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마트-마켓컬리-롯데마트...."여기가 제일 싼 곳" 온라인몰 고객 모시기 전쟁

  • 김형엽
  • |
  • 입력 2021-04-16  |  수정 2021-04-16 07:37  |  발행일 2021-04-16 제10면
소비자 유혹하는 '최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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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쏘아 올린 유통가 가격 경쟁이 가열 조짐을 보이면서 유통업체 간 때아닌 출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꽁꽁 얼어있던 소비심리가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이른바 '보복소비' 현상과 맞물리면서 유통 업체들은 저마다 파격적인 정책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을 통한 소비가 정착되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다양한 구입처의 상품을 비교해 가며 구입하는 쇼핑 유목민을 '충성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저마다 손짓하고 있다.

쿠팡, 유료였던 로켓배송 무료로 확대
공격적 판매책으로 유통가 경쟁 불씨
이마트몰 최저가 보상제로 즉각 대응
롯데마트·마켓컬리도 가격인하 돌입

가격·제품따라 움직이는 쇼핑 유목민
유료멤버십 등 활용 충성고객으로 확보
생수·샐러드 구독서비스 편리해 인기
전 세계적 보복소비 흐름 호재로 작용


◆무료배송 확대, 최저가 경쟁 불 붙었다

지난 2일부터 쿠팡은 유료 멤버십 가입 고객에만 제공하던 로켓배송 상품 무료 배송 서비스를 모든 고객 대상으로 확대했다. 로켓배송 상품이 쿠팡 전체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 제품 가격을 인하한 셈이다. 쿠팡은 로켓배송 상품 무료배송을 기간이 한정된 이벤트라고 했지만, 그 기간이 언제까지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언제 끝날지 모를 유통 경쟁에 불씨를 댕긴 것. 지난달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본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시장 점유율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쿠팡의 파격적인 정책에 자극을 받은 다른 유통업체들도 곧바로 반응했다. 이마트는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내놓았다.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등 3개 온라인몰과 비교해 최저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구매 당일 오전 9시~ 낮 12시 이마트 가격과 이들 온라인몰 판매 가격을 비교해 더 저렴한 상품이 있으면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 준다. e머니는 이마트 매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마켓컬리는 채소 및 과일, 수산 정육 등 60여 가지 식품을 1년 내내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시행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소비자가 정책 적용 대상 식품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전용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생필품 등에 대해서도 적용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롯데마트는 14일부터 생필품 500여 제품을 최저가로 판매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롯데마트GO앱'으로 결제하면 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해준다. 또한 11번가는 생필품 1천여 제품을 자정까지만 주문하면 다음날 바로 배송해주는 '오늘주문 내일도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 업체가 소비자를 겨냥한 정책을 내놓았다면 네이버는 판매자를 위한 정책을 준비 중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금 정산 시기를 앞당기는 것. 사업자별 대금 정산 시기를 '배송완료'에서 '집하완료'로 바꿔 중소상공인의 자금 회전에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소비시장 활력이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

지난달 신용카드 승인액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억눌린 소비심리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월 신한카드 승인액은 13조7천72억원으로 지난해(11조5천903억원)보다 16.5%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비대면 소비 패턴이 확산하면서 온라인 카드 승인액은 꾸준히 늘었지만, 오프라인 카드 승인액은 제자리걸음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달 오프라인 카드 승인액이 15.9% 증가하면서 소비 회복세가 뚜렷해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소비는 코로나로 인해 억눌려 있는 소비 심리가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보복소비'와 연관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성인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보복소비'에 대해 조사한 결과 38.3%가 보복소비를 한 경험이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함을 쇼핑으로 해소하거나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 관련 제품을 구매, 여가 시간에 인터넷 쇼핑을 하게 되는 등이 꼽혔다. 지난 13일(현지시각)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발표한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보복 소비'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소비 현상은 유통업계의 가격 경쟁을 더욱 부추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지갑을 열었고, 어디에 쓸지만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고, 소비 욕구를 반영할 수 있는 소비자들에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유통경쟁은 반가울 따름이다.

◆쇼핑 유목민을 '충성고객'으로

온라인을 통한 소비가 널리 정착되면서 다양한 구입처의 상품을 꼼꼼히 비교해가며 구입하는 '쇼핑 유목민'이 늘었다. 이들은 한 쇼핑몰에서만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구매처를 다양화한다.

유통업체들은 이 같은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자체적으로 간편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적립 및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파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료멤버십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간편결제 시스템으로는 쿠팡의 쿠페이, 네이버의 네이버페이,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페이 등이 있다. 유료멤버십의 경우 로켓와우(쿠팡·월 2천900원), 네이버플러스(네이버·월 4천900원), 컬리패스(마켓컬리·월 4천500원) 등이 대표적이다.

업체에서 독점적으로 상품을 내거나 자체 브랜드(PB)를 만들어 내놓는 경우도 있다. 전국 유명 맛집의 음식을 가정간편식인 '밀키트'로 만들어 파는 것이 대표적이다. 먼 거리에 있거나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 찾아가지 않고도 맛집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신문 및 유제품 등 배달과 같은 구독 서비스도 활성화하고 있다. 일정 금액을 내면 생수·샐러드 등 매번 구매해야 하는 제품을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형태다. 고객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구매 과정을 줄일 수 있고, 기업은 충성고객 확보로 안정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

쿠팡 관계자는 "올 하반기 대구 달성군에 물류센터가 지어지는 만큼 일자리 확보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통해서 사회적 기여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핵심 생필품에 대한 가격투자를 통해 가격신뢰도를 높이고 더 많은 이익과 혜택을 고객과 나누겠다"고 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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