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vestor] 뉴럴링크의 BCI : 인간의 역습

  • 문건일 변호사·테크인베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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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1 14:36
2016년 10월 공개된 미국 HBO의 드라마 ‘웨스트월드 : 인공지능의 역습’에서는 미래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 로봇이 가상현실의 테마파크에서 인간들의 노리개로 쓰이다가 반란을 일으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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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드라마 ‘웨스트월드’는 현재 시즌3까지 공개됐고, 국내에서는 ‘왓챠’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HBO 드라마 웨스트월드 홈페이지

드라마에서 인간은 자의식을 갖는 AI 로봇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약한 존재로 그려진다. 필자는 드라마를 보면서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바둑 대국에서 인류에게 안겨준 패배를 떠올렸다.

AI에 대한 인류의 첫 패배 때문이었을까.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같은 해 7월 사재 1억 달러를 투자해 ‘뉴럴링크’를 설립했다. 인간의 두뇌를 컴퓨터화하는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2017년 두바이에서 열린 WGS(세계정부서밋)에서 일론 머스크는 “컴퓨터가 1초에 1조 비트(bit)의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는 데 반해 인간이 손가락을 이용해 생산하는 정보의 양은 1초에 10비트 내지 100비트 불과하다”며 “인간은 AI에 대항할 수 없고, 따라서 인간이 AI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해 정보처리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BCI(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
BCI 기술은 뇌파를 이용해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의미한다. 뇌의 정보 처리 결과를 언어나 신체 동작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가 생각하고 결정한 특정 뇌파를 시스템의 센서로 전달해 컴퓨터가 해당 명령을 처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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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의 BCI 칩셋 ‘LINK’. 지름 23mm, 두께 8mm, 무게 42g의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스마트워치처럼 자기장 무선충전을 지원한다. 출처: 뉴럴링크 공식 홈페이지


BCI는 뇌파 해독(解讀) 장치의 인체 삽입 여부에 따라 침습형과 비침습형(쉽게 탈착 가능)으로 구분된다.

 

뉴럴링크는 2019년 7월16일 뇌에 이식할 수 있는 폴리머 소재 전극과 초소형 칩인 N1으로 구성된 침습형 BCI 장치를 공개했다. 이듬해 7월에는 더욱 발전된 형태의 ‘LINK’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Breakthrough Device(혁신의료기기)’로 지정 받았다.

한 달 뒤인 8월28일 뉴럴링크는 LINK를 뇌에 삽입한 지 2개월 된 돼지로부터 흘러나오는 신경신호의 데이터 패턴을 분석해 움직이는 방향을 예측할 수 있음을 보여줬고, LINK 삽입을 위한 무인 수술 로봇을 공개하기도 했다.

2021년 4월11일에는 뇌에 BCI 칩셋을 심은 원숭이 ‘Pager’가 생각만으로 핑퐁 게임을 하는 영상을 공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출처: 뉴럴링크 공식 홈페이지 (https://neuralink.com)


이제 인간의 차례다. 일론 머스크는 빠르면 올해 안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마칠 것이라면서 마치 라식수술을 받는 것처럼 ‘저렴하고, 안전하며, 간단하게’ 무인 수술 로봇을 이용해 오전에 시술을 받고 오후에 스마트폰 앱을 통해 컴퓨팅 제어가 가능할 것이라 장담했다.

LINK와 같은 칩습형 BCI는 두개골을 열어 뇌에 디바이스를 직접 삽입하므로 뇌파 해석의 정확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체 내부환경에서 부식될 가능성과 삽입 시술에 대한 윤리적·사회적 거부감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향후 임상실험을 통해 일론 머스크가 장담한 대로 ‘저렴하고, 안전하며, 간단하게’ 뉴럴링크의 삽입과 제거가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신기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체내 안전성과 사회적인 불안감은 이내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상용화가 이뤄지면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전기차 오너에게 그랬던 것처럼 OTA(Over The Air)를 이용해 방대한 양의 사용자 신경패턴을 수집, 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가상현실 등 컴퓨팅 제어와 기억의 저장 및 이식 기술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 시장전망
기존 BCI 기술은 뇌·척추 질환의 치료 등 의료기술로 시장을 형성했다. 비침습성 뇌자극 시스템을 의미하는 ‘마인드 스팀’이나 뇌파 관찰로 ADHD 등 정신질환자의 행동양식을 수정할 수 있는 ‘뉴로 피드백’과 관련한 의료기기 시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BCI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반 대중의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밸류에이츠(valuates reports)는 2020~2027년 BCI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14.3%로, 2027년 시장 규모를 35억850만 달러(4조 원)로 예측했다.

