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대구 달성 현풍 석빙고 '건축토목의 공학적 설계가 눈에 띄는 조상들의 슬기'

  • 이외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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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03   |  발행일 2021-05-05 제10면   |  수정 2021-05-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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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풍 석빙고 전경 뒤에 보이는 언덕이 상리체육공원이다.


대구 비슬산 자락이 크고 작은 산괴(山塊)를 거느리고 구천(현풍천 별칭)을 따라 서진하면서 '나래메'란 야트막한 산을 잉태했다. 이 산자락(지금은 테크노폴리스 조성으로 형체도 알 수 없음)에 연 닿아 있는 작은 동산 상리체육공원에 이르면 언덕 아래 현풍천을 끼고 고분처럼 생긴 축조물이 하나 있다. 이것은 300여 년 전 옛 조상들의 과학적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조선시대의 얼음창고인 석빙고다.

대구 달성군 현풍읍 상리에 있는 현풍 석빙고는 조선 영조 6년(1730년)에 만들어진 축조물로 원형을 잘 보존된 전국 6곳의 석빙고 중 하나다. 경주 석빙고보다 축조연대가 8년이나 앞서고 다른지역 석빙고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만들어진 대구지역의 유일한 석빙고 유산이다.

당시 고을마다 석빙고가 모두 설치돼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크지 않은 현풍고을에서 석빙고가 만들어진 것은 매우 흥미롭다. 아마도 왕실에 진상했든 현풍지역 특산물인 석류, 은어, 비슬산약초 등을 신선하게 갈무리하기 위해서 축조하지 않았나 추측해 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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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풍 석빙고는 북향으로 석빙고 입구가 만들어져 있다.


겨울철에 결빙된 현풍천 얼음을 거두어 여름까지 보관하기란 쉽지 않을 터인데 당시 건축토목의 공학적 기술이 놀라울 뿐이다. 개울물이 흐르는 남쪽으로 석빙고 입구를 설치하지 않고 언덕을 향해 북향으로 한 것은 바깥의 더운 기운을 차단하기 위해서이고 옹벽으로 둘러 쌓은 것도 같은 이유라 한다. 또한 바닥에는 돌을 깔았고 천장에는 환기구 2개를 설치해 여름에도 얼음이 녹지 않도록 통풍과 배수를 고려해 공학적으로 설계돼 있다.

입구는 길게 다듬은 직사각형 돌로 4개의 홍예(虹霓) 틀어 올리고 홍예 사이에는 직사각의 널판 같이 뜬돌로 천장과 측면벽을 만들어 예술적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았다. 뒷벽은 잡석으로 두껍게 만들고 자연석으로 나머지 벽을 쌓아 마무리했다. 외형은 점토를 다져 두껍게 덮고 둥글게 하여 잔디를 깔아 마치 고분 같은 모양새 같다.

1980년에 보물673호로 지정되었으며 길이 11.5m 높이 2.5m 너비4m로 축조되었다. 훼손된 흔적없이 잘 보존된 현풍 석빙고는 유감스럽게도 탐방객이 석빙고 내부관찰이 허용되지 않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글·사진= 이외식 시민기자 2whys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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