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 구조개혁 불가피...지자체도 상생방안 찾기 적극 나서야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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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2 18:07  |  수정 2021-07-07 16:33  |  발행일 2021-01-13 제2면
대구경북 대학 사상 첫 정원미달 사태 우려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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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정시모집 경쟁률이 집계되자 대구권 대학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현실로 마주하고 나니 생각보다 충격이 큰 모습이다.

 

지난 2019학년도 입시 이후 대구경북지역 대학 입학정원이 수험생보다 많아졌지만 지난해(2020학년도) 입시에서 신입생 충원율이 지역 일반대는 100%, 전문대는 90% 이상이 되면서 다소 안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입시에서 단순 산술로 봐도 대학정원(전문대 포함)이 수험생보다 약 2만명 이상 많고, 코로나19로 대면 입시홍보가 불가능해지면서 일반대가 충격적인 정시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대학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미 예견되기는 했지만 코로나19로 입시 결과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경쟁률이 3대 1을 넘지 못한 대구권 대학들이 대량 미달이 불가피한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입생 모집을 위해 홍보를 하든지, 장학금을 풀던지 대책을 세우려 해도 입시자원 자체가 바닥난 상태라 신입생 모집 확충에 실질적 도움이 안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더 답답한 것은 이 같은 대학정원 초과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점. 대구 송원학원 차상로 실장이 교육통계자료를 기초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1학년도 대구경북지역 대학(전문대 포함) 정원은 6만1천886명에 비해 수험생은 올해 4만3천889명, 2025년 4만394명, 2030년 4만2천949명 등 지속적으로 2만명선의 정원 초과 현상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대학입학 정원을 줄이든지, 다른 지역 수험생을 유치하든지 등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현재의 정원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매년 전문대 포함 신입생 2만명선 부족 현상 지속될 전망

4차산업 수요 맞춘 학과 신설 등 구체적 자구책 마련 시급

경쟁률 낮은 학과간 융합교육-통폐합 발빠르게 나설 듯


지성학원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성학원 관계자는 향후 급격한 수험생 감소에 대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지역 수험생 유인책 등을 통한 구체적인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역대학들은 대책 마련을 게을리하다 직격탄을 맞은 만큼 입시가 끝나는 대로 대대적인 혁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과 사회 수요에 맞춘 학과 신설에 지역대학들이 적극성을 보일 전망이다. 그동안 기존 학과의 저항 등으로 산업흐름에 빨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다가 된서리를 맞은 만큼 혁신적인 학교 운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마다 처한 사정은 다르지만 일정 부분 정원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입생 충원율이 90%를 넘기지 못할 경우 교육부로부터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는 만큼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의 정원 감축에 우선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많다.


신입생 충원율이 낮은 데다 신입생의 학과 유지율, 취업율이 낮은 학과는 대대적인 구조개혁 요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학과 커리큘럼 대폭 개편, 관련 학과간의 융합교육, 학과 통폐합 등 강도높은 개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상호 대구대 총장은 "교육투자를 확대해서 지속적으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양질의 취업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을 병행하겠다"면서 "학생이 원하는 대학으로의 혁신 밖에 길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지자체도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대의 위기가 학령인구 감소와 우수학생들의 수도권 집중현상에 주된 요인이 있는만큼 대학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 상태가 지속되면 지방대 고사가 불보듯 뻔한 만큼 정부차원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 지방대 재정지원 대폭 확충, 지방대에 유리한 입시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도 지역 대학이 문을 닫을 경우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만큼 상생 발전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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