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마당에 바위가 있는 오지마을...구순의 주인 할머니는 "이 집만큼 편한 데가 없다"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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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1   |  발행일 2021-01-13 제13면   |  수정 2021-01-11
경북 성주군 가천면 들리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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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 가천면 들리미 마을의 한 가정집 마당에 있는 바위.

"밥상이 되기도 하고 곡식을 건조하는 멍석이 되었다가 잠을 자는 방이 되기도 했지요."

구순의 할머니는 마당 한가운데 있는 널찍한 바위를 가리키며 빙그레 웃었다.

경북 성주군 가천면 들리미 마을은 가야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칠불봉 자락의 산골 마을이다. 해발 600m인 이곳에는 산과 어우러져 하나의 경치가 된 집, 산이 조각한 모습 그대로를 살려 지은 옛집이 있다. 눈길 두는 곳마다 온통 첩첩산중. 깊고 고요한 골짜기에서 시끄러운 세상사 잊고 옛집을 지키는 할머니를 만났다.

17살에 경남 밀양에서 시집와 73년째 이 집에서 사는 서모(90)할머니. 꼭두새벽에 집을 나서 걸어서 한밤중에 도착한 시집을 보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며 시집오던 날을 회상했다. 그 당시에는 25가구가 살고 있었으나 도회지로 나가고 지금은 서너 집이 고향을 지킨다. 집터와 농작물을 심었던 땅은 묵혀서 야산으로 변하고 할머니의 집은 가야산 칠불봉과 가장 가까운 집이 되었다.

마당에 놓인 자연 바위는 평상이 없던 시절 다용도로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부엌에 있는 샘은 땅 밑에서 솟아나는 천연 식수로 자연이 준 선물과 같다.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 이 물을 먹고 살았다. 사람들이 떠나고 생활이 편리해지면서 지금은 샘물 대신 개울물을 연결한 수도를 사용한다.

위채는 비워두고 아래채의 지붕을 기와로 바꾸고 외양간은 창고로 사용하고 외양간에 딸린 디딜방앗간은 방으로 개조해 할머니가 사용 중이다.

할머니는 "자식들이 함께 살자는 성화에도 이 집 만큼 편한 데가 없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 집이라도 혼자 사는 내 집만큼 편하지 않다"고 했다.

겨울에는 군불 지피면 밤새도록 따뜻한 온돌방이 되고 여름에는 바위 위에 이불 깔고 누우면 한여름에도 이불을 덮어야 될 정도다. 100년도 더 된 낡고 오래된 집은 할머니의 삶과도 닮았다.

이곳은 5개의 자연마을로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다. 김천, 거창, 합천 사람들은 장터에 가는 도중 들리는 주막터가 있었던 마을이라 '들리미'란 이름이 붙여졌다.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었던 들리미. 가야산 고갯길은 옛사람들이 걸어온 삶이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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