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학생 수 20~24명 가장 적절
교사-학생간 상호작용 멈춰선 안돼
교육 外 업무 줄이고 자율성 극대화
강은희 교육감= △전 여성가족부 장관 △전 19대 국회의원 △전 <사>IT여성기업인협회장 |
코로나19 이후 초·중·고 학생과 교사들은 원격수업을 비롯한 새로운 상황과 늘 마주해야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내년 신학기 학교 현장에서도 수업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교내 프로그램을 또다시 비대면 형태로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남일보,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공동 주관 '2020년 2·28포럼'의 두 번째 대담 주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초중등교육의 교육방법과 교사교육'이다. 지난 21일 영남일보 7층 회의실에서 열린 대담에선 박종문 영남일보 부국장의 사회로,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안종배 국제미래학회장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박종문 부국장(이하 박)= 코로나19는 온라인 학습뿐만 아니라 학생 지도, 교육 평가 등 초중등 교육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강은희 교육감(이하 강)= "디지털 도구를 이용한 교육 자료를 만드는 일은 굉장히 일찍 해왔지만,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수업에서의 디지털 활용이 어느 순간 훅 들어왔다. 교수학습 방법에 있어서 교사들의 학습 공동체·협력 수업을 굉장히 강조했는데, 교사들이 자기 영역 밖을 나오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디지털 도구가 들어오면서 협업을 해야 가능하니까 협력 수업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실질적인 학습 콘텐츠가 생산된 한 해였다. 1년 동안 애쓴 교사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불편한 점과 문제점도 있지만, 저는 우리 교육에 있어 변화와 더불어 긍정적인 부분도 견인했다고 본다."
△안종배 국제미래학회장(이하 안)= "첫 번째는 가정 등 학교를 벗어나는 교육 장소 혁신이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의 본격 등장으로 정보를 익혀서 평가받는 시스템을 넘어 협업 등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게 되면서 생기는 교육 내용의 혁신이다. 교사는 강의하고 학생은 받아적는 게 아니라 양 방향을 포함한 다양한 형식의 교수방법을 도입하는 교육 방법의 혁신도 있다. 교육교재의 혁신도 일어난다. 현재 교과서는 약 5년 터울로 발간되는데, 업데이트가 제대로 되지 못한다. 교과서는 기본 지침으로 하되 이를 활용해 업데이트해야 한다."
단답형 시험보다 논술·아이디어 평가
대학생 등 활용 '학습 튜터' 도입 필요
교사도 방학기간 기본역량 강화해야
안종배 학회장= △대한민국 인공지능포럼 회장 △한세대학교 교수 △미래창의캠퍼스 이사장 |
▶박= 초등 1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 신입생들은 첫 등교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업 외에는 비대면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어떤 숙제를 남겼나.
△강= "고3도 그렇지만 1학년 신입생들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등교 개학 후 학교 현장에 가보니 초등 1학년이 낯설어서 울기까지 한 경우도 있었다. 예전 신입생이라면 신나서 왔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공포에 낯설다 보니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생겼다. 교사들이 좋은 교재도 만들고 해서 학습적인 면은 극복되는 부분이 있는데, 가장 염려한 건 정서적 진화를 못 한 것이다. 초등 1학년은 유치원 4학년, 중학교 1학년은 초등학교 7학년이 되는 상황이다. 학교도 가고 새로운 친구도 만나 또래 관계도 형성하면서 내가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가정에서 교과만 배우는 것으로는 정서적 진입이 안된다. 그래서 저는 일정 부분 온라인 등교를 하다가 대면 등교를 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부분은 비대면의 결정적 한계다. 교사·학생 간의 공감대 형성도 부족했다."
△안= "비대면·대면 상관없이 학습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정서적 공동체, 학교 공동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비대면은 학습만 해도 바쁜 상황이어서 정서적인 면은 거의 포기하고 있다. 교사의 기본 역량이 갖춰지면 학생들 입장에선 대면보다 비대면에서 공동체 활동을 더 잘한다. 현재 초중고 학생들은 SNS도 잘 활용하는 세대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학습하게 할 때도 줌(zoom) 등 다양한 비대면 도구를 활용해 팀·그룹별 활동 등 학생들이 활발히 토론하게 하면 학생들이 수업 이외에도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 새로운 변화를 활용한 교사도 있지만 힘들어하는 교사도 있었다. 이러면 교사와 연결된 학생도 격차가 생기고, 학생 자체도 격차가 있다. 교사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번 겨울방학을 활용해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도 필요하다."
