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진입하는 가상화폐, 새판짜기 시작됐다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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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31   |  발행일 2021-05-31 제18면   |  수정 2021-05-3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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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시장이 혼란의 소용돌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가상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에 대한 악재들이 잇따라 튀어나오는 데다 일부 전문가들이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정부가 가상화폐 주무부처를 금융위원회로 정하면서 단속의 고삐를 높일 수 있다는 신호를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뿐 아니라 가상화폐 시장 전체가 새판짜기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관리·감독 맡아
주무부처 교통정리 끝내고 단속 예열
신고유예 9월까지 리스크 관리 강화
"투자자들 보호하기엔 여전히 역부족"
국회서 손배 등 규율 입법도 진행 중


◆미·중 쌍끌이 압박에 가파른 하락세

30일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4천200만원대 전후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더리움 역시 280만원대에서 치열한 힘겨루기를 기록 중이며, 도지코인은 37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며 8천200만원대를 기록했던 불과 한 달 전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더리움도 비슷한 하락 폭을 경험하고 있다.

이 같은 가상화폐 시장의 폭락세는 최근 미국이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하고, 중국도 비트코인 거래와 채굴을 금지하면서 촉발됐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돌연 테슬라 전기차의 비트코인 결제를 취소한 것도 가상화폐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악재가 됐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를 내놓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비트코인 가치가 '0'으로 수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JP모건 최고경영자는 "비트코인은 법정 화폐나 금과 비교할 수 없어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가상자산은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되기 어렵고, 누구도 가치를 보장할 수 없으며, 국내외 거래환경 변화 등에 따라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자기책임 하에 거래여부 등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단속 주무부처 논란 금융위로 일단락

가상화폐 시장의 혼란에도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던 우리 정부도 단속의 깃발을 세웠다. 정부는 지난 28일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관리방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거래 투명성 제고를 위한 가상자산사업자 관리·감독 및 제도개선 업무를 맡기로 했다. 기존 자금세탁방지 업무에 거래소 관리·감독과 피해자 보호 방안 마련 등 업무가 더해진 것이다.

가상자산사업자 관리·감독 및 제도개선은 금융위 주관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블록체인 기술발전·산업육성은 과기정통부 주관으로 추진한다.

특히 오는 9월24일인 사업자 신고 유예기간까지 신고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사업자의 횡령 등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 발생 예방을 위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이 가상화폐 시장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에 따라 국회에서 관련 입법이 진행 중이다. 시세조종·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 등을 금지하고 해킹 등 사고 발생 시 사업자의 손해배상 책임, 가상화폐 발행 요건 등을 규율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법안에는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사전에 다른 사람과 짜고 정해진 시기에 가상자산을 매수·매도하거나(통정매매) 실제로 사고팔 목적 없이 거짓으로 매매하는 행위,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 중요한 사실에 관해 거짓 또는 오해를 유발하는 표시를 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거래소 대대적 구조조정 가능성
국내 가상자산 거래 사업자 60여 곳
법인·대주주 등 금융범죄 여부 검증
ISMS인증·실명확인 계좌 운영하는
거래소 빅4도 '신고 통과' 장담 못해


◆"거래소 물갈이 후 새판짜기 돌입" 전망도

금융위원회가 정부의 가상화폐 주무 부처로 정해지면서 향후 가상화폐거래소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의 핵심 이슈는 거래소들이 오는 9월24일 전까지 은행과 연계된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확보하고, 사업자 신고를 할 수 있을지다.

가상화폐거래소는 9월24일 전까지 은행과 연계된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확보해야 사업자 신고를 할 수 있다. 현재 주요 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입출금 계정 연계를 꺼리고 있다. 금융권의 목줄을 쥐고 있는 금융위가 중재에 나서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까지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해왔던 금융위가 태도를 바꿀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상자산 거래업자는 60여 개사가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신고가 수리된 사업자는 단 한 곳도 없다. ISMS(보안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은 곳이 20개 업체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운영하는 곳은 업비트(두나무), 빗썸(빗썸코리아), 코빗, 코인원 4곳뿐이다. 하지만 4곳도 모두 신고를 통과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가상화폐시장의 새판짜기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가상화폐거래소의 법인·대표자·임원이 특금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테러자금조달금지법, 금융관련법 등에 따라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으면 신고가 불수리 될 수 있다. 또 현재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 개설된 거래업자의 경우에도 신고를 위해서는 은행의 평가를 다시 거쳐야 한다.

하지만 대형은행들은 실명 계좌 개설과 평가로 향후 은행이 피해 책임을 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부실 펀드 판매의 책임을 은행이 졌던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가상화폐거래소의 대주주 적격성이나 수익 지속성 등에 대한 의구심이 금융권에 적지 않게 퍼져 있다"면서 "차라리 기존 업체들이 물갈이된 후 새로운 사업자들이 시장을 형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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