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스토리] 코로나에 발목잡힌 청년 채용시장 (2) 구직단념자 절반이 2030…이대로 가다간 '노부모에 얹혀사는 4050' 된다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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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30   |  발행일 2021-07-30 제34면   |  수정 2021-07-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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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구직을 단념하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취소된 취업박람회 안내문(왼쪽)과 지난 6월 대구시 지방공무원 9급 필기시험을 치르고 나온 응시생. 〈영남일보 DB〉
◆취업의 문 밖에 서 있는 MZ세대…"몸도 마음도 아프다"

지난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구직단념자는 58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4만5천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6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다. 지난해 3월부터 16개월 연속으로 같은 달 기준 사상 최대치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얼어붙은 취업 시장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6월 구직단념자 58만3천명 중 20대는 18만6천명, 30대는 8만7천명으로 2030 MZ세대가 46.8%에 달했다. 특히 1년 전보다 30대는 9천명 줄어든 반면 20대는 1만명 늘어 젊은 세대일수록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얼어붙은 취업 시장
코로나 장기화와 경기침체로
기업들 공채 없애고 수시채용
신입보다 경력직 선호하기도
취준생 32% 공무원시험 준비



정규직 대신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프리터족'이라 불린다. '프리(Free)'와 '아르바이트(Arbeit)'의 합성어다. 필요할 때마다 초단기 계약을 맺어 일하는 근로 형태로 보통 건수별로 임금을 받으며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한다. 알바몬이 지난해 4월 아르바이트 경험자 2천516명을 대상으로 '프리터족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42.4%가 스스로를 '프리터족'으로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46.1%로 가장 높았고 30대(45.8%)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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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종학교 졸업·중퇴자 10명 중 3명은 졸업 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경산의 한 대학에 취업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영남일보 DB〉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최종학교 졸업자(중퇴자 포함) 470만6천명 중 미취업자는 154만8천명으로 집계됐다. 졸업·중퇴자 10명 중 3명(32.9%)은 졸업 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여전히 취업 준비를 하고 있거나 집에서 쉬고 있는 것이다. 기간별로 보면 미취업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는 54.6%로 1년 전보다 2.9%포인트 감소한 반면 1년 이상인 경우는 45.4%로 늘었다. 특히 3년 이상 장기 미취업 상태인 청년이 27만8천명으로 전체 미취업자 가운데 18.0%를 차지했다. 이는 1년 전보다 1.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미취업자 중에서는 직업교육·취업시험 준비를 한 사람이 40.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미취업자 가운데 그냥 시간을 보낸 사람도 24.9%에 달했다. 구직활동(14.5%), 여가 등(11.9%), 육아·가사(8.0%) 등 순이었다.

청년 취업난은 졸업을 미루는 대학생들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4년제 대학의 학사 학위 취득 유예생은 총 1만6천645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2% 늘었다. '학사 학위 취득 유예생'은 학위 수여 요건을 갖추고도 졸업 시기를 연기해 학적을 유지하는 학생을 뜻한다.


끝없는 터널
졸업자 10명 중 3명은 미취업
구직단념자 통계 이래 최대치
'알바 전전' 프리터족도 늘어
코로나 추후에 종식되더라도
기존 졸업생 기회얻기 힘들어
졸업 유예 1년새 26%나 늘어



취준생 가운데 일반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의 비율이 32.4%로 1년 전보다 4.1%포인트 늘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취업준비자 10명 중 3명이 '공시생'인 셈이다. 특히 남자(30.4%)보다 여자(34.6%)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일반기업체(22.2%)나 언론사·공영기업체(11.9%), 기능 분야 자격증(18.9%)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의 비율은 1년 전보다 낮아졌다.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 10명 중 3~4명꼴로 대출상환 돌입까지 3년이 넘게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국회 교육위 소속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자금대출 상환을 시작한 대상자 가운데 '졸업 후 3년'이 지난 비율이 36%에 달했다. 이 비율은 2016년 20%에서 △2017년 26% △2018년 30% △2019년 33% 등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지난해 졸업 전후 6개월 이내·졸업 후 1년 내 상환을 개시한 비율은 각각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후 1년~1년6개월 내 상환 개시는 2%, 졸업 후 1년6개월~2년 내는 20%, 졸업 후 2~3년 내는 2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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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속 청년구직자들은 구직활동 중 불안·무기력 등 부정적 감정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4월16~30일 청년구직자 908명을 대상으로 구직현황, 일자리에 대한 인식 등을 조사한 '2021년 청년일자리 인식 실태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마음도 병들어
불안·무기력·우울·좌절·후회…
구직 중 부정적 감정 크게느껴
올해 2월 기준 청년고용률 42%
대부분 실제보다 더 낮게 체감


