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vestor] 돈 되는 태양광...‘페로브스카이트’로 예측한 미래

  • 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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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16 15:13  |  수정 2021-03-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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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일 변호사(테크인베스터)

최근 국내 한 연구진이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꼽히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를 활용해 태양광 효율을 25.2%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아직 상용화하지 않았지만 이론상으로 87%까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인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기존 폴리실리콘 소재의 태양광 최고 효율성(26.7%)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페로브스카이트 관련 국내 1위 기업인 한화솔루션은 기존의 폴리실리콘 위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쌓는 방법인 '탠덤(Tandem)셀'을 활용해 2025년까지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1월에는 페로브스카이트 관련 인재 250여명을 새로 유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페로브스카이트 소재 태양전지의 특징은 뭘까. 

첫째, 실리콘보다 광전효율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태양광 에너지를 기준으로 실리콘의 이론상 효율은 29%이고, 증명된 효율은 26.7%다. 그러나 페로브스카이트의 이론상 효율은 87%에 달하고, 달성 가능한 효율성은 현재 빠른 추세로 증가하고 있다.

둘째, 제조 단가가 저렴하다. 실리콘은 1천400℃의 고온 공정을 거쳐야 하는 반면, 페로브스카이트는 100℃에서 공정이 가능해 제조 단가가 6배 이상 저렴하다. 더군다나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태양광 발전용 유리 가격이 100%, 실리콘 가격이 50% 인상돼 실리콘 태양광 패널의 제조 단가가 상승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의 가격 경쟁력이 더 강해질 전망이다.

셋째, 가볍고 유연한 특성을 갖고 있다. 소재 특성상 실리콘보다 60분의 1 두께로 유연하기까지 한 것. 신문을 인쇄하듯 인쇄공정이 가능하고, 웨어러블기기나 건물 표면에도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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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제공>

페로브스카이트의 이와 같은 특징을 기반으로 예측해 본 가까운 미래는 더욱 흥미롭다.

먼저, 탠덤셀이 상용화할 경우 삼성전자와 맞먹는 글로벌기업이 탄생할 것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글로벌 태양광 수요 현황 및 전망’ 자료(그래프 참조)에 따르면, 2022년 태양광발전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190GW다. 이는 2020년(130GW)보다 60GW가 증가한 규모다. 업계 안팎에선 이와 같은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2025년에는 약 500조 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20년 4분기 기준 한국의 태양광 발전량은 4GW로 산업 전체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마저 대부분은 중국기업이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한화솔루션, 유니테스트, 신성이엔지 등의 기업이 앞선 기술력으로 태양광 점유율을 높인다면 시가총액 50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와 맞먹는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의 유연하고 가벼운 특징은 기존 산업의 부가가치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테슬라의 전기차 표면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으로 마감한다면 전기차 효율이 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중국 드론 제조사인 ‘이항’의 드론택시 경우 현재 배터리 기술로는 10분밖에 운행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표면에 새로운 태양전지를 입한다면 드론택시 상용화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소형가전은 물론 웨어러블 기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테슬라와 솔라시티의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전 세계 기업이 굳이 전고체 배터리(Solid State Battery·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이 고체로 된 2차전지)에 목을 맬 필요가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예상할 수 있는 미래는 광사태 기술 응용으로 충전이 필요 없는 시대의 도래다. 지난 1월 국내 연구진은 나노입자를 통해 빛의 연쇄증폭 반응을 보이는 현상, 즉 ‘광사태’ 현상을 발견해 네이처지 표지논문으로 게재한 바 있다. 광사태현상을 이용하면 마치 눈사태처럼 입력되는 에너지보다 더 큰 빛에너지를 출력할 수 있다.

 

물론 당장 상용화하기엔 이르지만 태양전지에 광사태(빛의 연쇄증폭) 현상을 활용한다면 흐린 날뿐만 아니라 실내 전등의 빛 수준만으로도 지금의 태양광전지와 같은 효율이 나올 수 있다. 애플과 삼성에서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대가 올 수 있는 것이다.

에너지 혁명은 지금이 바로 그 시작일지도 모른다.

 

문건일 <변호사·테크인베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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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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