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영남일보 문학상] 詩 심사평 - "자신의 존재성 확인, 고백의 언어로 풀어내"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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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01 08:30  |  수정 2021-01-01 08:39  |  발행일 2021-01-0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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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열세 분의 응모작 중 실험적인 작품이나 형식의 파격을 보이는 작품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대상을 관조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특성을 보여서 서정의 밀도와 품격을 유지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개별 작품에서 맞춤법에 어긋난 어구의 사용이 꽤 많이 눈에 띄었는데, 시도 한글 문장의 규범 안에서 창작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점은 조심해야 할 것이다.

세 분의 작품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고래가 그래'는 응모 작품 중 드물게 생태학적 사유를 동원하고 있어서 문제의식의 진지함이 주목을 받았다. 고래 내장에 축적된 폐기물로 생태계의 위기를 표현한 착상은 새로웠지만 그 주제가 시적인 언어로 유연하게 형상화되지는 못하였다. '우리 집은 기상청 지부'는 아버지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면서 그사이에 연민의 정서를 적절히 병치하는 솜씨를 보였고, 감정을 절제하고 대상과의 거리를 조절하면서 삶의 내력을 표현한 점도 뛰어났다. 그러나 아버지의 '기후'의 의미가 모호해서 공감의 폭을 확장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리빙 포인트' 외 2편을 투고한 분의 작품 중에서는 '리빙 포인트'보다 '해감'에 더 눈길이 갔다. '리빙 포인트'가 일상적 삶의 무료함을 다양한 형상의 교차를 통해 새롭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그 다양함이 시상의 집중을 방해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해 '해감'은 어릴 때의 일을 회상하면서 평범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존재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고백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풀어가고 있어서 그의 시적 재능이 앞으로 더 발전하리라는 예감을 받았다. 이에 '해감'을 당선작으로 밀며 축하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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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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