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본마음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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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15 07:59  |  수정 2020-09-15 08:04  |  발행일 2020-09-15 제17면

곽호순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사람들은 누구나 '본마음'을 감추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감추어진 본마음은 알고 싶어 합니다. 이 본마음은 숨고 싶어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누구라도 자기 본마음을 꺼내어 보여주기를 매우 꺼려합니다. 만약 본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는 매우 가까운 사이임이 분명합니다. 만약 나에게 본마음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귀하게 여겨 부끄럽지 않게 해 줘야 합니다. 조금만 부끄러워지면 바로 숨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본마음은 숨어 있지만 그 대신에 '드러나는 마음'으로 자기를 포장해 보여줍니다. 그러나 아무리 잘 숨었다고 해도 본마음은 여러 곳에서 표시 나게 됩니다. 마치 꼭꼭 숨은 숨바꼭질에서 머리카락이 보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본마음은 남의 눈에는 더 잘 보입니다. 그런 경우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약속시간에 자주 늦게 오는 친구는 늘 "길이 너무 막혀서…"라고 하지만 본마음은 "이 모임은 중요한 일이 아니라서…"라고 말한다는 것을 친구들은 압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무의식의 세계'
숨겼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 드러나
평소 잘 살펴보고 적절히 다스려야


말의 실수도 그 사람의 본마음입니다. 1994년 당시 영국 재무성 장관이었던 케네시 클락은 그의 복지사업 조치에 의해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받았답니다. 그는 주저 없이 자신만만하게 "득표가 얼마나 많이 늘어날지 목표를 정하진 않았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는데요, 말실수라고 얼버무리려고 해도 그 본마음의 머리카락은 이미 다 보인 겁니다.

본마음은 때로는 위대합니다. 키 작고 볼 품 없었던 나폴레옹은 그 열등감을 승화시켜 세계를 정복하는 장군으로 보상해버립니다. 본마음은 하기 싫었던 결혼을 피할 방법이 없어 결혼식 날 아침 푸른 신호등에서 브레이크를 밟아 버렸던 한 정형외과 의사는 부상으로 결혼식을 연기하게 되었고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식을 올리게 된 드라마 같은 얘기에는 본마음의 위대함이 드러납니다.

본마음은 욕심쟁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본마음은 '하고 싶은 것'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근데 이 하고 싶은 것들이 현실에서는 이뤄지기 어렵고, 만약 이뤄진다면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는 금지된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참아야 하고 억제해야 하는 힘을 필요로 하는데 이 힘이 약해지는 것이 바로 꿈입니다. 즉, 꿈으로라도 이루어 보고 싶은 것이지요. 남자 중학교에 갓 부임한 아름다운 여자 생물 선생님은 빛이 납니다. 봄날 팔랑이는 꽃 치마에 향기까지 더해지면 눈이 멀 지경입니다. 그 선생님이 꿈에 나타났습니다. 선생님 손에는 회초리가 들려 있습니다. 나는 종아리를 과하게 성큼 걷어 올리고 걸상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근데 선생님은 화난 표정이 아니시고 나는 겁먹은 표정이 아닙니다. 회초리로 내 종아리를 철썩철썩 때리시는데 이상하게도 아프지가 않습니다. 회초리 그 나뭇가지가 내 종아리에 척척 감겨지는 느낌이 황홀할 지경입니다. 맞아도 아프지 않고 화내도 무섭지 않은 이상한 꿈을 꾸고 난 다음날은 그 선생님이 곁에 오지 않아도 마냥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꿈도 다 해결하지 못합니다. 매우 금기시 된 욕망은 꿈에서라도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돌려서 표현합니다. 그래서 꿈에는 종아리가 나오고 회초리가 나오고 철썩철썩 소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본마음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꿈을 분석합니다.

본마음은 본능적이고 쾌락적이고 부끄러운 것이고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이지만 우리 마음의 원천이고 활동의 에너지입니다. 본마음은 바로 '무의식'입니다. 이 무의식을 잘 살펴보고 적절히 해결하고 잘 다스리는 사람은 성숙한 사람이고 정신 건강한 사람입니다. 근데 그것이 참 어렵습니다.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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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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