하고 관찰할수록 점점 더 줄어들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구본훈 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불안과 두려움을 들여다보는 방법>

1. 두려워하는 그 대상에 이름을 붙여본다

-대상은 바이러스일 수도 있고, 직장에서 해고가 될 수도 있고, 병이나 죽음일 수도 있고, 그 무엇이든지 간에 그 대상에게 이름을 붙여본다.

2. 쫓아내지 말고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어떻게 생겼는지, 특성은 어떤지를 자세히 천천히 들여다본다

3. 대상에 말을 걸어보고 스스로 나갈 때까지 같이 있어 본다.

-마주하기 싫어 내가 나가거나 대상을 쫓아내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들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도망가도 늘 따라오는 불청객이다. 싫어도 절대로 쫓아내지 말고 마주해서 들여다보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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