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의회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부결...이념 문제 개입됐나?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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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08   |  발행일 2020-11-09 제8면   |  수정 2020-11-08
전국 60여 지자체서 시행 중임에도 찬반 투표 결과 10대 14로 통과 실패
"전국서 특정 세력이 구의원들에게 반대 문자메시지와 전화 폭탄 날려" 주장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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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열린 대구 달서구의회 제 274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증진 조례안' 표결을 앞두고 이영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찬성 토론을 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의회가 청소년 노동인권 관련 조례안 제정을 시도했으나 부결됐다.

달서구의회는 지난 6일 제 274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김귀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증진 조례안' 표결을 진행했으나 찬성 10표, 반대 14표로 부결됐다. 달서구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0명, 무소속 의원 4명으로 구성돼있다.

표결을 앞두고 진행된 토론에서 이영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일터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 구청을 찾은 아이들에게 '노동청으로 가라'고 할 것이냐"며 "청소년 노동인권은 정파적일 수 없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수많은 인권 침해 사례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라고 찬성 의견을 밝혔다.

박왕규 의원(국민의힘)은 "아직은 시기상조다. 청소년들이 일터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인권 침해 사례들은 근로기준법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조례안을 당장 통과시킬 이유는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배용식 의원(국민의 힘)도 "학생은 노동 인권보다 학습권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귀화 구의원은 조례안 부결에 대해 "2017년에도 같은 법안을 제안했으나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노동'이라는 표현이 문제라면 의미는 같은 다른 용어라도 차용해 다시 조례 제정을 시도하겠다. 전국 60여개 지자체가 비슷한 법안을 시행 중인데 대구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 간 신경전 때문에 조례의 의미가 왜곡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이 진보 성향의 개념이며, 이를 청소년과 연결하는 것은 사상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한 달서구의원은 "표결을 앞두고 달서구, 대구뿐 아니라 전국에서 특정 세력이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전화 폭탄을 날렸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은 당 차원에서 소속 구의원들에게 조례에 반대하라는 요구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일하는 청소년이 많아지는 만큼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은정 노동세상 대표는 "노동, 인권은 더 이상 진보 세력의 산물이 아니라 보편적 개념이다.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일터에서 무시받고 괴롭힘 당하는 아이들을 배척하고, 특성화 고교생처럼 청소년이 일하는 것은 사회적인 문제라는 잘못된 인식을 남긴 결정이다"며 "일하는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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