BCI 시장규모 확대를 앞두고 기업 투자도 활발하다. 앞서 보았던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뿐만 아니라 마크 저커버그의 ‘페이스북’은 2019년 BCI 스타트업 ‘컨트롤 랩스’를 인수했다. 

 

 

컨트롤랩스는 뉴럴링크와 달리 
뇌의 전기신호를 손목밴드 형태의 비침습형 디바이스로 읽어 들여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오펙트’가 BCI 기술을 활용해 신경계 및 근골격계 질환자의 재활기기를 개발하는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네오팩트의 관계사인 ‘와이브레인’은 2020년 11월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의 퍼스널 모빌리티용 BCI 디바이스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향후 많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뇌 전기신호의 해상도가 더욱 정교해진다면 ‘가상현실 측면에서의 메타버스 시장’, ‘기억의 저장과 이식 측면에서의 클라우드 시장’과 함께 BCI 시장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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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뉴럴링크 공식 홈페이지 (https://neuralink.com)


◆BCI의 미래
BCI의 궁극적인 목표는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것이다. 관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장애의 극복이다. 약 20년 전인 2002년 후천적 시각장애인인 젠스 나우만에게 침습형 BCI 기술을 적용하는 실험을 한 결과, 섬광만으로 일정 부분의 시각을 회복시켜 차량을 운행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과거에는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BCI 삽입이 가능해졌다. 로봇의족의 경우 1만 달러(약 1천120만 원) 정도로, 대중의 접근이 가능할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시청각 센서의 소형화·고성능화로 BCI 기술과의 접목도 기대된다.

따라서 신체 마비와 같은 운동장애의 경우 생각만으로도 스마트폰이나 로봇의족의 작동이 가능할 것이고, 시각이나 청각 장애의 경우에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생산성 증대다. 키보드를 두드리지 않고도 생각만으로 문서작업 혹은 게임을 하는 사소한 수준의 일은 이미 2020년 CES(세계가전전시회)에서 프랑스 스타트업 ‘Next Mind’에 의해 공개됐으며, 조만간 상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BCI를 통해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뇌에 연결된 컴퓨터를 활용하거나, 네트워크상의 AI와 협업해 즉각적으로 연산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복잡한 수준의 일도 가능할 것이다.

또는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데이터로 무술을 익힌 것처럼 필요한 정보를 스트리밍 받아 뇌에 바로 업로드해 생산성을 가역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생산성 격차의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곧 경제적 격차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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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스파이더맨 : 파프롬 홈」의 한 장면


 

셋째, 컴퓨팅 환경의 변화다. 수년 내 출시될 AR 글래스와 무선통신망의 발달로 인해 컴퓨팅 환경이 하드웨어에서 클라우드&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 갈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스파이더맨 : 파프롬 홈’에 나왔던 아이언맨의 안경 ‘이디스(EDITH)’가 드디어 현실화하는 것이다. 다만 BCI 기술로 인해 영화 속 스파이더맨처럼 음성 명령을 출력할 필요 없이 생각만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의 보존이다. 무선통신망의 발달과 클라우드의 발전으로 기억을 실시간 업로드하고, 우리가 현재 영화를 보듯이 추억을 스트리밍하거나 공유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 저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인간의 모든 기억을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는 기술이 2030년대에 실현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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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일 변호사·테크인베스터

이상과 같은 일이 아직도 공상과학처럼 느껴지는가. 누구나 머릿속에 컴퓨터 한 대씩 장만할 날이 머지않았다. 2016년 인류는 AI에 패배했지만 이제 인간의 역습이 시작되고 있다.

문건일 <변호사·테크인베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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