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vestor] 센서와 전력반도체의 발전...테슬라, 라이다 활용할까

  • 문건일 변호사·테크인베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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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30 13:20  |  수정 2021-03-30 13:54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핫한 기업은 단연 테슬라다. 1년 전 테슬라의 주식은 분할 후 기준으로 70달러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때 최고가 기준으로 900달러에 육박하는 등 1년 새 약 13배 가까이 성장한 바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쫓는 기업들을 소위 ‘반(反)테슬라’라고 부른다. 테슬라와 반테슬라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라이다’ 사용 여부에 있다.

라이다란 레이저를 발사해 반사된 빛을 통해 지형지물과 사물 등을 탐지하는 장치다. 라이다가 주변을 3D로 인식하는 반면, 테슬라가 사용하고 있는 ‘레이더’는 전파를 발사해 지형지물과 사물 등을 2D 데이터로 탐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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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luminartech.com/saic/

일론 머스크는 2019년 4월22일 ‘테슬라 자율주행 데이’ 행사에서 “라이다는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며 "라이다에 의존하는 회사들은 앞으로 불행해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면서 그는 레이더만 사용한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이 같은 일론 머스크의 발언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에 불과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에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으나, 현재 전기차 시장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시장의 변화조차 오히려 테슬라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과거 발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의 매커니즘’ 및 ‘인식 단계에서 센서 간 차이’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1> 자율주행 매커니즘

자율주행은 쉽게 말하자면, 사람 대신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운전하는 것이다. 양자는 그 과정이 유사하다. [자율주행 매커니즘 : 센서를 통한 인식(인간의 눈에 해당) → 인공지능을 통한 판단 및 예측(인간의 뇌에 해당) → 제어]

예를 들어 테슬라 모델X 운행 중 100m 앞 횡단보도를 천천히 건너가고 있는 노인을 발견한 경우, 운전자가 눈으로 전방의 사람을 확인하는 것처럼 자율주행 차량은 레이더 센서를 통해 노인을 '인식'한다.

그리고 운전자가 법률상 보행자 보호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감속해야 한다고 ‘판단 및 예측’하고 브레이크를 밟는 ‘제어’를 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은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2> 인식 단계에서 센서 간 차이

‘인식’의 단계에서 라이다는 3D로 인식하는 데 비해 레이더는 센서의 위치를 기준으로 2D, 즉 평면으로 인식하게 된다. 레이더 센서의 2D보다 라이다 센서의 3D가 인식의 단계에서 더 고차원적인 것이고, 일론 머스크 또한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다만, 일론 머스크는 인식 단계에서 레이더(2D)를 사용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인간의 뇌와 같은 ‘판단’의 영역이고,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주행자들의 데이터를 선점하고 있으므로 확보된 데이터 및 AI 딥러닝, 즉 ‘판단 및 예측’의 과정을 통해 ‘인식’ 능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일론 머스크의 라이다 혐오
이와 같은 배경에 더해 일론 머스크는 두 가지 이유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에서 라이다를 배제했다.

첫 번째는 라이다의 비싼 가격 때문이다. 저렴한 전기차를 공급하고자 하는 일론 머스크의 철학과 맞지 않다는 것. 일론 머스크가 호언장담할 당시 벨로다인(Velodyne)의 초기 라이다 센서 가격은 대당 7만5천달러(약 8천만원)에 달했다. 저렴한 전기차를 꿈꾸는 일론 머스크가 라이다를 혐오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초기의 라이다는 360도 전체를 인식하도록 만들어져 전기차 위에 설치돼야 했으므로 미관을 해치는 문제도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라이다 및 라이다 센서의 처리장치가 소모하는 전력이 상당해 전기차 주행거리를 짧아지게 만든다는 것. 실제 과거 2세대 전력반도체는 현재보다 동일 센서 대비 두 배 이상의 전력을 소모했으므로 양 센서 간 전력 소모량 차이는 유의미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4> 라이다의 가격 문제 해결
최근 몇 년 사이 라이다 양산품의 가격은 10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벨로다인의 초기 라이다 센서 이후 구글의 웨이모(WAYMO)가 7천500달러(약 800만원) 라이다를, 루미나 테크놀로지스(Luminar Technologies)는 2019년 750달러(약 80만원)의 라이다를 각각 선보였다.

최근에는 벨로다인과 루미나 사이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21년 4분기에는 양산형 라이다의 가격이 500달러(약 60만원)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반테슬라로 불리는 GM·FORD·바이두는 벨로다인과, 볼보·토요타·다임러 등은 루미나와 협업 중이다.

<5> 라이다의 전력 소모 문제 해결
최근에 출시되는 저가형 라이다 경우 120도로 각도를 줄여 기존 자동차의 전방센서 위치에 탑재할 수 있게 됐다. 더 이상 미관을 해치지 않고, 전력소모량은 오히려 과거에 비해 줄어든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전력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센서의 전력소모량 자체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양자의 전력소모량 차이는 더 이상 부각되지 않는다.

3세대 반도체로는 질화갈륨(GaN, 갈륨 니트리드) 반도체와 탄화규소(SiC,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가 있다. 저전압(50-300V)에서는 전자가, 고전압(1천V 이상)에서는 후자가 압도적인 전력효율을 보이며 2세대 규소(Si,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하고 있다. 3세대 반도체의 대표주자로는 독일의 인피니온(Infineon)이 있다.

라이다는 위 3세대 반도체 중 저전압인 질화갈륨 반도체를 사용한다. 높은 전압과 온도에서 탄화규소 반도체가 전력효율을 높이고 있으므로 전체적인 배터리 효율 자체가 이전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따라서 라이다의 전력소모량이 더 이상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방해하는 요소라고 보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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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트렌드포스


6. 테슬라 vs. 반테슬라 승자는?
위에서 본 것처럼 일론 머스크가 라이다를 극혐했던 두 가지 이유는 현재 시점에서 해결 가능한 문제가 됐다. 또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율주행의 완성을 위해서는 레이더와 라이다의 혼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일론 머스크의 과거 발언이 머쓱해질 수 있겠지만, 테슬라 입장에서도 라이다의 두 가지 문제점이 해결된다면 라이다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힘들다.

더군다나 테슬라 진영 외의 전기차 업체들은 대부분 라이다를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루미나 CEO 오스틴 러셀은 라이다 센서 통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어느 자동차든 라이다만 장착하면 자율주행 기술이 구현 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오스틴 러셀이 그리고 있는 라이다가 실현된다면 수년 내에 테슬라의 경쟁상대는 전기차를 넘어 현존하는 자동차 회사 전체가 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운좋게도 테슬라는 레벨2(부분적 자율주행)를 넘어 FSD(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반테슬라 진영과는 비교 불가능한 수준의 운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일론 머스크는 3월13일 자신의 트위터에 "Next signifiant release will be in April. Going with pure vision - not even using radar. Thos is the way to real-world AI (4월에 발표될 FSD는 레이더 없는 순수한 비전을 이용할 것이며, 이것이 진짜 AI 세계로 가는 길)"라는 글을 남겨, 테슬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서의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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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일 변호사·테크인베스터

일론 머스크가 이와 같은 미래를 예측하고 라이다 장착을 위한 디자인, 라이다와 혼용 가능한 FSD의 개발 또는 업데이트를 준비한다면 축적된 운행 데이터와 강력한 FSD로 인해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문건일 <변호사·테크인베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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