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진화하는 번역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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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5  |  수정 2021-03-15 08:18  |  발행일 2021-03-15 제21면

배태만
배태만 〈파이데이아 공동탐구지도자〉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노벨문학상 작가가 나오지 못하는 것은 한글이 제대로 번역되지 못한 결과라는 의견이 있다. 문학작품이 다른 언어권에서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좋은 번역이 필수적이다. 나 역시 잘 번역된 책을 고르기 위해 꽤 신경을 쓰는 편이다.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난 유명작품의 경우, 여러 출판사마다 경쟁적으로 출간하기 때문에 다양한 번역본이 존재한다. 더구나 각 출판사마다 제대로 된 번역이라는 장점을 내세우며 홍보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된다.

번역 방식에는 외국어인 원천 언어를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 번역문인 목표 언어를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직역과 의역으로 나눈다. 또 번역할 문장의 분량을 어느 정도로 유지하느냐에 따라 완역과 축역으로 구분한다. 혹은 원문의 언어로부터 직접적으로 번역했느냐, 아니면 또 다른 외국어로 번역된 문장을 간접적으로 번역했느냐에 따라 원전번역과 이중번역으로 나눈다.

직역에 집착하면 문장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바꾸는 데 그치게 되어 원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오롯이 전달하기 어렵다. 원문의 형식을 존중하면서도 가독성을 높이는 번역이 바람직하다. 또 축약본보다는 원문에 충실한 완역본을 권한다. 과거 국내 번역역량이 열악했을 때는 일본어 등으로 번역된 것을 우리말로 다시 번역하는 이중번역이 불가피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언어가 직접 번역되고 있다.

여러 번역본을 선택할 경우 같은 번역 문구를 펼쳐놓고 비교해보는 것이 결정에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번역서를 고를 때 유명출판사나 알려진 번역가에 머무르기보다는 최근에 번역된 책을 우선하며 정확성과 가독성을 함께 갖춘 것을 선택하는 편이다. 이런 선택으로 훌륭한 신진 번역가의 노력과 성취를 인정해줄 때 점점 더 나은 번역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번역은 외국어에서 시작하여 결과물을 자국어로 나타내는 전문적인 활동이다. 따라서 훌륭한 번역가는 외국어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자국어에 대한 이해가 충실해야 한다. 유능한 번역가의 번역서를 제대로 선택하면 오역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독서의 즐거움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 상업성이 장악한 냉엄한 출판생태계에서 훌륭한 번역가를 사라지지 않게 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음은 물론이다.

배태만 〈파이데이아 공동탐구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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