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년 만에 기적처럼 나타난 병풍…'상화 재발견'은 현재진행형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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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04 08:16  |  수정 2021-01-04 08:16  |  발행일 2021-01-04 제27면
"그와 당시 청년들 많은 이야기 담겨 인물연구·아카이빙 작업 진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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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 서화연구자

지난해 12월3일 대구미술관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이상화 시인과 그 친우들의 역사가 담긴 1930년대 병풍이 대구시에 기증된 것이다.

병풍은 '금강산 구곡담 시'를 담은 10폭 병풍으로 죽농 서동균(1903~1978)이 행초서로 쓴 서예 작품이다. 병풍의 마지막 폭에 1932년 죽농 서동균이 글씨를 쓰고 이상화 시인이 포해 김정규(1899~1974)에게 선물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포해는 평생 이 병풍을 소중하게 간직했다고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엔 셋째 아들 김종해(1938년 대구출생)씨가 선친에 이어 병풍을 보관해왔다.

지난해 12월18일 만난 이인숙 박사(경북대 외래교수)는 이번 병풍의 글귀를 직접 풀고 해석했다. 이 박사는 "이상화 시인 삶의 한 조각을 담은 귀한 병풍이 80여 년 만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그 오랜 세월 소실되지 않고 보관된 것도, 기증자가 직접 기증 의사를 밝혀온 것도 정말 기적 같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병풍은 일제강점기 대구 청년들의 우정과 연대, 신념과 지향(금강산) 등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게 이 박사의 설명이다. 당시 금강산은 우리 국토의 대표성을 갖는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이인숙 박사는 이번 병풍 기증을 계기로 상화에 대한 연구와 아카이빙 작업에 더욱 진전이 있길 바란다고 했다. "이상화 시인은 늘 조국을 잊지 않은 시인이었고, 인격적으로도 큰 인물이었습니다. 대구시민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인물입니다. 그의 삶이 담긴 병풍이 오랜 세월을 지나 대구에 온 것도 대구가 바로 그의 고향이기 때문이지요." 노진실기자
공동기획 대구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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