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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지역 코로나19 유행 1년을 맞은 가운데, 최근 발간된 지역 시인들의 시집에 팬데믹 시대를 맞은 시인의 감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강해림 시인의 시집 '슬픈 연대'(천년의시작)에 실린 2편의 시 '마스크'와 '고독이 말 걸어왔다'에는 코로나19를 바라보는 각기 다른 감정이 담겨 있다. 시인에게 코로나19 속에 맞은 봄은 '외투에 마스크까지 쓴 이상한 봄'이었다.
"사이렌 소리도 없이 앰뷸런스를 타고 온/봄은/꽃 소식 대신/흉흉한 소문만 난분분하고//성급한 꽃나무는 서둘러 꽃망울을 터뜨려 대다가/미열과 호흡곤란을 호소했으나/다가갈 수가 없었다//도무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산불이 번져가듯 역병이/ 창궐한/도시는, 텅 비었다/적막하다"(시 '마스크' 중)
시 '고독이 말 걸어왔다'는 "당신과 나 사이/거리는 2미터/아니, 더 멀어질수록 좋아" "마스크 속으로 입들이 갇히자/욕하고 비난하고 가시로/박히던 말, 말, 말들이 사라졌다"라며 거리두기에 대한 또다른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강 시인은 1991년 '민족과 문학' '현대시'로 등단해 시집 '구름 사원' '환한 폐가''그냥 한번 불러보는'을 냈다.
2005년 '애지'로 등단한 박언숙 시인의 첫 시집인 '잠시 캄캄하고 부쩍 가벼워졌다'에 실린 '지명수배, 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바라보는 시인의 혼란스러운 시선이 나타난다.
이 시에서 시인은 거리두기에 대해 "핵심 아이템은 마스크로 낯짝 가리기/거울도 알아보지 못하는 낯설게 하기"라며"무수히 접선했던 그들과 나의 연결선/인연 따윈 어이없이 묵살하는 괴이한 간격/장애물과 살얼음판 딛는 사회적 관계와 환경"이라고 표현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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