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앰뷸런스를 타고 온 날, 시인은 고독을 노래했다…강해림 시인 신작 '슬픈 연대' 발간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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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18   |  발행일 2021-02-18 제16면   |  수정 2021-02-18
팬데믹 시대의 감상 고스란히 담아

박언숙 시인도 코로나 감상 첫시집

잠시캄캄하고

대구 지역 코로나19 유행 1년을 맞은 가운데, 최근 발간된 지역 시인들의 시집에 팬데믹 시대를 맞은 시인의 감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강해림 시인의 시집 '슬픈 연대'(천년의시작)에 실린 2편의 시 '마스크'와 '고독이 말 걸어왔다'에는 코로나19를 바라보는 각기 다른 감정이 담겨 있다. 시인에게 코로나19 속에 맞은 봄은 '외투에 마스크까지 쓴 이상한 봄'이었다.

"사이렌 소리도 없이 앰뷸런스를 타고 온/봄은/꽃 소식 대신/흉흉한 소문만 난분분하고//성급한 꽃나무는 서둘러 꽃망울을 터뜨려 대다가/미열과 호흡곤란을 호소했으나/다가갈 수가 없었다//도무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산불이 번져가듯 역병이/ 창궐한/도시는, 텅 비었다/적막하다"(시 '마스크' 중)

시 '고독이 말 걸어왔다'는 "당신과 나 사이/거리는 2미터/아니, 더 멀어질수록 좋아" "마스크 속으로 입들이 갇히자/욕하고 비난하고 가시로/박히던 말, 말, 말들이 사라졌다"라며 거리두기에 대한 또다른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강 시인은 1991년 '민족과 문학' '현대시'로 등단해 시집 '구름 사원' '환한 폐가''그냥 한번 불러보는'을 냈다.

2005년 '애지'로 등단한 박언숙 시인의 첫 시집인 '잠시 캄캄하고 부쩍 가벼워졌다'에 실린 '지명수배, 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바라보는 시인의 혼란스러운 시선이 나타난다.

이 시에서 시인은 거리두기에 대해 "핵심 아이템은 마스크로 낯짝 가리기/거울도 알아보지 못하는 낯설게 하기"라며"무수히 접선했던 그들과 나의 연결선/인연 따윈 어이없이 묵살하는 괴이한 간격/장애물과 살얼음판 딛는 사회적 관계와 환경"이라고 표현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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