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공룡' 디즈니, OTT 아시아 허브 한국시장 공략

  • 윤용섭
  • |
  • 입력 2021-06-24   |  발행일 2021-06-24 제15면   |  수정 2021-06-24 07:48
하반기 국내 서비스 계기로
오리지널 콘텐츠 준비 한창
500억 들여 '무빙' 제작 결정
마블 시리즈 한국배우 영입
박서준 '더 마블스' 출연 소식

2021062301000728200028941


디즈니의 한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됐다. 글로벌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의 하반기 한국 서비스 시작을 계기로 한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한국 콘텐츠의 투자·제작은 물론 자사 콘텐츠에 한국 배우를 영입하는 등 한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한 조직 개편 작업도 끝마쳤다. 디즈니의 이 같은 구애는 아시아 시장의 허브로 평가받는 한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동시에 글로벌 OTT 시장의 강력한 라이벌인 넷플릭스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디즈니의 편애에 가까운 한국 사랑

세계 박스오피스의 대세는 단연 디즈니다. 미국 역대 흥행 영화 상위 100편 중 47편이 디즈니와 폭스(디즈니는 2019년 폭스를 인수했다) 소유다. 이는 2위인 워너브라더스의 20편에 비해 두 배 이상 앞서는 수치다. 마블·픽사·루카스필름 등 쟁쟁한 제작사와 ABC 등 방송사에서 쌓아온 방대한 콘텐츠를 토대로 2019년 11월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도 출시했다. 디즈니가 보유한 콘텐츠의 양과 질만 놓고 보면 넷플릭스와 아마존보다 오히려 앞설 수 있다는 평가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 4월 가입자 수 1억명을 돌파했다. OTT 서비스를 출시하며 4년 안에 9천만명을 모으겠다고 밝힌 4년치 목표를 출시 1년여 만에 달성한 셈이다. 이에 고무된 디즈니는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한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한국 시장을 '테스트 베드(test bed)'이자 주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 한국 시장의 역동성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지만, 마블 영화에 대한 높은 기대와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 관객을 향한 믿음과 고마움도 녹아있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는 미주 지역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흥행 수익이 가장 높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외화(1천397만명)로 기록된 '어벤져스:엔드게임'(2019)을 위시해 '어벤져스:인피니티 워'(2018)와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이 각각 1천123만명, 1천50만명을 동원했다.

디즈니 콘텐츠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면 수치는 더 커진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1천만 고지를 넘은 '겨울왕국'(2014)과 1천255만 관객을 동원한 '알라딘'(2019)이 디즈니 작품이다. 이 외에도 '아이언맨'(430만명)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867만명) '토르'(485만명) 등 독립 히어로물까지 한국에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디즈니가 자사 영화를 한국에서 최초 개봉하고, 배우들의 방한 행사에 적극적인 이유다. 디즈니는 이제 넷플릭스가 독식하고 있는 한국 OTT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를 비롯해 웨이브 등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유력 OTT 플랫폼에서 자사 콘텐츠를 거둬들였다.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론칭에 맞춰 오리지널 콘텐츠 공급을 위한 준비에도 한창이다. 영화 '변호인'과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을 투자·배급한 NEW의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앤뉴와 계약을 맺고 향후 5년간 매년 1편 이상의 작품을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선보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동명 웹툰이 원작인 조인성·한효주 주연의 드라마 '무빙'을 500억원 규모로 제작하기로 결정했고, 가수 강다니엘이 출연하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도 디즈니플러스로 편성될 예정이다.

◆마블, 한국 배우 러브콜

디즈니가 한국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한국 서비스 5주년을 맞는 넷플릭스는 한국 배우들을 출연시킨 오리지널 시리즈를 연이어 제작해 성공했고, 올해는 5억달러(약 5천540억원)를 투자해 한국 콘텐츠 13편을 선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후발 주자인 디즈니로선 '게임 체인저'(판을 뒤흔들어 시장의 흐름을 통째로 바꾸는 일)가 요구되는 순간이다.

결국 디즈니는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마블 시리즈에 한국 배우들을 영입하는 카드를 내놓았다. 마블 입장에서도 지명도 있는 한류 스타가 출연한다면 홍보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 최근 배우 박서준이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캡틴 마블'의 속편인 '더 마블스'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출연 제안을 받고 내부 검토를 마쳤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소속사는 "노코멘트"라는 입장을 밝혔다. 통상 할리우드 제작사는 출연이 확정되기 전까지 관련 사안에 대한 기밀 유지를 요구한다. 박서준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급되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오른 영화 '기생충'에도 우정 출연했다. 그들에게 박서준의 얼굴은 친근할 수밖에 없다.

앞서 수현은 한국 배우로선 가장 먼저 MCU(마블 시네마틱유니버스)에 발을 들였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한국계 박사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동석 역시 올 11월 개봉을 앞둔 영화 '이터널스'에서 앤젤리나 졸리와 함께 히어로 중 한 명인 길가메시 역으로 합류했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이 높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이 미국에서 촬영될 예정이고, '부산행'의 성공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특히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는 등 위상이 달라지고 있기에 향후 한국 배우들의 기용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