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대구경북, 공항과 항만을 소유한 '도시'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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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4   |  발행일 2020-09-24 제27면   |  수정 202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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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사회부장

변화의 '몸부림'이다. '대구경북'이 그렇다. 통합신공항과 행정통합을 향한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결코 느긋하지 않다. 발버둥을 치고 있다. 몸부림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애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절박함은 생존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생존의 위기가 대구경북을 몸부림치게 한다. 자구책이다. '균형발전'을 내세운 문재인정부를 당최 믿을 수 없다.

인구를 한번 보자. 올해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인구가 2천596만명으로 비수도권 인구(2천582만명)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6월 말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 이동과 향후 인구 전망' 결과다. 실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선다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수도권으로의 유입 시기다. 수도권 인구는 2011년 순유출을 보였다가 문재인정부 출범 후인 2017년부터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전입한 사유는 직업, 교육, 주택 등이 꼽힌다. 비수도권에서 제대로 먹고살기 힘들어 수도권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입이 4년이나 진행됐다. 그동안 문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도 대구경북민 입장에서 공허하다.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게 행정수도 이전의 핵심이다. 대구경북민에게 '달나라' 얘기다. 오히려 걱정이다. 세종을 중심으로 충청권이 커지면 수도권이 확장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확장은 대구경북을 더욱 궁지로 내모는 결과가 될 게 뻔하다.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얼마 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가능성에 대해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공언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사실상 '공수표'로 만드는 발언이다. 문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결국 대구경북의 '몸부림'은 기댈 데 없는 상황의 반영인 셈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스럽다.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무시할 수 없지만, 대구경북의 자발적인 움직임은 '생존 전략'을 짜는 밑거름이다. 대구경북은 통합신공항으로 한 고비를 넘겼다. 통합신공항 이전 부지가 결정되면서 새로운 하늘길을 열게 됐다. '스스로 해냈다'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첫 단추를 끼웠으니 '번듯한 공항'을 향한 전략을 고민하면 된다. '과정의 진통'은 불가피하다. 조 단위의 대형사업이 마냥 순조롭게 풀릴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다. 대구경북행정통합도 마찬가지다. 대구경북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21일 출범했다. 40년 만에 추진하는 행정통합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해내야 한다.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결정해야 한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은 지방분권의 초석이 될 수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외국기업을 유치할 때마다 대구를 "공항과 항만을 소유한 인구 550만명의 도시"라고 소개한다고 한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이 되면 권 시장의 말은 현실이 된다. 군위·의성의 통합신공항과 포항의 항만이 대구경북의 자산이 될 것이다. 대구로선 내륙도시의 한계를 단숨에 벗어나는 '놀라운' 일이다. 행정통합은 대구경북민의 사고를 넓혀주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공항과 항만을 통해 전 세계와의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진행된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훨씬 커질 것이다.
조진범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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