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과 함께하는 '생활 속 뇌 이야기'] 국가적 투자 필요한 '뇌과학 프로젝트'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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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15 07:54  |  수정 2020-12-15 08:10  |  발행일 2020-12-15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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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뇌연구정책센터선임행정원〉

인간의 뇌(腦)는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입니다. 무게가 1.4㎏에 불과한 인간의 뇌는 우리 몸이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70% 이상을 소모하는 복잡한 구조의 기관이며, 생명현상 조절이라는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인간의 '뇌'는 그 존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분자·세포 수준의 정밀한 구조나 뇌기능의 근본적인 작동기전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뇌연구는 대표적인 기초과학의 영역입니다. 기초과학은 과학기술의 혁신과 산업성장의 밑거름으로 작용해서 국가 경쟁력 확보와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선진국들이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직접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실현할 수 없는 기초과학에 국가적 재원을 투입한다는 것은 때로는 큰 모험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래의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뇌과학을 비롯한 기초과학분야에 투자를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뇌과학의 비약적 도약을 위한 국가적 프로젝트의 추진에는 많은 장애물이 존재합니다. 한정된 국가 예산을 연구개발에 배분하는 문제이므로 정부는 효율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정부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기초과학분야의 연구자는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방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초과학은 우연한 발견이나 성과에 의해서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분야이기에 연구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업이나 산업분야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받기 힘든 기초과학 연구자들의 자율적·창의적 연구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선진국의 경우에도 기초과학분야의 거대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 왔습니다. 이는 20세기를 대표한 대형 연구개발 프로젝트인 인간유전체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P)의 추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90년경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중국 등 기초과학 강국 중심의 거대과학(Big Science) 사업으로 추진되었던 인간유전체프로젝트는 인간 유전체에 있는 약 30억개의 뉴클레오티드 염기쌍의 서열을 밝혀내는 거대 프로젝트였습니다.

지금은 수십 분 내에 개인의 유전자를 밝힐 수 있는 시대에 도달했지만, 당시의 기술로는 단일 국가의 연구자들만으로는 도저히 이뤄낼 수 없는 인류 최대의 과학적 도전이었습니다.

인간유전체프로젝트는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그 효과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사업 추진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인간 DNA의 염기쌍들 중 유전정보를 암호화하고 있는 영역은 단 5%에 불과하다는 점, 연구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인해 타 분야의 긴급한 연구들이 희생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프로젝트 추진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지금은 난치병치료의 희망, 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따른 맞춤형 치료의 가능성, 범죄수사의 활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전체 연구의 결과들이 활용돼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정책당국은 이러한 어려움들을 고려해 뇌과학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초과학자들의 창의적 연구를 위한 지원, 소규모 연구에 대한 지원,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개발 지원, 장비 의존적 연구에 대한 다각적 지원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뇌과학 역량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국가적 플래그십 사업의 추진 또한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상준〈뇌연구정책센터선임행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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