▶박= 원격수업을 위해선 적정 학생 수를 확보해야 할 텐데, 어느 정도 인원이 적당하다고 보는가.
△안= "20명이 가장 적정하다고 본다. 하지만 비대면 상황에서도 교사가 혼자 한 학생을 붙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학생 등을 활용한 학습 튜터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아리 활동에서도 교사가 하나 이상의 동아리를 맡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강= "원격수업에는 20~24명 정도가 적절하다고 보여진다.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가장 적정한 학생 수는 사실 비슷한 것 같다. 말씀하시긴 했지만 실제 대구시교육청은 적극적으로 학습 튜터를 도입했다. 올해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대학생 근로장학생 350명을 투입해 저소득층 가정 학생이 원격수업 관련 사이트 접속부터 시작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멘토로 활동하게 했다. 지난해부터 해온 1수업 2교사제도 확대하고, 이번 겨울방학에는 경북대 사범대와 MOU를 맺어서 대학생 1명당 3명의 멘티를 가르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박= 새로운 환경에서 학생 평가 방법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수능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평가 방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안= "평가는 우리 사회에 어떤 인재가 필요하느냐를 입증하기 위해서인데, 결국 사회 변화와도 연결된다. 현재는 큰 틀에서 표준화·정형화되어 있고, 이를 바탕으로 평가하고 학교도 그 안에서 움직였고, 그런 인재가 인정받았다. 코로나19가 가속화시킨 것이지만, 인공지능이 도입되고 언택트 사회가 되면 창의성 있고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면 단답형 시험은 의미가 없고, 논술이나 아이디어를 발휘하는 식으로 평가하고, 그 단계를 넘어서면 그 자체로 순위를 매겨선 안된다. 일본의 경우 수능에서 100% 4지선다형으로 못하게 법으로 막았다. 일본도 바뀌는데 우리가 아직도 바뀌지 않는 건 말이 안 된다."
△강= "이 기회에 평가 시스템을 바꾸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단답형 시험은 비대면으로 하기 어렵지만, 서술형·논술형 시험으로 전환하면 베껴서 시험을 칠 수 없다. 일본이 바뀐 건 2013년부터 자기주도학습, 탐구학습을 강조하며 IB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대입 제도를 바꾸고 올해 대입을 논술로 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채점관 양성 문제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일본은 그런 부분에 있어 진화하는 중이다. 제가 교육감 취임 후 2018년 IB(국제 바칼로레아)를 도입해 올해로 2년째다. IB가 좋아서 한 거라기보다는 교육 본질에 맞게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 가장 큰 이유였다. 저는 지식 교육도 중요하지만, 2015 교육과정 등 역량 기반 교육으로 가고 있는 만큼 평가도 역량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도구가 잘 없지만 IB는 그런 면에서 오랜 기간 현장 적응을 통해 기반을 만들어놓았다."
▶박= 4차 산업혁명 시대 직업도 현재와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에 맞춰 미래의 초중등 교육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말씀을 부탁드린다.
△강=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사람은 교사다. '학습 투입자'였던 과거와 달리 이제 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끌어나가는 학습 조력자, 상담자의 모습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대면·비대면 상관없이 교사와 아이들의 상호작용이 멈춰선 안 된다. 위드 코로나로 가면서 교육이 해야 할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선 학교의 자율성을 극대화하고, 교사들이 교육에 몰입하도록 학교의 기타 업무를 가급적 줄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온·오프라인 교육은 이제 취사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요건이다. 향후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 코칭 시스템, 에듀테크 등 다양한 툴과 교사·학생 간 상호작용이 엮어지면서 블랜디드 러닝 형태의 자기주도 학습이 대세가 될 것이다."
△안= "교사가 새로운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역량을 교육청 등이 갖출 수 있게 만들어주고, 교사는 교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학생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개념으로 학생을 교육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사가 자료를 그냥 올려놓고 보라는 식으로 하기보다는 어설프더라도 진정성을 갖고 강의안을 만들어야 한다.또 줌 등의 도구를 이용하더라도 학생들에게 교사가 항상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줘야 한다. 학교 안 초중고 단계에서 학생들이 미래 직업과 진로를 구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초중고에서 이에 맞게 업데이트가 되면 꼭 어느 대학이 목표가 아니라 인생의 목표를 세울 수있다. 그러면 어느 대학에 가더라도 본인이 자부심을 갖고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글=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최미애 기자
손동욱 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