응답자들이 최근 구직활동 중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은 '불안'(82.6%)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무기력'(65.3%), '우울함'(55.3%), '좌절감'(50.1%), '후회'(42.3%) 등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응답이 높았다. 이 같은 감정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령대가 높을수록, 취업 준비기간이 길수록 부정적 감정을 더 많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구직자 10명 중 8명 이상은 체감고용률을 실제보다 낮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 미만'이라는 응답이 33.9%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 미만'(24.4%), '30~40% 미만'(22.8%) 순이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집계된 청년고용률은 42%로, 고용 관련 청년 구직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중기중앙회는 분석했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 실패가 화근 "청년실업대책은 없는가"

현 정부 들어 매년 일자리 예산을 크게 늘렸다. 올해 일자리 예산은 30조5천억원으로 출범 첫해인 2017년(15조9천억원)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일자리 사업은 부실투성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일자리 사업을 살펴보니 34.5%가 '감액' 또는 '개선'이 필요한 졸속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단기 알바' 수준의 60대 이상 일자리만 늘었다. 5월에 증가한 취업자(61만9천명) 중 70% 이상(45만 5천명)이 60대 이상이었다. 정부가 이어지는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청년 지원금' '청년대출' '취업성공패키지' 등이 추진됐지만 실질적 효과는 미미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16일 발간한 '미취업 청년의 특징 분석과 맞춤형 청년 고용 정책 제안' 보고서에서 "고용 상황의 회복력·활력도·안정성 모두 20대가 가장 열악하고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그 원인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양적 확대에만 치중하고 실효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경제 침체 등은 청년들의 취업난과 구직 포기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기업에서 채용을 다시 늘린다고 하더라도 이들 졸업자가 혜택을 입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 국면에는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늘리는데 그때도 구직활동을 오래한 청년보다는 새로 졸업한 학생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뜬구름 잡는 정책
올 일자리 예산 2017년의 2배
실효성 없이 양적확대만 치중
60대 이상 '단기 알바'만 늘어
"고용 상황 20대가 가장 심각"
일본처럼 '중년 니트족' 늘면
무서운 사회적 대가 치를 듯



기업들이 신규채용 방식을 기존 공개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바꾼 것도 취업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9년 정기공채를 폐지한 현대차·기아를 시작으로 LG·SK 등 주요 대기업이 모두 수시채용으로 전환 중이다. 공채가 신입 직원을 일괄적으로 뽑아 기업들이 직접 교육을 시켜 인재를 양성하는 구조였다면 수시채용은 특정 직무에 필요한 실력을 이미 취득한 인재를 골라 뽑는다. 학교 교육과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실무에 괴리가 있는 상황에서 취준생 다수는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새로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신규 채용보다는 경력직 채용을 해서 신규 고용이 잠식되는 효과도 발생했다. 지방에 일자리가 부족하고 일자리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어서 취준생들이 일자리를 찾으러 수도권에 몰려들면서 경쟁이 더 심화된 점도 한몫했다.

세금으로 만드는 단기 일자리 사업으로는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고용지표를 개선하는 것과 같이 당장의 급한 불을 끌 수는 있겠지만 이는 미봉에 지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니트족' 전철을 따라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일본의 경우 버블경제의 몰락 등으로 인해 구직 대신 아르바이트 생활을 전전하던 '청년 니트족'이 결국 '중년 니트족'으로 이어지며 70~80대 부모세대가 40~50대 자녀세대를 부양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중년 니트족 증가로 인한 사회부담 증가와 국가 생산력 저하는 일본의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지난 3월 '국내 니트족 현황과 시사점'을 발표한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년 무직자들이 늘고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되면 생애소득 감소에 따른 후생수준 악화를 낳을 수 있다. 여기에 부모세대의 부담 가중과 사회적 비용 유발, 잠재성장률 하락 등 부작용을 키울 수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실업의 근본 해법은 민간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로 기업의 투자 걸림돌을 제거하고 노동 개혁을 통해 노동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존의 기업으로서는 자신들의 임직원이 성장할 수 있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장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어떻게 변화될 것이냐라는 문제는 남겠지만 젊은이들이 기업과 함께 성장한다면 결국 기업의 장기적 이익도 함께 증가할 것이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도 바뀌어야 한다. 젊은이는 스스로 기업과 사회의 인재로 성장하는 계획과 비전을 가지고 취업 역시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다. 기업은 당연히 그런 인재를 뽑으려 하고 이를 알아보는 기업이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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