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차량기지] 안심·봉무 주민 반발 커...'외곽지 이전' '지하화' 등 묘책 필요

  • 정지윤,이자인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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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21 16:16  |  수정 2021-06-30 16:02  |  발행일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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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 이후 대구 달서구 유천동에 위치한 월배차량기지의 이전 방향이 발표될 예정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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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사복동에 위치한 안심차량기지. 월배차량기지가 이전한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대구도시철도 차량기지의 향방에 시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배차량기지 이전'은 달서구 주민들의 숙원사업이고, 동구 봉무동 주민들은 '엑스코선 차량기지 변경'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혐오 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차량기지가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 시민들의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 월배차량기지 어디로 가나
대구 달서구 유천동에 위치한 월배차량기지는 지난 1997년에 지어졌고, 월배 지역 택지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차량기지 인근 지역이 아파트촌으로 바뀌었다. 현재 전동차 소음, 분진, 진동 등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주민들은 월배차량기지 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대구시는 사업비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했었다. 물꼬가 트인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가 월배차량기지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권 시장 당선 이후 2019년 6월 대구도시공사에서 3억 4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월배차량기지 이전 관련 용역을 진행했다. 그러나 용역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차량기지 후적지 개발로 인한 문제점 등으로 인해 용역 결과 발표가 미뤄졌다. '대구대학교'라는 새로운 변수도 등장해 용역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대구시는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아 용역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대구시로선 난제인 셈이다.


대구시가 용역 결과를 차일피일 미루자 달서구 일각에선 '월배차량기지가 이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유모(35·달서구 유천동)씨는 "월배차량기지는 달서구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다"면서 "이전하지 않는다고 결정이 나올까 불안하다"고 했다.


대구시는 오는 24일 월배차량기지 이전 방향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이전 방안은 안심차량기지로의 통합이다. 안심차량기지의 경우 월배차량기지보다 약 5만 8천 700㎡ 넓은 데다, 이전 부지를 갖추고 있어 이전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대구대로 월배차량기지와 안심차량기지를 통합 이전하는 방안은 사실상 어렵다. 도시철도 1호선 하양~진량 연장구간이 도시철망구축계획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도시철도 1호선 하양~금호(경마공원) 연장사업이 반영됐다.


또 달성군 옥포읍 일대 신기지 건설에도 비용 문제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안심차량지지로 월배차량기지 통합 시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안경은 대구시의원(동구4)은 "한 지역이 좋아지게 하려고 다른 지역으로 기피시설을 보내는 것은 있어서 안 될 일이다"면서 "매각 이익을 100% 동구에 투자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대책 없이 안심차량기지로 이전이 이뤄지면 안 된다. 지역 정서에 전혀 맞지 않다"고 했다.
정모(50·동구 사복동)씨는 "안심차량기지도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에서 월배차량기지가 온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동구 주민들도 차량기지로 소음 등에 시달리고 있다. 월배차량기지가 안심차량기지로 통합되면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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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코선 차량기지가 봉무IC 부지로 변경되자, 인근 주민들이 엑스코선 차량기지 설치반대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자인 수습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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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코선 차량기지가 들어설 예정인 봉무 IC는 인근 아파트와 인접해 있다. 이자인 수습기자 jainlee@yeongnam.com
◆ 엑스코선 차량기지 '변경' 논란
대구 엑스코선 역시 차량기지 논란에 휩싸였다. 총사업비 7천169억 원이 투입되는 엑스코선은 2027년 개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8년 7월 철도망구축계획에 엑스코선 차량기지 위치는 '불로동'으로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점 부근에 차량기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말 엑스코선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대구 동구 봉무동에 위치한 봉무IC 부지에 차량기지가 건설될 것으로 전망됐다. 봉무 IC가 '기능'을 잃었으며 차량기지 부지 '비용'도 고려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봉무 IC의 경우 금호워터폴리스 진입 용도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봉무 IC가 위치한 금호워터폴리스 북편에 도로가 들어서면 검단강변야구장 등 고수부지 내 시설들이 금호워터폴리스와 단절되고, 생태공원 조성도 어려워 남쪽으로 진입도로를 내도록 계획이 변경됨에 따라, 봉무 IC가 남게 됐다. 이에 시는 차량기지 부지의 토지보상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휴 부지인 봉무 IC를 활용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의 결정에 봉무 IC 인근 주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부지와 약 30m 떨어진 곳에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지난 7일부터 '엑스코선 차량기지 설치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813명이 서명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오는 30일까지 서명운동을 진행 후 대구시에 제출할 계획이다. 7월에는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할 예정이다. 주민 하모(64)씨는 "아파트 바로 옆에 지상철 차량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입주민으로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차량기지가 들어오는 이곳은 주거지역인데다가 초등학교까지 옆에 있다. 차량기지로 소음은 물론이고 분진, 전자파, 폐기물까지 발생할 텐데 반대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대구시는 '도시철도 엑스코선 건설사업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마무리 후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 5월 말부터 착수한 용역을 끝낸 뒤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봉무 IC로 이전이 확정된 건 아니다. 용역 이후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차량기지 관련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는 내년 여름쯤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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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양차량기지 전경. 주택가 등이 인근에 밀집해 있지 않아, 주민들의 민원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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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동호동 칠곡차량기지.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어 개소 당시 주민들의 불만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 '차량기지 민원' 줄일 묘책 필요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차량기지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을 줄이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배모(45)씨는 "소음, 분진 등 생활에 피해를 주는 시설이 들어온다는 데 반대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면서 "차량기지를 외곽에 설치하는 방법, 지하화하는 방법 등 시민들 거주지와 떨어진 곳에 짓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에 위치한 문양차량기지, 북구 동호동 칠곡차량기지의 경우 개소 당시 큰 불만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차량기지가 위치한 지역이 모두 도심 '외곽'이었기 때문이다. 또 엑스코선 차량기지가 동구 불로동으로 정해졌을 당시에도 주거지와 거리가 다소 떨어져 불만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도 차량기지의 경우 주택 밀집 지역을 피하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윤대식 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차량기지의 경우 주택과 멀리 떨어진 곳이라야 민원이 적을 것"이라면서 "차량기지 지하화 이야기도 나오는데, 비용 대비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이자인 수습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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