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이준석 현상과 야권 쇄신

  •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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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2   |  발행일 2021-06-02 제26면   |  수정 2021-06-02 07:13
'36세 0선 중진' 이준석 돌풍

야권 쇄신 촉매제로 등장해

그러나 60대 이상 보수층을

野혁신 논의서 배제하는 건

사회통합 포기와 다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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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제1야당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서 30대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50% 가까운 지지율을 받고 있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비슷한 비율로 나온다. 2, 3위 후보와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연령별로는 20대와 중도층의 지지율이 특히 높다. 경선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후원금 모금에서도 사흘 만에 1억5천만원이란 한도를 채웠다. 이 분야 역대 돌풍 정치인들의 기록도 갈아 치웠다.

'이준석 현상'이다. 지난 4·7 재보선에서 드러났듯 특히 20대가 확연히 반 문재인·586세대 정권으로 돌아섰고 그것이 제1야당 30대 정치인으로 향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 지지층의 다른 세대와 중도층도 상당히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 구조하에 있는 제1야당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보니 그 당의 젊은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36세 0선 중진'이란 타이틀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면 이준석 자체로서 야권쇄신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이준석을 매개로 야권쇄신이 시도되고 있는 것인가? 달리 말하면 세대교체론이 이뤄지는가, 야권 쇄신의 촉매제로서 등장시킨 것인가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반(反)페미니즘(反여성주의)을 주장해 20대 남성들의 지지를 끌어들였다. 정치적 소수자 우대조치에도 반대했다. 그런데 이는 문재인·586 정권의 프레임 안에서 논쟁하는 것이다. 즉 분열을 비판하면서 또 다른 분열을 야기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공정한 능력주의도 주창했다. 여성할당제, 청년할당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인데, 이 역시 시행해 본 적도 없는 제도이거나 정작 그가 수혜자인 제도다. 명분과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는 깊이 있는 주장까지는 못 된다.

그는 한편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박근혜 키즈'인 동시에 '탄핵 찬성파'라는 상반된 정체성을 안고 있다. 넓게 보면 혁신보수이지만, 정치현실과 한편의 명분론 양쪽에서 일정 부분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달리 길이 보이지 않는 보수층 일각에서도 세대교체와 야권혁신이라는 명분론적 타협안으로서 그를 소환했다. 결국 촉매제로서의 기대가 아닐까.

그러나 이 모든 논의에서 배제 내지는 소외시키고 있는 세대가 60대 이상 보수층이다. 국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건강 향상과 수명 연장에 따라 계속 높아져 올해 16.6%에 달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0년 후인 2031년에는 25.9%로 높아지고, 현 출산율 저하현상이 이어지면 2065년에는 46%에 달한다. 15세에서 64세까지의 인구를 오히려 추월한다.

세대교체론은 역사적·정치사적으로 볼 때 변화의 욕구이지 그 자체가 당위성이 아니다. 이제 60대 이상은 지나간 세대가 아니다. 건강도나 경륜면에서 사회의 중요한 한 축이다. 오랜 세월 역경을 극복해 내고 성공을 이뤄낸 경험을 갖고 있다.

정치권의 표계산 갈라치기에 따른 폄훼, 보수야권의 정치적 인질화는 퇴보의 가속화일 뿐이다. 특히 야권 혁신에서 60대 이상 세대 배제 내지 무시는 그들의 기득권 고착만을 위해 사회 통합화와 선진화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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