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극단적 선택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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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1   |  발행일 2021-03-11 제23면   |  수정 2021-03-11

연예인을 포함한 많은 유명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이후 곧잘 베르테르 효과가 급증한다. 2013년 정부와 한국기자협회는 '자살 보도 권고 기준 2.0'을 통해 '자살'이라는 단어 사용 자제를 요청했다. 2018년에 개정한 '자살 보도 권고 기준 3.0'은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 대신 '사망' 또는 '숨지다'와 같은 객관적 표현을 권고했다. 이때부터 언론은 '자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는 극단적 선택 항목에서 부끄러운 부동의 1위다. 2019년 통계청이 분석한 우리나라 사망 원인으로 인구 10만명당 자살은 26.9명으로 2018년(26.6명)보다 높아졌다. 2017년(24.3명)부터 상승세가 이어졌다. 2013년(28.5명) 이후 4년간 떨어졌던 극단적 선택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극단적 선택자 수는 2017년 1만2천463명에서 2018년 1만3천670명, 지난해에는 1만3천799명으로 하루 평균 38명에 근접한다. 2019년 기준 극단적 선택은 10대, 20대, 30대 모두 사망원인 1위다. 성별로는 여성의 극단적 선택이 2018년 사망 원인 8위에서 2019년 6위로 뛰어올랐다.

오래전 중국의 장자는 "사람으로 한 번 태어난 이상 목숨을 해치지 말고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아야 한다"라고 했다. 철학자 플라톤은 "사람은 자신이 갇힌 감옥의 문을 열고 달아날 권리가 없는 죄수 신분이기 때문에 신이 부를 때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해석하면 잘살고 싶다는 것이다. 결국 죽고 싶다는 것은 잘살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혹시 꿈에서라도 극단적 선택이 생각났다면 '죽은 박사(博士)보다 살아있는 멍청이가 훨씬 낫다'라는 서양 속담을 귀담아들었으면 한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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