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공무원 조사? 대구시 투기의혹 조사 방침에 '셀프감사 한계' 지적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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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2   |  발행일 2021-03-15 제9면   |  수정 2021-03-12
연호지구, 수성의료지구 등 12곳 대상
1·2차 나눠 가족까지 조사할 예정
위법 확인땐 수사의뢰, 고발 등 조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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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대구시청 별관.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이 공직자 도시개발사업 부동산 투기의혹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시·구·군 합동조사단을 구성, 공직자들의 땅 투기 의혹 관련 조사에 나선다.

조사대상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관 사업지구인 연호지구 공공주택,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등 5개 지구 9천159필지 △대구도시공사 주관 사업지구인 수성의료지구, 안심뉴타운 등 7개 지구 4천761필지 등 총 12개 지구 1만3천920필지로 설정했다.

조사는 1차· 2차로 나눠 단계적으로 실시된다. 1차 조사 대상은 대구시 및 구·군 전 직원, 대구도시공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이후 2차 조사에선 공무원과 공사 임직원의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에 대한 조사도 이뤄진다. 보상이 완료된 사업지구는 지정 5년 전부터 보상 시점까지, 보상 완료 전인 경우 현재까지의 모든 토지거래 내용을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단은 공무원·공사 임직원은 취득세 납부자료를 활용해 조사대상자의 12개 사업지구 내 토지 등의 소유 여부와 거래내역을 전수 조사한다.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은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를 받은 후 추가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위법행위 의심자가 선별되면, 업무상 취득한 정보 등을 이용해 토지 등을 매입·거래했는지 여부를 심층 조사한다. 실제 위법행위 등이 확인되는 경우 내부징계 등 자체 처벌과 함께 부패방지법, 공직자윤리법 등 관련 법령·규정 등에 따라 수사 의뢰 및 고발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조사의 실효성을 두고 비판적 의견도 나오고 있다. 조사단이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어 '셀프 감사'가 될 우려가 높고, 차명 투자를 한 경우 당사자 동의 없이 구체적 조사를 할 수 없는 등 한계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허모(32·북구 침산동)씨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제 식구 감싸기 안 한다는 보장이 없다. LH 조사도 고작 7명에 그쳤는데 대구시는 몇 명이나 나올지 큰 기대는 없다"고 했다. 또 자영업자 김모(52·남구 이천동)씨는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일이 터지고 나서야 대책 내놓기 바쁘다. 전수조사를 하는 건 좋지만 가족, 친척 동원해서 투기한 이들은 적발이 어려워 반쪽짜리 조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자체적 조사는 신뢰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방법도 있고 특히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구시도 차명 투자를 찾아내지 못하면 조사는 크게 의미가 없을 것이다. 또한 '업무상 정보를 이용'이라는 조건에 대상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보다 폭 넓게 조사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1차적으로 공직자에 대해 투기 여부를 조사하고 추후에 심층 조사를 할 계획"이라며 "공직자는 공공감사 법률에 따라 이름, 주민번호를 활용한 조사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조사를 철저히 해 의심 사례가 있으면 추후에 조사를 진행한다. 배우자, 친인척(의 투기 여부 판별)은 법률적으로 지난한 문제"라고 했다.

금융 당국의 협조를 받을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채 부시장은 "1차 전수조사를 마치고 혐의점을 발견한 뒤 국세청 등 유관 기관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대구시는 시 본청, 구·군 소속 공무원과 대구도시공사 임직원 1만5천4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1차 조사결과를 4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시 감사관실은 조사기간 동안 자진신고센터(053-803-2292), 투기의혹 신고센터(053-803- 2292)를 운영할 계획이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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